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로 가꾸는 공감교실이야기

제167호. 친밀한 관계를 넘어 진짜 교사공동체로 한걸음!

홍석연(봄) 2021. 6. 3. 14:26

추주연 (단풍나무)

 

초등학교 1학년 선생님들의 전문적 학습 공동체 모임에 강의 지원을 나갔다.

 

자주 모이고 서로 허물없이 이야기하는, 퍽 관계가 좋은 교사들 모임이었다. 보기 좋고 함께 있는 것이 즐겁고 편안했다.

 

강의 중에 <칭찬스티커를 내용으로 한 영상>을 함께 보고 영상을 보면서 든 기분, 생각, 본심을 말하도록 안내했다.

 

A교사: 저는 영상을 보면서 칭찬스티커 안쓰길 잘했구나 싶어 다행스러워요. 꼼꼼하게 관리할 자신이 없기도 했구요. 또 착한 아이들조차 칭찬 스티커 때문에 뭔가를 하는 건 진짜 내면의 힘으로 하는 게 아니니까요. 아이들이 마음으로 우러나와 행동하길 바라는 거죠.

 

나: 선생님은 다행스러우셨군요. 안심되셨겠어요. 정말 바라는 건 아이들이 진심으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행동을 하게 되길 바라시나봐요.

 

A교사: 네, 맞아요.

 

B교사: 저는 칭찬스티커를 사용해요.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해요. 혹시라도 소외받는 아이가 있을까봐 다양한 영역으로 스티커를 주거든요. 아이들이 좋은 행동을 더 많이 하게 되는 건 사실이에요. 학기말에는 스티커를 많이 받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데 아이들이 정말 좋아해요. 졸업한 아이들도 그 시간이 기억에 남는다고 제일 많이 이야기하더라구요.

 

나: 영상 보면서 불편하진 않으셨어요?

 

B교사: 칭찬스티커의 안좋은 점을 부각한 것 같아요. 좋은 점이 많지만 영상에서처럼 소외받는 아이들이 생길 수 있죠. 저도 늘 마음 쓰는 부분이라...

 

나: 긍정적인 효과도 있는데 안좋은 점만 부각한 걸로 보이면 마음이 편치 않으셨을 것 같아요.

 

B교사: 그렇긴 하지만... 저도 마음이 쓰였어요.

 

나: 선생님도 늘 고민하는 부분이셨군요. 아이들의 좋은 행동을 유발하는데 효과적이고.. 게다가 이걸 유지하는데 많은 노력과 에너지를 쓰셨을 것 같아요. 정말 부지런해야 할 수 있는 거잖아요. 학기말에는 아이들이 오래 기억할 만큼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주셨다니, 단순히 스티커제를 운영한 걸로 보이지 않아요. 아이들에 대한 마음이 크니까 가능하셨을 것 같아요.

 

A교사: 맞아요. B샘은 정말 부지런하신 거예요. 전 그렇게 할 엄두도 못낸 거죠. 끝까지 챙기시는 건 정말 대단한 거예요.

 

B교사: 네, 꾸준히 하려고 애썼죠. 그러면서도 늘 고민스러웠던 건 하나의 기준으로 스티커를 준다는 게 어떤 아이들은 소외시키게 될까봐 걱정됐어요. 집에 가면 후회가 됐구요.

 

나: 선생님은 아이들을 누구 하나 소외시키지 않고 한 명 한 명 알아주고 북돋워주고 싶으셨군요.

 

B교사: 네 맞아요. 그게 꼭 스티커가 아니어도 될 것 같아요. 안그래도 2학기에 다시 해야 하나 고민이었는데 제가 바라는 건 한 명 한 명 알아주고 키워주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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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반이 나뉘고 민감할 수 있는 주제라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선생님들의 마음속 본심을 알아주는 것은 결국 서로를 이어주는 과정이다.

각기 다른 생각을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서로의 본심이 확인되는 순간은 그래서 편안하고 뭉클하다. 

그저 친밀한 관계를 넘어 함께 수업과 교육을 이야기할 수 있는 공동체로의 한 걸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