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공감교실

따뜻한 협력, 성장의 다살림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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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로 가꾸는 공감교실이야기 178

제149호. 원래 그런 아이들이란 없다

김미영 (우리) 5월에 학부모 공개수업을 하며 가장 크게 와 닿은 게 아이들 발표 목소리가 작다는 거다. 우리 반 아이들의 성향이라고 인식해서일까? 평소에는 이 정도 발표하는 게 어디냐며 목소리 크기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공개수업을 해보니 몇몇 아이들의 목소리는 참 민망할 정도였다. 뒤에 서 계신 학부모들은 거의 들리지 않을 거라 예상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세분의 학부모님이 자신의 아이가 자신감을 키웠으면 한다는 피드백을 해주셨다. 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듣기라고 늘 강조하는데 아이들은 제대로 들리지 않아서 못 듣고,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 얘들아, 어제 수업하고 부모님들께 칭찬 많이 받았어? 아이들 : 네, 아니오. 다양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교사인 나에 ..

제148호.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다

홍석연 (봄) 현성이는 화를 잘 낸다. 4학년 때도 엄청 울었다고 한다. 지난 주 체육시간에 반 아이들을 여럿 때리고 화를 내고 울고, 끝나고 나서도 계속 울어서 잠깐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어렸을 때 아빠랑 할머니랑 자기 방에서 물건을 던지며 싸웠던 게 떠올라서 무섭고, 집에서도 화가 날 때가 많지만 자기 때문에 아빠랑 할머니랑 또 싸울까봐 화를 못 낸다고 했다. 그래서 학교에서라도 친구들에게 이해받고 싶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답했다. 상황은 안타깝고, 현성이는 안쓰러웠다. 그렇다고 다 들어주어야하나 막막했다. 오늘 2교시 체육시간에 달리기를 잘 못해서 또 화가 났나보다. 큰 소리로 화를 내고, 친구에게 욕을 하고 10분 정도 더 울다가 들어왔다. 점심시간에 현성이랑 이야기를 나누었고, 5교시 쉬는 ..

제147호. 반 아이들과 마음일기를 시작하다

김보경 (진심) 올해도 학교에서 학년 전체가 감사일기를 작성한다. 예전 학급에서 시행했을 때 학기말까지 꾸준히 유지되는 친구는 5명, 간간히 작성하는 친구 5명, 과제가 아니라면 제출하지 않는 친구들이 대부분이었다. 살펴보니 무엇을 어떻게 써야할지 모르겠다는 대답과 귀찮다는 답이 반반이었다. 그래서 올해는 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지침을 안내하기로 하고 마리를 적용하였다. 이전의 몇몇 사건이 있을 때 감정을 이용한 소통을 해 본 경험이 있어서 이번에는 감정단어와 성품단어를 함께 제공하여 풍부하고 세밀한 관찰하기를 시도해보기로 하고 감사일기 + 김미영선생님의 감정편지 + 김승배선생님의 감정자각 말법훈련하기를 혼합하여 지침을 만들었다. ^^;;; 각각 2개씩 예시를 제공하여 포맷을 따라하면 글이 나올..

제146호. 아들과의 평화로운 대화

이기영 (비비) 6학년 아들이 영어학원에 아직 안 왔다는 학원장의 전화를 받았다. 아들과 통화가 되어 어디냐 물었더니 학원 갔다 오는 길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화를 내면서 학원부터 가라고 한 뒤 다녀와서 얘기하자며 전화를 끊은 후 마음 비우기를 위해 만남일기를 썼다.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여러 부정감정들을 분류해서 정리하니 차츰 안정되었다. 아들과 마리대화로 풀어보려고 마음먹으니 기대도 되었다. 축 쳐져서 돌아온 아들에게 대화를 시도했다. 나: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는지 자초지종을 한 번 들어보자. 아들: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우물우물) 오늘 컨디션이 안 좋았는데 수학학원에 갔더니 5분 늦었다고 혼났어요. 그래서 기분이 상했어요. 나: 네 말은 오늘 몸 컨디션이 안 좋은데다 선생님이 늦게 왔다고 혼내서 기..

제145호. 학부모 총회 더 이상 두렵지 않다.

김미정 (봄) 오늘 학부모총회를 했다. 수도권공감교실에서 김미영선생님과 한창호선생님께 배운 대로 해보기로 했다. 교실에 들어가기 한 시간 전쯤 갑자기 가슴이 쿵쾅거리고 새로운 시도를 잘해낼 수 있을까 걱정과 불안이 엄습해왔다. 그래서 만남일기를 꺼내 잠시 마음비우기를 하고나니 걱정과 불안이 걷히고 기대와 안심이 올라왔다. 가벼워진 마음 상태가 너무 좋았고 다행스러웠다. 교실 책걸상을 원으로 만들어 어머님들과 만남을 가졌다. 마음을 비워 편안해진 상태라 계속 웃으며 하고 싶은 말들을 잘 전달할 수 있었다. 가볍게 인사하고 학급경영방침을 말씀드리고 활동에 들어가기 전 솥뚜껑 게임을 했다. 처음 해보는 게임이라 걱정이 좀 되었다. 분위기가 더 썰렁해지는 건 아닐지, 진행을 매끄럽게 못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으로..

제144호. 내가 공감교실을 끊을 수 없는 이유

김진희 (숨결) 나: 한 번 만에 못 알아들어서 진짜 미안해. 땡땡: ...... 나: 그리고 늘 3번씩 4번씩 말해줘서 고마워. 너도 정말 귀찮고 답답했을 텐데… 땡땡이는 한참을 내 눈을 쳐다보았다. 그때 아... 이 녀석, 그렇게 여러 번 말하는 노력에 대해 사과와 감사를 처음 받았겠구나! 그런 생각이 드니 마음이 아팠다. -정유진쌤의 공감교실이야기 중에서 이런 공감교실이야기를 메일로 받을 때면 늘 ‘아~’ 하면서 마음이 촉촉해지고 잠시 멈춰진다. 때로는 부럽고 놀랍고 신기하고 조금 부끄러워진다. 그렇게 잠시 멈춰서, 뭉클해진 마음을 추스르곤 하는데 그러고 나면... 뭐야!! 이 선생님들은 왜 이렇게 아이들하고 소통을 잘하는 거지?? 어떻게 이렇게 아이들 마음을 잘 알아주는 거야?? 칫~ 나는 귀찮고..

제143호. 잘 만나고 싶다.

주혜란 (복숭아) 쉬는 시간에 학생이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았다. 걱정되고 궁금하면서도, 쉬는 시간에 내 할 일 하며 쉬고 싶은 마음과 아이에게 다가가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살짝 갈등이 됐다. 고민하다가 아이에게 갔다. “속상해 보이는구나...” 눈물을 참으려 애쓰던 아이가 내 말을 듣고 울음을 터뜨리며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일단 반가웠다. 아이가 울음을 참는 것보단 터뜨리는 게 나을 것 같았다. “혹시 무슨 일 있었는지 선생님한테 들려줄 수 있겠니?” 싫다하면 어쩌나 조금 불안했는데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반갑고 고마웠다. 아이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아이가 나를 믿어주는 것 같았다. 옆 반 애한테 맞았다고 하였다. 그 말을 듣자 온갖 생각이 내 머릿속을 어지럽히며 고민됐다. 옆 반 ..

제142호. 원망, 내가 이해받고 싶은 순간의 다른 이름

김후남 (나무) 샘플 포토북을 보니 여행갈 때마다 하나씩 포토북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냅사진 보정본으로 받은 것이 40개인데 그걸 굳이 다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남편도 몇개는 줄이자고 했다. 문제는 내가 선택하는 것을 엄청 스트레스 받는 스타일이었던 것이다. 일단 사진 고르면서 힘들었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포토북 어플 같은 것을 깔고, 사진을 순서를 정하고 글을 넣고, 배경 지정하고 글씨 폰트 크기와 색깔, 글자체까지 고민해야 했다. 힘든게 자각이 되면서 "이걸 내가 왜 하고 있지? 왜 남편은 안하지?"라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사주가 맞는 건가?" 라는 생각까지 가면서 남편을 원망까지 하고 있었다. 짜증이 나고 힘들었다. 남편은 그냥 낱개 사진으로 인화하자라고 제안하였고, 나..

제141호. 아들의 본심을 만날 수 있게 해준 대화

추주연 (단풍나무) 첫눈 내리던 날, 쭈니를 학교에 태워다 주는 길. 쭈니 : 엄마 좋아하는 단풍길이 이제 없어졌네요. 나 : 그르게. 이제 너두 진짜 고3이네 . 쭈니 : 윽. 헐~ 예비 고3인 아들과 만남대화 따위는 없는 것인가. 쭈니를 보는 마음 한켠이 늘 무거웠다. 며칠 전 쭈니와의 대화. 기억해 두고 싶다. 나 : 쭌~ 넌 정말 해보고 싶은 일이 있어? 가능성 염두에 두지 않으면 말야. 쭈니 : 음... 파일럿이요. 나 : 그래? 1학년 때는 파일럿 되고 싶댔지. 근데 왜 파일럿이 되고 싶은 거야? 쭈니 : 뭔가 위기에 처했을 때, 사고가 나거나 위험할 때 사람들에게 힘이 돼 주잖아요. 든든하고 멋있어요. 나 : 그러니까, 위기에 처한 사람들에게 힘이 되는 사람이고 싶은 거구나? 사람들이 든든해..

제140호. 관찰이 관심으로, 관심은 만남으로

신정훈 (참바람) 2교시 마치고 쉬는 시간(20분)에 과학실로 수업준비 가는 길. 5학년 시형이와 계단에서 마주쳤다. 평소 안경을 끼고 다니는데 끼지 않고 뭔가 시무룩한 표정이다. 나: 시형아, 오늘 안경 안썼네? 시형: 민준이가 가져가서 안줘요. 나: 아, 그랬나? 그래서 시형이가 기분이 안좋아 보였구나. 시형: (바로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면서) 예, 안좋아요. 나: 잠깐 과학실 가서 얘기할까? 시형: 예. 과학실로 가서 의자에 앉아 마주보면서 나: 민준이가 네 안경을 가져갔다구? 시형: 예, 가져가서 돌라했는데도 안줘요. 나: 에고 그랬나. 속상하고 화나겠다야. 시형: 예, 화나고 속상해요. 나: 근데 민준이는 왜 네 안경 가져가서 안줬지? 시형: 레슬링 기술 받아주면 준다했는데, 안했거든요. 나: 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