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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교실쌤들의 마공이야기

데카르트를 떠나보내며

마음 풍경 2021. 9. 29. 11:08

고등학교 윤리시간에 접한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명언이 나에게는 유독 가슴깊이 와닿았다. 그 이유는 다혈질에 행동이 앞서는 나는 침착하지 못하고 쉽게 흥분하는 편이라 실수가 많았기 때문이다. 내가 너무 동물적이라 느껴져 이성적 사고를 중요시하고자 이 명언을 참 좋아했고 사려깊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타고난 기질이 쉽게 변하지 않는지라 나는 차선으로 능구렁이 방식으로 삶을 살기로 했다. 최대한 감정표현을 자제하고 좋은게 좋은거고 중도적인 사람으로 거듭나기를 통해 지금의 나는 과묵하고 관대하고 포용력이 있고 평온한 사람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올 3월에 공감교실을 통해 나의 관점이 변하기 시작했다. 나는 학생들과 상담시, 엘리스의 인지정서행동이론, 벡의 인지행동치료, 우볼딩의 현실치료에 많이 의존했다. 인지정서행동이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따라 정서와 행동이 결정되어진다는 것으로 학생들의 비합리적인 생각을 찾아내 그 생각이 너한테 도움이 되니, 증거가 무엇이니, 행복하게 해주니 등의 질문으로 학생들의 생각을 변화시키려 했다. 인지행동치료는 인지적 왜곡을 찾아서 생각을 바꾸는 것으로 인지적 오류로 어떤 결과가 일어날까, 다르게 볼 수 있다면, 만약에 친구가 너와 똑같은 상황에 있다면 너는 뭐라고 말해줄거야 라는 등으로 합리적 반응을 이끌어 내고자 했다. 나는 그동안 대학원에서 배운대로 적절한 공감과 (비)지시적 방법을 통해 학생이 지닌 문제를 경감시키려 하였다. 그러면 대다수의 학생은 환한 얼굴로 문을 나서지만 한 두명은 머리로는 알겠는데 마음이 안된다며 그게 더 고통스럽다며 다시 찾아온다. 나는 공감교실을 통해 이 답을 찾은 것 같다.

만남일기를 쓰면서 느낀 것은 감정이 생명체라는 것이다. 생명체라서 안 알아주면 알아달라고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낸다. 따라서 인간은 자신의 감정을 앎으로써 존재의 의미를 확인하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지구는 자신이 살아있음을 변화 무쌍한 날씨를 통해 증명한다. 사람의 감정도 하루에도 수없이 변하는 것이 당연함을, 그것을 억제하지 않고 표현함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우리를 안정시킨다는 것을 만남일기를 통해 알게 되었다. 인간은 보이지 않는것에 더 큰 불안을 느낀다고 한다. 만남일기에 자신의 감정을 쓰다보면 내 안에 있던 다양한 감정들이 연달아서 올라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복합다단한 감정을 직접 글로 써보고 표현함으로써 어떠한 것을 두려워하고 슬퍼하고 있는지를 우리 뇌에게 보여주고 확인시켜줌으로써 안심되는 것 같다. 현재의 나는 전과 달리 감정을 억제하지 않고 소중히 다뤄줌으로써 사는게 즐겁고 행복하다. 이 방법을 알고나서 나는 학생들에게 만남일기를 수시로 쓰는 것을 권한다. 만남일기를 씀으로써 나의 어지러운 마음이 정리되고 편안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