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로 가꾸는 공감교실이야기

제102호. 아이들에게 이해받는 경험, 정말 좋구나!

홍석연(봄) 2021. 5. 14. 14:03

성영미 (우주)

아이들에게 이해받기!

한참 전일인데, 생각할수록, 기분 좋고 힘이 나고 뿌듯하고 시원하고 편안하고 여유가 생긴다.

장애이해교육을 하러 통합반에 들어갔다. 아침 조회 시간 20분 동안 진행하는 거라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 통합반 아이들 전체를 대상으로 어쩌다 한번 진행하는 이런 교육은 부담스럽다.

역시나, 아이들은 자리에 착석도 하지 않고 우유를 마시거나, 칠판 쪽으로 나와서 큰 소리로 숙제를 묻는다. 어느 정도 정숙 지도를 하고 교육을 시작하려는데 또 늦게 온 학생이 앞문으로 들어오면서 인사도 하지 않고 천천히 두리번거리면서 자리를 찾아 앉는다. 앞에 선 나는 투명인간이 된 것 같다. 위축되고, 황당하고 어이없고, 답답하고 난감하고 무시당한 것 같아 기분이 상한다. 다시 교육을 유쾌한 분위기로 진행을 하려고 해도 마음이 움직이질 않는다. 심호흡을 하고 다시 하려는데도 영 힘이 나질 않고 오히려 더 짜증이 나고 화가 올라 온다.

"애들아, 나 지금 기분이 안 좋다."

아이들이 순간 조용해진다.

"나는 20분 동안 장애 이해교육을 하기에 부담이 많이 되고, 그럼에도 너희들의 상황도 이해해 주고 싶은데.. 이렇게 선생님이 앞에서 진행하는 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큰소리로 말을 하거나, 늦게 오면서도 어슬렁거리기 까지 하니까 교육을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난감하고 기분이 안 좋아. 그리고, 지금 들어온, 민호한테는 무시당한 기분까지 들어. 민호야, 선생님이 너한테 무시당한 기분이 드는데 사과할 수 있니?"

순간 내가 말하고도 놀랍고 신기했다.. 내가 이런 말을 하다니... 지난 연수에서 아이들에게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그게 수평적 관계라는 김창오 선생님의 말이 생각이 났고 해보고 싶었던 것 같다.

아이들: 야, 사과해!

민호: 죄송합니다.

나: 민호야 영혼은 안들어 간 것 같은데, 그래도 고맙다. 마음이 좀 풀리네.

그러면서 웃음이 나왔다. 아이들은 순간 조용하고, 난장판 같던 교실과 아이들이 오히려 온화한 눈빛으로 변하는 것 같았다. 나는 수용 받는 기분이 들었고, 아이들과 소통하는 기분이 들었다. 놀랍고 신기했다. 내가 무시당했다고 느낄 때 그 말을 했다는 게 놀랍고 정말 신기했다. 내가 대견하다. 아이들의 분위기와 눈빛을 느끼면서 긴장되었던 마음이 내려가고 여유가 생겼다.

이 일이 한 달 전 쯤인데, 그 뒤로 이 생각만 하면 계속 웃음이 나고 기분이 좋다.

통합반에서 진행하는 장애이해교육을 할 때면 한편에 부담감과 거부감이 있었다. 내 본심대로 수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아이들을 만나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도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나의 부정 감정을 말 하고 나니 아이들이 거부하거나 조롱하거나 더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감싸주는 느낌이었다.

‘아, 지금 선생님 그럴 만 했어요.’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내 부정감정을 아이들 앞에서 숨기면서 수업하는 게 아니라, 자유롭게 표현하면서 이해를 받고 그 자리에 생겨난 여유로 나는 아이들을 더 이해할 수 있는 관계! 수평적 관계!

그 관계가 나에게도 시작된 것 같다.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만남이었나보다.

이렇게 생각할수록 좋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