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교실쌤들의 마공이야기

2022학년도 1학기를 보내며(토마토)

민숙영(토마토) 2022. 7. 23. 17:00

학생들과 처음에는 잘 지내다 6월쯤 되면 관계가 힘들어진다. 처음에 잡지 않아서라고 남들은 말하지만, 나는 학생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자 경계선이 헐렁해지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난 아직도 언제든 마음먹으면 학생들을 잘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못하다. 본심은 학생들과 소통하며 잘 지내고 싶음이다. 그런 본심이 통하는 반은 수업이 즐겁고 신난다. 아닌 반은 힘들다.

2022학년도 중학교 3학년 교과 수업 중 나를 긴장시키는 . 부정적인 말투로 남학생들이 날을 세운다. 그중에서 가장 힘든 말꼬리 잡는 학생 A, 분위기를 함께 흐트러뜨리는 학생들(B,C,D)이 있다. 나 나름대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B,C는 개인 상담 완료. 조금 좋아졌다 말았다가 반복되는 상황이었다. 3회 수업 중 2번이 체육 다음 시간이다. 남학생들 몇 명이 수업 시작하면 물 먹으러 가겠다고 하고, 화장실 가겠다고 한다. 횟수를 줄여 수업에 집중하도록 하고자 화장실, 보건실, 음수대 사용을 기록했다. 게다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시험 직후에 자유시간을 주고 방학 전날 30분 수업하고 남은 15분 영화를 보여줬다.

영상을 틀고 나니 B 학생이 수업 중 벌떡 일어나 뒤로 걸어간다.

: “어디 가니?”

B 학생: 껌을 뱉으러 가요.”(학생들이 껌 씹었어? 라고 웅성거린다)

나: "자리 이동하면 안 된다.( 마지막 날이라 그냥 넘어가고 싶은데, 보는 눈이 있어 모른 척할 수도 없다. 공평해야한다.)

B 학생: 껌 씹은 것 쪼잔하게 적을 거죠?”

: “쪼잔하게 적는다

B 학생: 남의 자리에 앉으며 그럼 과자 먹어야지하며 입에 과자를 넣는다.

분위기가 엉망인 상황에서

D 학생: “질문 있는데요, 영어 선생님은 2학기에 바뀐다는데, 선생님은요?”(당시엔 나의 노력이 인정받지 못해서 어이없고 화나고 억울하고 분했다. 잠시 후 이성을 찾으니, 부처도, 대통령도 욕먹는데, 내가 뭐 잘났다고..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 “나도 2학기에 너희 반 몇 명은 바꿨으면 좋겠다.”

A 학생: “저 영상 저작권 위반 아닌가요?” 

순식간에 분위기가 엉망이 되었다. 영상을 끄고 멈춰 있다가 종이 쳐서 나왔다.

여학생 한 명은 문까지 나오며 고개를 90도로 숙이며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고, 남학생 한 명은 상담실에 뛰어가서 학급에 예의 없는 학생들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도와달라고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B 학생과 D 학생은 뒤따라 나오며 잘못했다고 했다. B학생과 D학생은 마음그릇으로 그들과 나의 이야기를 나눴고 반성문을 써 오기로 했다.

다음 방학식 날. 우연히 연수 일정 변경 카톡을 참바람님께 연락드리다 도움을 요청했다. 참바람님께서 흔쾌히 내 고민을 들어주시고, 해결책도 알려주셨다. ( 이 기회에 인사드립니다. 참바람님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내가 힘들어하고 긴장하게 만드는 A 학생과 관계가 가벼워졌다.

A 학생과 마음 그릇으로 이야길 나눴다. 저작권 이야기가 나에게 시비를 걸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내가 화장실과 자리 이동 통제하는 것이 힘들었고, 2학기에 너희 반 몇 명은 바꿨으면 좋겠다는 말에 상처받았다는 이야길 했다. 내가 상처 준 것은 미안하다고 했고, 오해한 부분은 풀었다. 이야기 나누기 전에 부정적인 감정은 10개를 체크했는데, 나누고 나서는 가볍고 기쁘고 편해졌다고 했다

공감교실 덕분에 짧은 시간에 학생들과 나의 마음을 나눌 수 있어 감사하고, 위기 상황에서 도움받을 선생님들이 계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편안한 방학을 맞이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