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로 가꾸는 공감교실이야기

116호. 아이들과 소통하며 만들어가는 수업

홍석연(봄) 2021. 5. 18. 12:57

이선희 (평화)

 

금요일 아침 칠판에 '선생님 오시기 전에 나가지 않기'라고 써 놓았더니 현관 앞까지 마중나온 원준이가 눈을 마주치며 새살거렸다.

 

"나가지 말라는 말 보고 뭔 일인가 싶었지?"

 

"인제 선생님 오셨으니까 나갈 꺼예요."

 

장난끼를 담아 말하며 원준이는 나를 따라 계단을 올라갔다.

 

원준이가 놀러가길 간절히 바라는 남자아이들을 대표해서 나온 걸 눈치 채고 원준이와 어깨동무를 하며 내가 상의할 게 있으니 잠깐 교실에서 기다리라고 말했다.

 

교실에 들어서니 아이들이 거의 다 와 있다.

 

"얘들아, 오늘 아침에 많이 추웠지? 오늘은 아침운동하고 무슨 수업을 이어 하기로 했지?"

 

기억이 잘 안 나나보다.

 

"피구요."라고 하는 녀석도 있다.

 

"피구가 엄청 하고 싶은데 못나가고 있어 근질거리겠다. 너희 마음을 아는데 내가 나가지 말라고 한 이유가 있을 것 같지? 생각 좀 해봐. 어떤 공부와 연결해서 생각해야해?"

 

"아하, <가을 나뭇잎 무리 짓기와 관찰하기> 하기로 했어요"

 

서윤이가 생각해내 말해서 물꼬가 트인 것 같았다.

 

"맞아. 그랬지. 근데 왜 아침 일찍 나가지 말라고 했을까. 오늘처럼 추운 날엔 새벽에 서리가 내려. 그러면 나뭇잎이 어떨까?"

 

"젖어 있어요"

 

"젖어 있는 나뭇잎을 주워 무리짓기 공부하긴 어떨까?"

 

"공부하기도 불편하고 손도 시려워요"

 

"아휴, 똘똘도 해라. 그래서 아침활동 시간에 나가지 말라고 한 거야. 그럼 이 공부를 어떻게 할까? 2~3 교시에 하면 어때?"

 

몇몇 아이는 그러자고 하는데 70%정도의 아이들은 뿌루퉁한 표정들이다.

 

"만족스럽지 않은가 보네. 그럼 너희는 1,2교시에 했으면 좋겠어? 좀 추워도 운동장 수업을 했으면 좋겠단 말이지?"

 

간절함이 담긴 큰소리로

"예 예!" 책상까지 치는 녀석도 보인다.

 

간절함을 보고 뜻을 이루어주는 선생님! ㅋㅋ

 

"알았다. 내가 너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너희가 아는데 사랑하는 너희를 위해 재밌있게 수업을 해야지. 그럼 내가 제안할게 있는데 들어보고 선택하면 어떻겠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봤다.

 

"1교시에는 운동을 하려고 해. (~~!!! 좋아서 난리다) 줄운동을 할까, 공운동을 할까?"

 

"공운동해요."

 

"그럼 기본줄넘기 하고 탱탱볼로 공주고받기 운동을 하고 피구를 하자."

 

아이들은 좋다고 엉덩이가 들썩인다.

 

"2교시되면 햇볕에 나뭇잎이 마를테니 그 때 공부할까?"

 

"~~ 선생님 최고!"

 

어차피 할 수업인데 아이들과 상의하며 정하고 만들어가는 수업은 아이들을 더 주인으로 느끼게 한다. 선생님이 상의하는 것이 자신들을 존중해준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비록 9살이어도.

 

공 주고받고 피구를 하니 아이들이 훨씬 자신감 있고 민첩하게 움직였다. 마치고 더하자고 조르는 걸 아쉬움을 남기며 마무리했다. 기대감이 생기게.

 

2교시에 운동장 주변을 돌며 나무 이름을 가르쳐주고 나뭇잎을 모으게 했다.

 

10종류 넘게 나뭇잎을 모아와 모둠별로 무리짓기를 운동장에서 했는데 어느 해보다 즐겁고 재미있었다. 관찰하기도 오감을 활용해 잘도 해냈다.

 

아이들은 행복한 금요일이었다고 좋아했다.

아이들과 소통하며 만들어가는 수업.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