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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호. 관념에서 사실로 데려오기

홍석연(봄) 2021. 5. 24. 10:20

김정석 (소망)

 

찬영이가 병원에 가고 싶다면서 찾아왔고, 어머니께 전화로 허락을 받겠다고 한다. 어머니와 통화 후, 허락을 안 해 주셨다면서 운다.

 

- 선생님 : 엄마가 허락을 안 해 줘서 서러운 거냐?

 

- 찬영 : .. 그래요.

 

- 선생님 : 서럽기도 하고, 다른 것도 있나 보구나.

 

- 찬영 : 지난 번 일 이후로 슬럼프가 오는 것 같아요.

 

지난 번 일이라 함은 왕따를 당한다고 호소했던 일이다. 찬영이가 겪는 슬럼프가 얼마나 깊고 오래 지속될지 지난 번 상담을 통해 아는지라 아득해졌다. , 지난 번 일이 다시 재론되는 것 같아 머리가 아팠다.

 

슬럼프가 오는 것 같다는 말에 기분이 어떠냐고 물을까 하다가 새롭게 시도해 보기로 마음 먹었다. 슬럼프가 오는 것 같다는 인식을 가지게 한 사실이나 사건을 규명하지도 않고 공감해 들어가면 찬영이가 해석한 생각들 사이를 부유하다 미궁 속으로 빠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 선생님 : 슬럼프가 오는 것 같구나. 걱정되고 불안하겠어.

 

- 찬영 : .

 

- 선생님 : 그런데, 슬럼프가 오는 것 같다고 느낀 데에는 너한테 어떤 일이 생겼기 때문인 것 같은데, 무슨 일 있는 거야? 아무 일 없이 그런 생각이 들지는 않을 것 같은데...

 

- 찬영 : (생각을 해 보더니) 뭐 그리 큰 일은 아닌데, 지난 번 일을 극복해 보려고 요리학원에 등록해서 매일 버스 타고 학원에 가야 해요.

 

- 선생님 : 그래. 몸도 마음도 지치겠구나.

 

- 찬영 : 마음은 괜찮은데, 몸이 힘들어요. 엄마는 그만둬도 된다고 하세요.

 

- 선생님 : 마음은 괜찮은데, 몸이 힘들구나. 엄마는 그만둬도 된다는데 그만 두지 않는 이유가 뭐야? 그냥 속 편하게 포기하면 되잖아.

 

- 찬영 : 요리하는 게 좋으니까요. 포기하는 것도 싫고요.

 

- 선생님 : 몸이 힘들어도 다니는 건 요리하는 게 좋고, 포기하는 게 싫다는 말이지. 무엇보다 네 삶을 잘 꾸려가고 싶은 마음이 참 크네. 요리를 배우고 싶은 열정도 있고. 그러니 몸이 힘들어도 참고 다니지.

 

- 찬영 : .

 

- 선생님 :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나 자존감이 무척 강하구나. 멋진걸. 지금까지 말하고는 어떠냐?

 

- 찬영 : 좋아요.

 

- 선생님 : 그래. 근데, 아까 몸은 힘든데, 마음은 괜찮다는 거 말이야. 몸이 힘들면 마음도 힘들지.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고 또 엄마가 어려운 형편에도 요리학원 보내주는 거 아니까 마음은 괜찮다고 하는 거 아니야?

 

- 찬영 : .

 

- 선생님 : 그래, 마음도 힘들지. 부담도 되고. 그런데, 내가 보기엔 너 스스로 힘들어하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 데 어때?

 

- 찬영 : 제가 하고 싶은 일이니까요.

 

- 선생님 : 그래. 네가 하고 싶은 일이니까. 그래서 힘들어도 참고 하는 거지. 너를 위해서. 힘든 마음하고 하고 싶은 마음, 두 마음이 다 있다는 거 알겠니?

 

- 찬영 : .

 

- 선생님 : 근데, 그 두 마음 중에 어떤 게 더 커?

 

- 찬영 : 하고 싶은 일 하고 싶은 마음요.

 

- 선생님 : 그래. 그렇구나! 그럼 뭐가 걱정이니. 힘들 때 힘든 너를 보살펴 주면 되지. 나중에 요리사 되면 나한테 요리 대접해 줘라.

 

- 찬영 : .

 

마음일기를 쓸 수 있는 종이를 주면서 일주일에 2번 이상 적어보라고 일렀다. 이 녀석에게는 이 과정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꼭 있었던 일을 적고 시작하라고 일러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