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로 가꾸는 공감교실이야기

제151호. 선생님을 닮아가나 봐요

홍석연(봄) 2021. 5. 25. 11:01

주혜란 (복숭아)

 

기특하다 아이들이.

 

내가 화가 난다’ ‘실망스럽다’ ‘어떻다감정을 표현하면 애들이 바로 화가 나셨군요.” 하고 내 마음을 알아준다. 그것도 아주 당당하게! 조심스럽지 않다는 게 아주 맘에 든다.

 

기특하다 아이들이. 흐뭇하기도 하다.

 

수업 시작 시간 안 맞춰 들어오거나 수업 중 시끄럽게 할 때 뒤에 서 있다가, 반성하면 선생님한테 오라고 했다. 아이들이 반성했다며 한 명씩 와서는 내가 내 감정을 말하지도 않았는데 실망하셨겠어요.’라고 먼저 마음을 알아주려고 한다. 딱 한마디 말이지만 그렇게 하려했다는 자체가 예뻐서일까 마음이 눈 녹듯이 다 풀린다. 더 맘에 드는 건, ‘그리고 또 어떠셨어요?’라고 내게 물어봤다는 거다. 남은 감정까지 알아주려하다니 놀랍다. 그러고는 죄송합니다.” 인사하고 공손히 자리로 들어간다. 예쁘다. 잘못한 걸 바로 인정하고 선생님 마음까지 알아주다니 칭찬을 팍팍 해줬다.

 

아이들이 솔직해진 것 같다. 그리고 나도 잔소리 많이 할 필요 없어 좋고 애들과 나 사이의 관계가 깔끔한 것 같아 만족스럽다.

 

궁금해졌다. 혹시 부모님에게도 애들이 써봤는지...

 

기뻤다. 한 아이는 화가 난 아빠의 마음을 알아드렸더니 아빠가 칭찬해주시며 아빠로부터 자전거 선물을 받았다고 했다. 다른 아이는 엄마가 인정받는 것 같아.’라는 말을 들었다며 기분 좋다고 했다. 또 다른 아이는 엄마가 누가 가르쳐줬냐고 물어보셔서 담임 선생님께서 알려주셨다고 했더니 선생님이 너희를 많이 사랑하시나보다.’라는 말을 들었다며 기분 좋다했다. 어떤 아이는 엄마가 웃으셨다며 좋다고 했다.

 

걱정됐다. 한 명은 엄마 마음을 알아드렸더니 엄마는 좀 그래.’라며 안 좋아하시는 것 같다고 했다. 막막했다. ‘... 왜지? 무엇이 문제지? ... 어떻게 해야 하지?ㅠㅠ

 

그래도 아주 반갑고 흐뭇했다. 아침 10분 동안 감정 공부시킨 게 나비효과처럼 뭔가 긍정영향을 끼친 것 같아서 말이다.

 

우리 반이 제일 힘들다고 전담 선생님들로부터 하소연을 듣기도 하고 다른 반 선생님으로부터 우리 반에 힘든 애들이 많이 갔다는 말을 들어 매일 매일이 헉소리 나긴 하지만 정말 기뻤다. 동학년 선생님들께서 ‘7반 애들은 말을 참 예쁘게 해. 담임 선생님을 닮았어.’라고 말씀해 주셨다. 어찌나 기쁘던지. 말을 예쁘게 하는지 안하는지 스스로는 잘 모르지만 그렇게 여겨지고 있구나 인정받는 것 같아 좋았고 말썽꾸러기들이긴 하나 말을 예쁘게 한다는 칭찬을 들으니 흡족하고 기뻤다. 감사드렸다.

 

나도 인정된다. 꼴보기 싫을 정도로 미울 때도 많고 이해 안 될 때도 많지만 애들이 말을 예쁘게 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서 말이다. 참 다행이다 싶다. 안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