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로 가꾸는 공감교실이야기

제130호. 친구 문제로 교실에 들어가기 싫어하는 아이

홍석연(봄) 2021. 5. 21. 10:02

김학선 (별)

 

문학시간, 민정이는 반 친구랑 싸워서 교실에 들어가기 힘들다며 도서실에 있으면 안되냐고 묻는다.

 

: 계속 교실에 안 들어갔니?

 

민정 : , 1~4교시에 안 들어갔어요. 반 친구랑 싸워서 교실에 들어가기 싫어요.

 

: 이번 시간만 도서실에 있고 싶다는 말이냐?

 

민정 : , 그러고 싶어요.

 

민정이를 데리고 담임선생님께 가서 사정을 말씀드리라고 했다.

 

민정 : . 저 연우와 싸워서 교실에 있기 싫어요. 이번 시간만 도서실에 있을래요.

 

담임샘 : 네가 계속 교실에 안 들어가니 샘은 염려가 된다. 싸웠다고 계속 교실에 안 들어가는 건 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교실에 있어야지.

 

민정이 표정이 안 좋다. 민정이에게 잠시 밖으로 나가 있으라고 했다.

 

: , 민정이가 연우랑 싸워서 관계가 안 좋은 것 같아요.

 

담임샘 : , 교실에 안 들어가고 자꾸 배회하니 걱정되고 버릇될까 걱정돼요. 개인사정이 복잡해서 마음도 안 좋은 상태라서요.

 

: 싸운다고 교실에 안 들어가는 게 염려되나 봐요. 그리고 지속적으로 그런 모습을 보였다면 걱정도 많이 되고 염려되겠어요.

 

담임샘 : , 학교에 와서 교실에 안 들어가고 있으니, 계속 사정을 봐주니까 그걸 이용하는 것 같아요.

 

: 샘이 사정을 봐주니깐 이용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더 이상 아이 사정을 봐주기가 어렵겠어요.

 

담임샘 : 맞아요.

 

: ~ 그래도 아이가 학교 밖을 안 나가고 담임샘께 사정을 얘기하는 걸 보면 샘을 믿는 맘이 있는 것 같아요. 그냥 학교를 나가도 되는데 저를 찾아온 것도, 샘에게 말을 하는 것도 그런 게 아닌가 싶어요. 어떠세요?

 

담임샘 : 그런 점도 있네요.

 

: 저는 담임샘 의견에 따르고 싶어요. 샘이 그 아이를 더 잘 알고 있으니까요.

 

담임샘 : 저야 샘이 데리고 있어준다면 고맙죠. 그렇게 해 주세요.

 

: ~ 도서실에 데리고 있으면서 얘기 좀 나눠볼게요.

 

민정이와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얘기를 나눴다.

 

: 여기가 좋지? 좀 지저분하긴 해도. 그쟈?

 

민정 : , 여기 아침에 밥 먹기도 좋고 조용하고 그래요.

 

: 민정아, 교실에 어떤 이유로 들어가기 싫은지 나에게 말해줄 수 있겠니?

 

민정 : 연우와 싸워서요. 전 친구와 싸우면 같은 공간에 있기 싫어요.

 

: 같은 공간에 있기가 싫고 불편한가봐.

 

민정 : .

 

: 그 반에 다른 친한 친구들은 없냐?

 

민정 : , 없어요. 연우랑 다 친해서요.

 

: , 그렇구나. 그럼 외롭겠고 힘들겠다.

 

민정 : , 외롭고 힘들어요.

 

: 오늘 오전에는 뭐 했어?

 

민정 : 1교시에는 교실에 안 들어가고 2교시에는 아동센터분이랑 상담하기로 했는데 못 하고 3교시에는 그 분이랑 상담하고 4교시는 상담실에서 그냥 있었어요. 교실에 들어가기 싫어서요.

 

: 그랬구나. 상담하고 나서 기분이 좀 어땠어?

 

민정 : 별로요. 기분이 안 좋았어요.

 

: 상담을 받고나서도 기분이 별로 나아지지 않았구나. 지금 기분은 어때?

 

민정 : 안 좋아요.

 

: 안 좋구나. 어떤 기분들이 들어?

 

민정 : ~ 무겁고요. 힘들어요.

 

: 교실에 들어가려면 어떤 기분이 들어?

 

민정 : 교실문 앞에 서면 가슴이 탁 막힐 듯 답답해요. 그래서 교실문을 못 열겠어요.

 

: 많이 답답하구나.

 

민정이는 작년에 내가 가르친 아이가 아니라서 어떤 아이인지 파악이 안 되었고 민정이가 속한 반은 우리학교에서 가장 힘든 반이라 다른 친구들이랑 어울리라고 말하기가 어렵다.

 

민정이는 연우한테 일방적으로 자기가 맞춰주고 있는 것에 억울해하고 연우가 너무 자신의 욕구대로만 따르라고 해서 불만이 있는 것 같았다. 담임샘의 염려대로 교실밖에서 방황할까봐 나도 염려되었다.

 

: 민정이는 이 학교에 어떻게 왔어?

 

민정 : 저는 미용에 관심이 많고 자격증도 따고 싶어요. 근데 누구 때문에 학교를 못 다닐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 나빠요.

 

: 민정이는 미용에 관심이 많아서 이 학교에 왔구나. 그런데 누구 때문에 학교를 그만둘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 나쁘고 어이 없겠다.

 

민정 : , 교실에 함께 있는 건 싫어요. 친구가 있는 반으로 가고 싶어요.

 

: 친구가 있는 반으로 가면 어떻게 될 것 같아?

 

민정 : 그러면 힘도 나고 마음이 편안할 것 같아요.

 

: 민정이는 마음이 편안해지고 싶구나.

 

민정 : .

 

: 나는 민정이가 기특해. 어떤 게 기특하냐면 네가 이 학교에 온 목적이 분명한 게 미용에 대해서 관심이 많고 자격증도 따고 싶다는 바람도 가지고 그게 참 기특해.

 

민정이가 살짝 웃는다.

 

: 샘 얘기 듣고 어때?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것 봐서 기분이 좋아 보이는 것 같아.

 

긍정적인 감정을 거의 표현을 안 해서 내가 알려줬다.

 

민정 : . 기분이 좋아요.

 

: 네가 기분 좋다고 하니 나도 기분 좋구나.

 

수업종이 쳤다.

 

: 지금 기분은 좀 어때?

 

민정 : 아까보다 가벼워졌어요.

 

: 가벼워졌다니 샘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