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로 가꾸는 공감교실이야기

제115호. 전체 앞에서의 갈등상황 풀어내기

홍석연(봄) 2021. 5. 18. 12:56

류지현 (잔디라)

 

쉬는 시간에 아이들이 내게 와서 말했다.

 

선생님 태양이가 울고 있어요.”

 

태양이가 뒤에 수성이랑 목성이가 던진 공에 맞았어요.”

 

전에 남자아이들이 몸을 움직이며 놀고 싶다고 해서 교실에서 스폰지 공을 던지고 노는 것을 허락해 줬다가 금지시킨 적이 있었다. 아이들이 공을 굴려서 놀겠다고 해서 낮게 던지기로 약속하고 허락해 주었는데, 공의 높이는 점점 높아졌나 보다. 역시 허락해주지 말걸, 아차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나는 아이들을 자리에 앉히고 뒤에서 공을 갖고 놀던 수성이, 금성이, 화성이, 목성이를 불렀다. 그런 후 사과를 받게 하려고 태양이와 공에 맞은 적이 있는 사람들을 일어서게 했다. 그런 후 태양이에게 물었다.

 

: 태양아 네가 우는 건 아파서니, 화가 나서니?

 

태양: 둘 다예요. 아프기도 하지만 너무 화가 나요. 맞았는데 사과도 하지 않구요. 제가 어른들 한테도 참지않고 말을 하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솔직히 말하는데 이 상황에 대해서 선생님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요. 선생님은 쟤네들이 공놀이를 하면서 사람을 맞히는데 그냥 내버려두기만 하고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으셨잖아요. 그리고 앞에 앉으면 괜찮은데 저는 자리 배치할 때 뒤에 앉히시니까 항상 공에 맞는 거구요. 저는 선생님에게도 화가 나요!

 

나는 할 말을 잊고 태양이를 바라보았다. 마음이 착잡해졌다. 아이들을 앞으로 나오게 해서 이야기하고 사과를 받게 해주려던 나의 다음 시나리오는 싹 사라지고, 답답함이 올라왔다. 평소 cp가 강하고 똑똑한 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갈등이 빚어진 것은 처음이었다. 모든 아이들의 앞에서 큰 소리로 이야기하는 것을 보니 마음이 좋지 않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도전적으로 이야기하는 모습에 불편함과 못마땅함이 올라온다. 거기다가 자리 문제까지 지적하며 불공평을 이야기하니 난감하였다. 마음은 불편했지만 아이의 지적은 맞는 말이라고 생각되었다. 나의 책임은 인정하되 아이에게도 내 입장은 이야기해야 할 것 같았다.

 

: 그래. 네가 그동안 많이 짜증나고 불편하고 화가 났었겠구나. 참을 만큼 참고 또 참다가 이렇게 이야기한 것 보면 더는 참을 수 없을 만큼 화가 났던 것 같아.

 

태양: , 많이 참았어요.

 

: 선생님에게도 화가 많이 나고 못마땅했겠다. 아무 조치도 취해 주지 않는 것 같아서 속상하고 답답했을 것 같아.

 

태양: (고개를 끄덕인다. )

 

: 네 스스로 이야기 하듯 참을성이 많은 사람이 아닌데 그동안 아무 말도 안하고 참았던 걸 보면 나름 선생님을 배려하려고 노력했구나. 참아보려고 애썼고.

 

태양: (고개를 끄덕인다. )

 

: 그래. 참으려고 노력해준 것도 선생님에게 맞춰주려고 애쓴 것도 기특하고 고마워.

 

태양: (표정이 조금 풀렸다. )

 

: 그럼 태양아, 네가 바라는 것은 뭐야?

 

태양: 친구들이 쉬는 시간에 저를 방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공놀이도 안했으면 좋겠어요.

 

: 그래. 쉬는 시간에는 방해받지 않고 편히 쉬고 싶겠구나.

 

태양: . 저를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너에게 너 혼자만의 시간은 매우 중요하구나. 쉬는 시간에 네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는 일에 집중하고 싶겠어.

 

태양: . 제게는 중요한 시간이에요.

 

: 그럼 하나만 더 물어보자. 앞자리에 앉는 것도 네가 원하는 거니?

 

태양: 늘 뒷자리에 앉으니까 공을 맞게 되고 뒷자리에만 앉히시는 것도 불공평하구요.

 

: 그래. 불공평하게 느껴지고 앞자리에 앉아보고픈 마음도 드는가 보다. 그래. 정말 그렇겠어. 지금 마음은 어떠니?

 

태양: 좀 괜찮아졌어요.

 

: 다행이구나. 선생님의 입장도 이야기하고 싶은데 들어줄 수 있겠니?

태양: (고개 끄덕임. )

 

: 태양아. 선생님이 공놀이를 하게 했던 것은 여학생들이 공을 갖고 노는 것을 보게 되면서야. 여학생들도 저렇게 공을 갖고 놀고 싶어 하니 안전하게만 한다면 갖고 놀 수 있게 배려해주고픈 마음이 들어서. 그러나 친구들이 조심할 수 없으니 오늘 이후로는 공놀이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에 동감한단다.

 

그리고 앞자리 문제인데, 선생님이 앞자리에 앉는 친구들에게는 조건을 제시해. 수학을 어려워하는 수성이, 금성이, 화성이를 지도해 줘야 한다고. 그 친구들 수학을 도와주다보면 앞자리 친구들은 쉬는 시간에 쉬지 못하는 일도 많아. 그 외에도 도와주고 챙겨줘야 할 일들이 많고.

 

선생님이 본 태양이는 수학 문제를 다 풀면 친구를 도와주기 보다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을 더 좋아하는 친구였어. 그런 사람을 그 친구들 옆에 앉히면 어떨까. 네가 괜찮을까?

 

태양: (고개를 저으며) 아니요.

 

: 그렇구나. 태양이는 시간이 생기면 본인이 원하는 것을 하고 싶어 하니까. 그걸 고려했어.

 

태양: (잠시 생각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 그리고 네가 수업 시간에 선생님 몰래 가끔 그림을 그리는 것을 안단다. 그러나 네가 뒷자리에 있고, 네 할 일을 잘 하니까 선생님이 모른 척 하거든. 단 한번이라도 그걸 지적하거나 간섭한 적이 있니?

 

태양: (당황하면서) 아니요.

 

: 그런데 네가 앞자리에 오게 되면 선생님이 모른 척 할 수 없게 되고 잔소리와 지적을 할 수 밖에 없어. 태양이가 많이 불편해질 거야.

 

그리고 태양아. 앞자리에 앉으면 우리 반 토성이와 짝이 되거나 한 모둠이 되어야 하는데 네가 토성이를 매우 불편해하는 것을 알아. 토성이가 친구들을 힘들게 하니까 이해하고 맞춰 주려면 인내심이 많이 필요하거든. 토성이랑 짝이 되거나 한 모둠이 되어도 되겠니?

 

태양: , 그건 안되겠어요. 그렇게 되면 제가 너무 힘들어서 못할 것 같아요.

 

: 선생님은 이 모든 것을 고려해서 너를 뒤에 앉힌 거란다. 지난번에 3번째 줄까지는 당겨줬지만 더 앞자리에는 앉히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고. 태양아. 선생님이 너를 어떻게 대한 것 같니?

 

태양: 저를 배려해주신 것 같아요.

 

: 선생님은 너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에 맞춰서 자리를 배치했었어. 네가 이 조건들을 감당할 수 있다면 선생님에게 이야기하렴. 자리를 앞으로 앉게 해 주마.

 

태양: (당황하며)아니에요. 뒷자리가 좋아요. 저는 공으로 저를 맞히지만 않으면 뒷자리 괜찮아요.

 

: 교실 공놀이는 금지할거고 공은 선생님이 보이지 않는 곳에 정리하마. 그럴 일은 없을 거야. 그동안 힘들었던 것은 미안하게 되었다. 그러나 선생님의 입장과 너에 대한 배려도 알아줬으면 해. 선생님이 너에 대해 어떤 마음인 것 같니?

 

태양: (마음이 풀린 표정으로)저를 잘 아시고, 배려해주셨어요.

 

: 그렇게 생각해주니 다행이구나. (아이들 전체를 보며)혹시 친구들 중에도 뒷자리에 자주 앉는데 앞자리에 앉고 싶은 친구는 쉬는 시간에 이야기하렴. 단 선생님이 이야기한 조건을 감당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고 이야기해주세요.

 

대화는 이렇게 끝났다. 아이들은 사과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고 공 던지기를 한 아이들에게는 점심시간에 운동장 놀이 시간을 더 주려고 노력할테니 교실에서 공놀이 말고 다른 게임을 할 수 있도록 시도해보라고 하였다. 나중에 태양이를 불러서 혹시 그 상황이 불편하지 않았냐고 지금 어떤 마음이 드냐고 했더니 괜찮다며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과 배려해주신 것을 알게 되어서 좋은 마음이 든다고 하였다. 앞자리에 앉고프면 이야기하라고 했더니 민망한 듯 웃으며 괜찮다고 하였다. 그리고 여학생 중 한명은 내게 와서 토성이와 짝은 못할 것 같지만 같은 모둠은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전체 앞에서의 갈등 상황에서 아이와 대립하지 않고 풀어갈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약간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내 입장도 이해받은 것 같아서 다행스러웠다. 고학년이 짝 정하기와 자리 배치에 민감한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 소홀하지 않았는가 살펴졌고, 아이들이 불편하지 않게 잘 어울려 놀 수 있게 도와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