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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교실쌤들의 마공이야기

나부터 살고

이기영(비비) 2021. 6. 29. 16:16

지난 주 목요일 있었던 일인데 이 일이 나에게는 마리공부의 보람을 느낀 중요하고도 의미있는 사건이었다. 

1. 내가 여유없을 때는 나부터 살리자

체육시간이 끝나고 아이들이 하나 둘 교실로 돌아온다.
제일 먼저 들어온 아이가 
"선생님, 철수(가명)와 영희(가명)가 체육시간 마치면서 싸웠어요. 영희가 울고 있어요. 그리고 교실에 안들어오겠다는데요."
또! 또! 또!
체육시간 팀별 대항 경기만 하면 꼭 싸우고 온다. 
그래서 항상 체육시간후 1시간은 '함마비'로 서로 마음을 비우고 풀어주는 시간으로 쓰게 된다.
이번에도 역시 '함마비'로 싸운 아이들의 마음을 다른 아이들과 함께 들어주고 공감해주면 되겠지만 하기 싫다.
정말 짜증난다. 도대체 몇 번째야, 
철수 이 녀석은... 매번 함마비에 등장하는 녀석이다. 
매번 저만을 위한 1시간을 쓰기가 싫어졌다. 어떻게 하루도 안싸우는 날이 없나 말이다.  
그리고 영희 얘는 또 왜 교실에 안들어오겠다는거야. 
지난 번에도 수업하다가 사라져서 운동장 스탠드에서 울고 있는 걸 달래서 데리고 들어왔는데
이번에는 교실에 안들어오겠다고 버티면서 교문근처에서 울고 있다는, 데리러 갔던 아이들의 전언이다.
내로남불이라고 본인은 다른 아이들을 약올리거나 놀리고 말도 함부로 하면서
친구들의 부정적인 피드백이 오거나 싸웠을때는 자기 표현 안하고 입을 꼭 다물고 어디론가 숨어버리는 아이이다. 
아......스트레스
영희를 데리러 갔다. 
울면서 하는 말이 철수가 있는 교실에는 무서워서 들어오고 싶지 않단다. 어이가 없었다.
그럼, 상담실에 가서 마음 진정 좀 하고 올래? (고개 절래절래)
보건실에 가서 좀 누워있으까?  (고개 절래절래)
엄마한테 전화해줄까? 조퇴할래? (고개 절래절래)
.
.
.
그럼 다른 반 선생님께 부탁드려서 다른 반에 가있을래? (깜짝 놀라며 도리도리)
철수를 다른 곳으로 보낼 순 없어.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초3이 알아들을리 없는 말을 하면서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는 결심을 한다.
싸움의 정황을 모른다. 옆에서 목격한 아이들 얘기만 들었지, 당사자한테는 어떤 얘기도 들은 바 없다.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면서, 본인이 문제를 해결하려 하거나 적어도 자신의 입장을 얘기할 의지 없이
그저 교사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기를 바라는 것처럼 느껴져서 어이없고 짜증이 폭발한다.
단호하고 엄하게 굴면서 아이를 교실로 데리고 왔다. 
철수는 우리가 들어오자마자
"선생님, 제가 잘못했어요. 영희한테 사과하고 싶어요"
"철수야, 그렇게 얼렁뚱땅 넘어갈 순 없어. 함께 얘기해봐야해."
"그런데 지금 선생님이 너무 마음이 불편하다. 너희들이 함께 함마비하면서 선생님의 불편한 마음을 좀 비울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을까?"
"네~"
교실 전면 게시판에 붙여놓은 함마비 플랜카드를 함께 보면서
"걱정돼"
"걱정되시나봐요. 왜 걱정되세요?"
"철수가 계속 상대를 바꿔가면서 싸우니까 혹시 학교폭력으로 신고당하지 않을까 걱정돼"
"그랬다면 정말 걱정되시겠어요." (철수가 울상이 되어 울먹인다.)
철수에 대한 답답함, 속상함, 안타까움을 표현하다보니 철수의 표정이 조금 안정되어 보이고 아이들도 진지하게 집중한다.
영희에 대해서도 어이없음, 짜증, 의아함, 답답함, 걱정됨을 표현하고나니 마음이 좀 가벼워지고 여유가 생겼다. 
하면서도 두 아이의 표정이 계속 살펴졌지만 우선 내가 급했다.
다 하고나서 철수의 마음을 먼저 살폈다.
"철수야, 지금 기분이 어때?"
"억울하고 속상해요"
"억울하고 속상하구나. 왜 억울하고 속상한데?" 
"저는 체육시간만 되면 승부욕때문에 막 흥분이 되어서 욕하고 싶고, 제대로 못하는 친구들한테 화나는 것도 누르고 좋게 얘기하려고 노력하는데 여자애들이 제 목소리 크다고 시끄럽다고 소리쳐서 속상했어요. 그 중에 영희가 제일 많이 저한테 소리치고 계속 선생님한테 일러, 일러 하면서 약올리고해서 제가 영희를 밀치고 "미친"이라고 나쁜 말 했어요. 아무리 화가 나도 밀치고 나쁜 말한건 제가 잘못했어요. 그래도 제가 얼마나 안싸우려고 노력하는데,  흑 흑..."
"와~진짜 노력 많이 했나보다. 철수가. 많이 서럽겠다. 그렇게 노력해서 참고있는데 약올리고 시비걸어서 이렇게 싸우게 되었구나. 억울하고 속상하겠다."
"흑흑흑...네,"
"지금은 좀 어때?"
"지금은 괜찮아졌어요."
"그래, 시원시원하구나. 영희한테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 봐"
"영희야, 내가 아까 "미친"이라고 나쁜 말 쓰고 너 밀친 거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 사과받아줄래?"
"응"
"그런데, 너가 자꾸 나 약올려서 나 화나게 만든 거는 사과받고 싶어"
"철수야, 약올려서 미안해"
"영희야, 철수 아직도 무서워?"
"아니요." 
"그래, 선생님은 너희들보고 싸우지말라는 게 아니야. 살다보면 싸울 수 있지. 중요한 건 싸우고 나서 서로 얘기하면서 잘 풀어나가는 거야. 영희가 그런 용기를 내면 좋겠어. 어디론가 숨어버리거나 도망가지말고"
낙서를 하는 몇 몇 아이빼고는 모두 집중해서 잘 지켜보고 있다. 아이들이 고마웠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든든하고 고맙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 기분이 어떤지 물었다.
"음...철수와 영희가 진심으로 화해한 건지 의심이 돼요"
"00이는 철수와 영희가 진심으로 화해했으면 좋겠나보구나"
"네, 영희가 말을 별로 많이 안해서..."
"영희가 걱정되나보네. 분위기에 떠밀려 진심이 아닌데도 화해한 건 아닌가 의심도 되고 걱정도 되나봐"
"네"
"그럼 영희한테 직접 물어보렴"
영희는 괜찮아졌고 철수한테도 더 이상 불편한 마음이 없다고 대답했다.
"저는 걱정이 돼요. 다음 체육시간에도 싸움이 일어날까봐요."
"@@이는 걱정이 되는구나. 다음 체육시간에도 친구들이 싸울까봐. 싸우면 오늘처럼 함마비하면서 서로 서로 도와서 풀면되지 뭐."

말은 그리 했지만 속마음은 제발 좀 싸우지말고 평화롭게 지내자. 이 녀석들아. 하고 있었다.

2. 영희를 통해 나를 보다

다툼을 해결하고 난 후에도 영희의 문제해결방식이 계속 머리에 맴돌면서 찝찝했다.
계속 의문이 들었다.
영희의 모습을 보고 내가 왜 그렇게 화가 나고 영희가 얄밉고 못마땅했을까.
초등학교 3학년이라 아직 저학년티를 덜 벗었고 무남독녀 외딸이라 과잉보호로 자랐다면 충분히 그런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거고 우쭈쭈하면서 달래서 데려올 수도 있는데 왜 그렇게 냉랭하게 굴었던가.
만남일기를 써보았다. 
쓰다보니 어른이 된 영희를 걱정하는 내가 느껴졌다. 
타인과의 교류를 거부하면서 혼자 굴파고 들어가 혼자 삭이고 나오는 어른으로 성장할까봐 걱정이 되었다.
세상이 다 그렇지 뭐, 결국 혼자야. 인간은 결국 외로운 존재인데 뭘...
이러고 있는 나와 오버랩이 되었다.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다. 
영희에게 한 말이 생각난다.
"문제가 생기면 도망가지 말고 숨지 말고 붙어 싸우던지, 네 얘기를 하던지, 주위에 도움을 청하던지 하렴."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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