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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교실쌤들의 마공이야기

남편(?)이 내편(!)이 될 수 있을까?

김영숙(들꽃) 2022. 9. 14. 23:27


저녁식사를 마친 후 남편과 함께 집 근처로 산책을 나갔다. 저수지 주변의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여러 걱정거리들이 떠올랐고 남편에게 이해받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요즘에 내가 느끼는 감정들을 이야기하며 나의 힘듦을 남편이 오롯이 수용해 주고 공감해 주길 바랐다. 그러나 내 바람과는 달리 남편은 자신의 생각과 판단이 개입된 말을 이어나가며 나를 허전하게 만들었다. 남편과의 대화가 진행될수록 답답하고, 외롭고, 막막하고, 서러워졌다.

"자기야, 난 당신이 내 말을 그냥 그대로 수용해 주면 좋겠어. 아무 판단도 하지 말고 그냥 무조건적으로 받아주면 안 될까? 자기랑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벽에 가로막히는 느낌이야. 막막하고, 답답하고, 허전하고, 힘들고, 외로워."

"내 얘기 듣고 어때?"

남편은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평소에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어 왔기에 정말 지긋지긋하다는 생각이 올라왔다. 그냥 무조건적으로 수용해 주는 게 그렇게 힘든 일일까? 내 마음을 몰라주는 남편이 야속하고 밉기까지 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 남편이 입을 열었다. 내용인즉슨 자신도 조만간 큰 결정을 해야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어 마음이 많이 조급하고 여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더 나에게 현실적인 말을 하게 되는 거라고.

남편의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니 미안함과 안쓰러운 마음이 올라왔다. 남편도 참 많이 힘들었겠구나. 자신의 마음이 감정들로 꽉 차 있는데 다른 사람 말이 들어올 리 없고, 여유롭게 품어주기도 힘들겠지.

나의 힘듦만을 생각하며 남편의 상황을 살피지 못한 내가 아쉽고,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 자기, 나한테 다 얘기해봐. 내가 다 들어 줄게. 그리고 자기도 내가 얘기할 때 충조평판 하지 말고 그냥 공감만 해줘. 알았지?"

남편은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을 했지만, 그게 그리 쉽게 되지 않을 거라는 걸 난 알고 있다. 그동안 함께 살아오면서 수도 없이 반복되었던 일이기에...
하지만 가랑비에 옷이 젖듯 조금씩조금씩 달라지는 남편의 모습을 보고 싶고, 그렇게 만들고 싶다.

내 감정을 알아주고, 공감해 줄 수 있는 남편 만들기, 아니 내편 만들기, 이제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