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혜영 (외계인)
마음리더십 공부가 있는 세번째 일요일 저녁은 한 달 중 마음이 가장 깨끗한 때. 공부하고 집에 돌아오면 세상 아름다운게 신랑까지 귀여워 보인다.
1박2일 아무 불평 없이 애들 돌본 게 고마워 술약속 나가는 신랑을 순순히 보내고 아이들과 저녁을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용돈을 주는 대신 '놀이방 관리'를 큰 아이에게 맡겼는데 자기가 치우라고 해도 동생이 말 안듣고 화를 내면 어떡하냐며 아까 있었던 이야기를 한다. 어느새 작은 아이가 달려와 언니가 먼저 화를 냈다며 경쟁적으로 자기 이야기를 한다.
오호~기회다. 다살림 갈등 조정을 해보자!
나: 얘들아. 아까 서로에게 화나는 일이 있었나봐.
큰: 아니~나은이가~~
작: 아니~언니가~~
(누가 먼저 얘기해볼까? 라고 했어야하는데 타이밍 놓치고 큰 아이가 얘기하기 시작한다)
큰: 나은이가 거실에서 줄넘기 하는데 쿵 소리가 나서, 내가 하지 말라고 하니까 화내면서 내 머리끈을 바닥에 던지잖아.
작: 언니가 화내면서 얘기했잖아!
큰: 화내면서 얘기 안했고 그런데 내가 왜 던지냐니깐 탁자에 올려놓으면서 또 던지잖아. 그래서 화가났다구.
나: 가은이는 쿵소리 나서 아랫집 아저씨 올라올까봐 걱정되었구나(몇번 경험 있음)
큰: 응. 근데 나은이가 화내면서 내 물건 던지니까 어이없고 화나지.
나: 걱정되고 어이없고 화도 났겠다.
작: 근데 언니가 화내면서 얘기했다구!
나: 너도 화가났겠다. 언니가 화내는것처럼 느껴졌으면. 또 어떤 기분 들었어?
작: 무서웠어. 그렇게 화내는 거 처음봐서(눈물 흘린다). 나를 싫어하는거 같고.
나: 진짜 무서웠겠다. 언니가 나은이를 좋아해주면 좋겠는데 화내서. 가은이는 나은이 얘기 듣고 어때?
큰: (공감 못하는듯, 귀찮다는 듯)남의 물건 던지니까 화가나지.
나: 어 그래서 니가 화가 났지만 지금은 나은이 감정 알아주자. 무서웠겠다라고 이야기해줄래.
큰: (건성으로)무서웠겠다.
나: (큰애 태도가 걸리지만 중재자의 균형을 생각하며 정신 차린다.)나은이는 언니 얘기 듣고 어때?
작: 음..조금은 풀렸어.
나: 응 언니가 무서웠던거 알아주니까 조금 풀렸구나. 언니는 걱정되고 화났다고 하는데 그건 이해돼?
작: 응
나: 그럼 언니 걱정되고 화났겠다라고 얘기해줄 수 있어?
작: 언니 걱정되고 화났겠다.
나: 가은이 나은이 말 듣고 어때? 나은이한테 해주고 싶은 말 있어?
큰: 응 너무 화내서 미안해.
나: 언니가 화내서 미안하대. 나은이는 앞으로 언니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작: 화내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 화내지않고 상냥하게 이야기해주면 좋겠구나. 가은이 그럴 수 있겠어?
큰: 응
나: 말로 해줄래?
큰: 앞으로 화 많이 않내고 이야기 할께.
나: 가은이는 나은이한테 바라는거 있어?
큰: 하지말라고하면 안하면 좋겠어.
나: 니 말을 잘 들어주면 좋겠다는 거구나.
큰: 응
나: 나은이 언니한테 말해줄 수 있어?
작: 앞으로 언니가 말하면 잘 들을께.
나: 지금 기분은 어때?
큰: 샤워한 기분이야. 사실 아까 이 얘기 안하고 싶었거든. 근데 지금 시원해. 나은이가 무슨 초능력 파괴자 같아.
나: 응? 초능력 파괴자?
큰: 응 내 마음을 부수고 다시 지었거든.
나: 그 표현은 대단하다!
작: 난 따뜻해. 그리고 언니가 진심인거 같아.
나: 그럼 엄마에 대해서 드는 기분은 어때?
큰: 고마워
작: 멋져
나: 엄마는 첨에 걱정했는데 지금은 잘 풀린 거 같아서 기쁘고 시원하고 너희가 기특하고 고마워. 엄마가 잘 도와준거 같아 뿌듯하고 ㅋ
지금 드는 기분
*설렌다, 뿌듯하다, 신기하다, 기쁘다, 기대된다 - 적용해봤는데 효과가 있어서
*아쉽다 - 막상 적용하려니 막 헤매서 아이들 마음 비우기를 충분히 못한 것 같다. 뭔가 조급했고 그래서 연결이 부자연스러웠던거 같다.
*기특하다, 대견하다, 고맙다, 놀랍다 - 엄마가 이렇게 헤매는데도 자기 감정을 잘 찾고 표현하는 이 아이들이 내 딸들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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