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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호. 학교에서 행사 진행하기

홍석연(봄) 2021. 5. 24. 10:24

신지원 (온돌)

 

>> 나의 성향

 

나는 학교에서 보통 학년단위, 전교생 단위 행사를 많이 하는데 성격상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다. A성향이 강해, 계획한 대로 차질 없이 행사가 진행되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다 여겨질 때 짜증과 화와 못마땅함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거기에 AC 성향이 붙어 행사 전엔 불안하고 긴장되고 돌발 상황에 순발력 있는 유연한 대처가 잘 안 되고, 행사를 망쳤다 인식되면 자책이 몰려오고 선생님들에게 눈치가 많이 보인다.

 

신규 때는 이게 참 힘들었는데 그나마 경력이 쌓이면서 마음의 여유도 조금 생기고 노하우도 생겼지만... 그 노하우라는 게 철저하게 준비를 하고 또 해서 실수를 줄이는쪽으로 발달해 왔다. 그러나 행사란 항상 돌발 상황이 생기기 마련이고, 나는 늘 그에 대한 준비를 왜 미리 못 했을까?’하며 자책하는 일을 반복해 왔다. 그래서 웬만하면 일을 잘 안 벌이는데, 이번엔 예산이 내려와서 일을 벌일 수밖에 없었다. ,.

 

>> 상황

 

내가 방송교육을 15분 가량 진행하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각 반에서 담임샘들이 학생들에게 엽서쓰기를 진행하고 사은품을 돌리는 행사였다. 방송교육이 10분쯤 지나는 시점에서(거의 끝나간다고 인식되는 시점) 교실에 음향이 안 들린다는 한 담임샘의 전화를 받았다. 순회를 돌고온 방송부 학생이 그 외에도 2개 반이 더 음향이 안 들리고 TV가 안 틀어져 있는 반도 많았어요.' 말한다. 방송 담당 샘께서 들어와 음향 문제를 해결해주시고, 나는 방송으로 음향전송 차질에 대해 양해를 구한 뒤 얼마 안 남은 방송교육을 마무리하고 자리로 돌아왔다.

 

'행사가 망했다.'는 생각과 함께 짜증과 화가 몰려와 앉아서 짧게 마음 관리를 했다.

 

>> 마음관리

 

답답하다 짜증난다 짜증이 많이 난다 짜증이 정말 많이 난다 화가난다 화가난다 화가난다 화가난다 화가난다 화가난다 화가난다 화가난다 화가난다 화가난다

 

못마땅하다.

자기 역할들을 제대로 안 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짜증이 많이 난다.

기껏 고생해서 준비한 행사가 어그러졌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화가난다

제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미안하고 위축된다. 눈치 보인다.

담임들이 고생했을 것 같아서. 그래서 나를 못마땅하게 여길까봐.

 

짜증난다.

계획대로 돌아가지 않아서.

 

억울하다.

방송 음향이 송출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진행이 미숙하다 여길까봐. 내가 그런 게 아닌데...

 

(지금 여기)

화난다. 못마땅하다. 속상하다. 속이 많이 상한다. 눈치 보이고 위축된다. 의기소침하다. 우울하다. 못마땅하다. 속상하다.

 

( 소감 ㅡ 조망과 성찰하기 )

화와 짜증이 좀 빠져나가고 나니 속상함이 크게 몰려왔다. 화에 가려 잘 못 느꼈던 진짜 감정은 속상함이었던 것 같다. 애써서 준비한 행사가 망쳐졌다는 생각에 속이 많이 상했다. 속상한 마음을 중얼거리며 좀 더 풀었다.

제대로 진행된 반이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 그러면 안심 될 것 같다. 고생했을 담임들의 마음을 헤아려주고 싶다. 그러면 나도 마음이 편하고 눈치가 덜 보일 것 같다.

 

>> 문제 해결

 

마음관리를 하고 나니 내가 문제로 여기는 점들이 인식되었다.

 

1. 나는 행사가 정말 망했는지 반응을 아직 확인하지 않고 막연하게 전반적으로 망했다고 인식고 있었다. 긍정적인 반응도 있고 부정적 반응도 있을 테니 어느 정도 망했는지 확인해보면 될 일이다.

 

2. 가장 걱정되는 건 행사를 진행하는 샘들이 불편을 겪었을 것과 그로 인해 나를 못마땅하게 여길 꺼라는 생각들인데 이건 관계문제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 불편했을 마음을 헤아려주면 될 일이다.

 

>> 문제 해결을 위한 행동

 

담임 선생님들에게 메신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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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조회시간부터 행사로 분주하고 바쁜 시간 보내신 담임선생님들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방송상태가 고르지 못해 음향송출이 안 된 반들도 있었는데, 당황스러우신 와중에 행사 진행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행사 잘 마쳤습니다~

저희 부서에서 진행하는 각종 행사와 가정통신 회신문 수거에 항상 고생하시는 선생님들께 감사한 마음 뿐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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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세지를 쓰면서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들면서 순간 울컥함이 올라왔다. 내가 담임들의 도움을 참 많이 받으며 학교생활을 하는구나가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그러고는 5명의 샘이 답을 해주었는데, 메세지를 보고는 안심이 크게 되었고 너무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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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선생님~ 수고하셨습니당^^ 칫솔 애들이 좋아해용ㅎㅎ

 

B: 애들이 엽서쓰기랑 칫솔세트도 너무 좋아했어요^^

매번 교육해야하는 것도 많고 오늘 상품준비까지 너무 고생하시는 것 같아요~ 힘내세용

 

C: 늘 수고가 많으십니다 ^^

 

D: 쌤이 가장 고생하시는 거 알아용!! !! 내세요!!

 

E: 고생많으셨어요~ 칫솔세트 배부 이벤트 정말 좋아요 !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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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얼굴을 마주한 2명의 교과 선생님이 행사로 배부된 사은품이 너무 좋았고 아이들도 좋아하더라며 피드백을 해주었다. 선생님들 한 분 한 분께 답장을 하면서 마음이 따뜻해졌다.

 

>> 소감

 

마음관리를 하고 담임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이번 행사에 대한 나의 생각은 180도 변화했다.

 

'망했다.' -> '제법 성공적인 행사였다.' 사실 상황은 변하지 않았는데 내 인식이 바뀌었으니 참으로 재미있고 신나는 경험이다. 선생님들이 보내주는 마음들은 참 따뜻했고 위로가 되었고 힘이 났다. 내 마음 속에서도 선생님들에 대한 고마움이 새로이 인식되어 따뜻함이 올라왔다.

 

혼자 실수를 안 하기 위해 철저히 대비에 대비를 하고서는 행사에 왜 구멍이 생겼나 반성회와 자아비판을 하고 보다 철저히 다음 행사를 준비하는 것보다... 행사의 반응을 확인하고 불편했을 사람들의 마음을 알아주고 위로받고 격려 받는 것이 훨씬 마음이 편해지는 길이구나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