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공감교실

따뜻한 협력, 성장의 다살림 공동체

교실 속 관계가 자라는 연수, 배움회원 모집 자세히보기

마리로 가꾸는 공감교실이야기 178

제159호. 언제나 사랑과 인정이 답이다.

김아영 (산) 우리반에 한결이를 잘 적응시키는 게 가장 급한 일이었다. 지난주에 그 답을 찾은 것 같아 기쁘고 안심되고 마리가 참 든든하다. 한결이는 특수교육대상자다. 수업내용은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모둠활동 할 때 도움받아서 풀로 종이붙이기, 단어 따라쓰기, 같이 궁리하는 척하기를 하고있다. 나와 좀 친하고 편안해지자 관계에서 정서적 상호작용이 가능할것 같이 느꼈다. 예를 들면 "선생님 도와주고 싶어요, 이거 써도되요?" 내가 라이언 좋아한다고 하니까 "내가 그려줄까요?" 내가 장난삼아 "선생님보다 친구 민수가 더 좋냐고 하니까 '네'해서 나 삐졌다~ " 했더니 달려오며 애교떠는 것 등이다. 생각보다 정서 상호작용의 폭이 넓겠다 싶어 희망이 보였다. 지난 목요일, 한결이 엄마가 마카롱을 아이들에게 선물했..

제158호. 선물 같은 날

연명옥 (쏘울) 감정단어 4개에 아이의 15살 인생을 듣게 되었다. 자살 위험군, 자해 경험 있는 00이는 2월 반편성 후 우리반으로 전반해서 왔다. 어제도 아이는 지각을 했고 오자 마자 조퇴하겠다고 했다. 한 시간 보건실에서 쉬고 그래도 힘들면 조퇴하자고 말했고 아이는 한 시간을 쉬었다. 3교시 빈 시간에 아이를 불러 감정 상태에 동그라미를 치게 한 후 힘들거나 말하고 싶지 않으면 이유는 말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아이가 감정 단어를 말하면 그냥 추임새만 넣어 주었는데, 아이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의 일생을 말했다. 신기한 일은 입으로 듣기를 열심히 하는 동안 아이의 마음이 느껴졌고 그 어려움을 이겨낸 아이의 좋은 면이 내게 보였다는 것이다. 이제까지 보이는 모습은 지각, 술, 담배였는데... 그냥 ..

제157호. 본심을 찾고나니 불안함이 누그러진다.

안수경 (숲길) 사실 : 우리반은 인문융합반으로 학년에서 5~8등급 아이들이 많다. 감정 : 걱정된다, 불안하다 생각 : 애들이 의욕이 없고 거칠 것 같다 사 : 살포시 웃는 표정의 아이들이 몇몇 있고 도우미 등 역할을 할 사람을 물으면 손드는 친구들이 많다. 감 : 안심된다, 기대된다 생 : 성적은 낮아도 의욕적이고 따뜻한 아이들일 것 같다. 사 : 수업 활동으로 '알고살고'를 해보는데 짝 얼굴을 잘 못보고 고개를 푹 숙인 아이들이 보인다. 감 : 의아하고 염려된다. 생 : 관계에 어려움이 큰 아이들이 많으면 학급활동이 어려워질 것 같다. 사 : 옆반 선생님이 우리반 수업 다녀오신후 분위기가 묘하고 기가 넘치는 아이들과 기가 팍 죽은 아이들로 극과극인 아이들이 모여 걱정된다고 하신다. 그 말을 듣고 다..

제156호. 과학 첫 시간 활동지

이은희(별따오기) 작년 1년 동안 수업에서 실패경험으로 기억되는 아이들과 올해도 다시 수업에서 만나야하는 상황이에요. 중2 남학생들이었고 아이들은 중2의 존재감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수업에는 관심이 없고, 자기들끼리 킥킥거리고 시시덕거리기를 즐기고 상황을 판단하기 위해서 질문을 하거나 확인을 하면 "아닌데요", "그런 적 없는데요"라고 할 말이 없게 만들고 수업 좀 할라치면 화장실을 가겠다, 보건실을 가겠다, 쟤가 자기 연필 뺏어갔다, 책 가져갔다, 가방 숨겼다, 쟤가 먼저 때렸다고 남 탓하기 바쁘고, 수업 중에 멀쩡히 일어나서 다른 분단에 있는 아이한테 가서 개인적인 이야기하고 있고. 하... 정말 단 한시간도 짜증이 나지 않은 날이 없을 정도로 수업 시간이면 저는 거의 모든 시간에 저의 분노를 자극하고..

제155호. 엄마 살면서 후회되는 거 없어?

박모정 (봄비) 엊그제 저녁 딸과 있었던 일이에요. 며칠이 지나도 계속 여운이 남길래 그날 일기를 공유하고 싶어 오랜만에 글을 썼어요. 모두 계신 곳에서 건강하고 편안하게 잘 지내시길 바라요. ------------------------------- 딸이 목욕을 끝낸 후 거울 앞에서 물기를 닦다 나를 부른다. “엄마! 이리 와 줘” 가까이 가자 아이가 나를 보고 대뜸 이렇게 묻는다. “엄마, 엄마는 살면서 엄마가 했던 행동 중에 후회되는 거 없어?” “왜 없어? 엄청 많지. 너도 그런 게 있니?” “어. 있어. 근데 너무 쫌 그래서 입 밖에 꺼내기 좀 그래”(망설이면서도 말하고 싶어 하는 눈치 같았다) “부끄럽고 민망해?” “어...너무 잘못해서.” 나를 부르기 전 혼자 샤워를 하면서 딸은 자신의 과거를..

제154호. 해님과 바람

홍석연 (봄) 운동화로 갈아 신고 나가서 축구한 아이들을 칭찬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같은 행동이라도 그 행동을 하게 된 생각과 성품은 다 다르다는 것도 알려주고 싶었다. 교사 : 오늘 운동장에서 축구한 친구들 일어나보세요. (축구한 아이들이 웅성거리며 일어났다.) 교사 : (웃으며) 이 친구들이 오늘 모두 운동화를 신고 나갔더라~ 실내화를 신고 나간 친구가 한 명도 없는 거 있지. 축구한 학생들 : 아, 난 또~ 깜짝 놀랐네. 교사 : 잘못한 거 없는 거 같은데 혼날 것 같아 억울했어? 축구한 학생들 : 네. 교사 : 그리고 잘못한 일 없는 것 같은데, 혹~시 잘못한 게 있나 떠올려보게 되고, 긴장했어? 축구한 학생들 : 네. 교사 : 오늘 너희들이 왜 운동화를 신고 나갔는지 궁금해. 이야기해..

제153호. 칭찬리필로 아이들 마음 리필하기

김승배 (달콩아빠) 1학기에는 수업 시작할 때마다 모든 학생들에게 기분을 물어봤다. 2학기에는 ‘나도 공감’ 활동을 이렇게 시도하고 있다. “영찬이는 기분이 어때?” “좋아요~” “영찬이랑 같은 기분인 사람?” 여기 저기 손을 든다. “지수는 지금 기분이 어때?” “신나요!!!” “왜?” “곧 급식 먹을 생각하니까요ㅎㅎㅎ” “같은 기분인 사람?” 모두 다 손을 들며 깔깔대며 웃는다. “희선이는 기분이 어때?” “집 가고 싶어요~” 대다수가 손을 든다. “샘도 빨리 집 가고 싶어.” 오래 걸리지 않으면서도 전체가 함께 집중하며 공감하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활동이다. 또 2학기에는 칭찬을 난발하기로 작정하고 사정없이 칭찬을 날리고 있다. 이유는 두 가지. 우선 1학기의 기분나누기 활동으로 감정에 어느 정도..

제152호. 삶에 귀 기울이기

추주연 (단풍나무) 참 오랜만에 무궁화호를 탔다. 몇 년째 나를 괴롭히는 이명이 심해져서 서울 병원을 찾아가는 길이다. 늘 시간에 쫓겨 이동하는 까닭에 KTX의 등장을 반겼던 나였는데, 병원 가는 시간을 늦추고 싶은 것은 어린아이나 어른이나 매한가지인 모양이다. 7년 전, 이석증으로 수업 중에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 간 뒤로 특정 음역에서만 청력이 떨어지는 특이한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말하는 것이 직업인데다 사람 만나 이야기하는 것을 유난히 좋아하는 나에게는 참 속상한 일이었고 어디 내놓고 시원하게 말도 못하는 고민거리였다. 나의 청력이 점점 떨어져 가는 동안 다행히 기술은 점점 발달해서 특정 음역의 청력을 높이는 보조기구가 나왔다고 한다. 효과를 장담할 수 없지만 시도해 보자는 의사선생님 말씀에 기..

제151호. 선생님을 닮아가나 봐요

주혜란 (복숭아) 기특하다 아이들이. 내가 ‘화가 난다’ ‘실망스럽다’ ‘어떻다’ 감정을 표현하면 애들이 바로 “화가 나셨군요.” 하고 내 마음을 알아준다. 그것도 아주 당당하게! 조심스럽지 않다는 게 아주 맘에 든다. 기특하다 아이들이. 흐뭇하기도 하다. 수업 시작 시간 안 맞춰 들어오거나 수업 중 시끄럽게 할 때 뒤에 서 있다가, 반성하면 선생님한테 오라고 했다. 아이들이 반성했다며 한 명씩 와서는 내가 내 감정을 말하지도 않았는데 ‘실망하셨겠어요.’라고 먼저 마음을 알아주려고 한다. 딱 한마디 말이지만 그렇게 하려했다는 자체가 예뻐서일까 마음이 눈 녹듯이 다 풀린다. 더 맘에 드는 건, ‘그리고 또 어떠셨어요?’라고 내게 물어봤다는 거다. 남은 감정까지 알아주려하다니 놀랍다. 그러고는 “죄송합니다...

제150호. 가볍게 사는 비결

추주연 (단풍나무) “당신은 상식이 없어.” 남편이 한 말인데, 무슨 말 끝에 나왔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집안 살림에 관한 내용이었던 것 같다. 나도 그냥 웃으며 가볍게 대꾸하고 넘어갔다. 다음 날 엄마랑 남편이랑 이야기하는데 불쑥 “엄마, 이 사람이 나보고 상식이 없다는 거야.” 하고 말할 때 알았다. 내 마음에 그 말이 남아있음을. 엄마를 집에 모셔다 드리고 이 이야기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나 : 당신이 나한테 상식이 없다고 말한 거. 나 그게 남아 있더라구. 내가 상식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어떤 거야? 혹시 내가 상식이 없어서 싫은 거야? 남편 : 응? 그게 무슨... 당신은 가끔 정말 말도 안 되는 질문을 하더라. 나 : 말도 안 되는 질문이라는 거야? 남편 : 그럼, 말도 안 되지.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