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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호. 내 인식의 틀을 넘어 아이를 만나다

홍석연(봄) 2021. 5. 21. 09:59

주혜란 (복숭아)

 

5학년 국화반 영어시간

 

평소 5학년 국화반 아이들 중 몇이 복도에서 나를 볼 때 인사도 않고 지나가는 모습을 보았다. 교실에서는 발랄하게 다가와서 조금 가까워진 것도 같은데, 밖에서는 나 몰라라 하고 지나가버리니 민망하고 무안했다. 어쩌다 말을 건네도 '선생님 지금 몇시에요?' 같이 자기들 필요한 질문만 쏙 하고 가버리니 약간 서운하고 못마땅한 마음이 함께 있던 참이다.

 

그러나 교사의 마음리더십책에서도 그랬듯 이 또한 나만의 생각이 아닐까?

이 불편한 마음을 수업 시작할 때 잠깐 언급해보기로 하였다. 살짝 용기가 필요했다.

이게 뭐라고... 속내를 보이는 건 언제나 용기가 필요하다.

 

: 5학년 국화반, 선생님이 잠깐 할 얘기가 있는데 너희들 전부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몇몇 아이들이 복도에서 선생님 볼 때 인사를 안 하고 지나가는 모습을 본 적이 있어. 맨 뒤에 앉은 은주가 선생님한테 말을 걸길래 반가워서 봤더니 인사도 없이 '선생님 몇 시에요?' 하고 가버리더라. 그래서 말인데 혹시 선생님한테 인사하기가 쑥스럽니?

 

서운하고 못마땅한 마음을 떠나 나 또한 누군가에게 인사할 때 쑥스러운 마음도 있고 해서 넌지시 던져보았다. 은주가 배시시 웃는다.

 

연희 : 네 선생님!! 쟤 쑥스러움 진~~짜 많이 타요.

 

형규 : 내성적이에요. 그래서 그래요~

 

외모와는 다르게 내성적이고 쑥스러워하는 모습이 있구나. 새롭게 아이를 알게 되었다. 나는 은주가 무척이나 적극적이고 활달하게 보여서 당연히 인사도 잘하리라고 기대했었다.

 

은주 : , 쑥스러워요.

 

은주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배시시 웃으면서 얼굴이 발개진다.

 

민영 : 선생님 저는 인사 잘하죠~

 

세희 : 저는 어제도 인사 했잖아요~

 

은수 : 저는 급식실에서 선생님 볼 때마다 인사해요!

 

태민 : 선생님! 또 누가 인사 안했어요??

 

넌지시 던진 말이었는데 정말로 쑥스러워서 그런다고 하고 아이들도 그렇다니 믿어지고 마음이 한결 놓인다. 게다가 각자 자기들은 인사를 잘한다며 뽐내듯 크게 말하는 것을 들으니 반갑고 기분이 좋았다.

 

선생님 : 아 그런 거였구나. 선생님은 너희들이 인사해주면 정말 기분이 좋고 반가워. 그러니 앞으로는 선생님 볼 때 반갑게 인사해주면 좋겠어. ^^

 

아이들 : ~~!!

 

아이들도 은주도 함께 대답하며 웃는다.

 

기분 좋은 시도였다. 말의 내용은 많이 미진한 듯 해 스스로 좀 아쉬웠지만 아이들의 사랑을 확인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만족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