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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교실쌤들의 마공이야기

아프고 난 뒤 남은 것

알 수 없는 사용자 2021. 9. 28. 15:43

마음이 먼저일까? 건강이 먼저일까? 아프고 나니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라는 70년대쯤 유행했던 표어가 떠오른다. 지난 2020년부터 코로나와 함께 내 마음에도 여러번, 여러군데 생채기가 났다. 마음 공부도 하고 기도도 하고 다스려보려 애를 그리고 또 애를 썼으나, 마치 상처위에 찬물이 닿으면 쓰리듯 그렇게 간간히 낫기와 아프기를 반복했다. 주말에는 미친듯한 두통이 나를 괴롭혔고, 두통 다음에는 쳇기가, 쳇기다음에는 밥맛도 의욕도 없어져 버렸다. 결국 1년이 지난 올 여름방학에 "이석증"이 짠 하고 와버렸다. 3개월째 이석증 치료를 받으면서 컨디션이 안좋은 날에는 그야 말로 아무것도 하기 싫은 시체가 되어 버렸다. 아침에 출근을 하며 "아 오늘은 반드시 조퇴를 하고야 말거야"하다가 어느새 퇴근시간까지 견디다가 이렇게 10월의 문턱에 와 닿았다.

아프면서 변한게 있다면 무뎌지는 연습을 시작했다는 거고, 말수가 줄었다는 거고, 나를 먼저 생각하게 되었다는 거고, 유난을 떨지 않게 되었다는거고,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는 거고, 한의사 샘 말을 맹신하게 되어 먹지말라는 건 안먹게 되었다는 거고, 아침 저녁으로 이원태 샘이 준 약을 빠트리지 않고 챙기게 되었다는 거고,무엇보다 매일 퇴근 후 1시간 20분 씩 비가오나 바람이 부나, 컨디션이 바닥을 칠때도 탄천을 걷게 되었다는 거다.  그리고 그런 날 들이 반복되어 드뎌 수면제를 먹지 않고도 잠을 자는 날이 늘어났고, 두통약을 일주일에 한 번만 먹어도 지날 수 있다는 날들이 감사하다.

이런 폭풍같은 시간을 견디며 올 초 내가 새롭게 시작한 공부한 게 바로 이 마음 공부다. 처음에는 연수를 들어도 도대체 무슨말을 하는지 도통 이해 되지 않았다. 그야말로 모든 단어들이, 모든 언어들이 내 머리에 부딪쳤다 튕겨나가는 느낌이었다. 반복되는 툴도 매번 새로웠다. 시간이 지나 내가 촉진자가 되었을때 "아.......내가 무슨 촉진자를 하냐?""나를 가면에 가두고 무슨 촉진자야?""내가 가진 아픔도 못 돌보면서 무슨 공감이냐"이러다가 나도 모르게 공감 비슷한 것을 하고 있던 금요일 밤. 나도모르게 접속했던 수요일, 목요일 정기모임 연수가 떠오른다. 편안한 날들만 지속되었다면 이 공부를 나는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마음 돌봄을 내 삶의 맨 뒤쯤 어딘가에 두고, 이런 공부를 왜 하는 거냐? 하고 근처도 얼씬 그리지 않았을 나다. 삶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건 참 힘든 일이지만, 그래서 더 깊숙히 나를 바라보고 더욱 본질에 다가가는 시기가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이 마음공부는 나를 더욱 나로 바라보는 시작점이지 않을까?

얻은 것 들이 많으니 돌려줘야 한다는 생각이 의무가 되지 않고 기쁨이 되기를,  콩나물 시루에 물이 다 빠져도 콩나물이 자라듯 편안샘의 강의가 들리지 않아도 조금의 단단함이라도 남아 나를 편안케 해 주기를......,기쁨과 단단함이 차곡차곡 채워져 어느새 아픈 타인을 깊이 공감하게 되기를, 무엇보다 아이들을 순간 순간깊이 사랑하게되기를......마침내 그들이 표현하지 않는 무언의 언어를 알아챌 수 있기를......

오늘도 서가를 맴돈다. '아! 2학년 아이들이 학교에 다시 언제오냐?'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