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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호. 감정과 본심으로 함께 풀어가는 학급문제

홍석연(봄) 2021. 5. 21. 09:58

홍석연 (봄)

 

초등학교 5학년인 우리반. 아침에 교실에 들어오면서 꽤 많은 아이들이 카톡방 이야기를 하느라 반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어젯밤 카톡방에서 태하가 준민이에게 ㅅㅂ이라고 했다고 한다. 어찌된 일인지 묻자 태하는 준민이가 기분 나쁘게 해서 그랬다는 것이다. 작년에 왕따였던 태하는 자기 이야기를 잘 안한다. 억울할 때 친구한테 화를 내고 나서 엎드려 한 시간 넘게 있었던 아이다. 그 때도 입을 여는데 힘들었다.

 

1교시, 반 아이들과 이 문제를 함께 다루기로 마음먹었다.

 

교사 : 감정노트에 어제 있었던 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에 대해서 써보세요.

 

나는 ~~을 보고(듣고) 어땠다.

왜냐하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정말 바라는 것은~~~이다.

그러기 위해 나는~~~하겠다.”

 

카톡방에 대해 적으라고 하지 않은 이유는 모르고 지나간 아이들도 있고, 그걸 크게 생각하지 않은 아이들도 있을 것이므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다 적은 뒤에 돌아가면서 전원 발표했다.

 

지윤 : 저는 채팅방에서 욕을 했다는 것을 보고 긴장했습니다. 왜냐하면 이 일을 선생님께 일러야할지 말지 긴장이 되었고, 만약 알리면 그 친구가 속상해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정말 바라는 것은 욕은 웬만하면 친구와 선생님을 위해서라도 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쓰더라도 보는 친구들에게 상처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 나는 최대한 부드럽게 하지 말라고 할 것입니다.

 

교사 : 지윤이는 긴장됐구나.

 

지윤 : .

 

교사 : 선생님께 알려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도 됐나봐. 그 친구가 혼날까봐 걱정되고.

 

지윤 : .

 

교사 : 지윤이는 마음씨가 참 곱다. 지윤이가 바라는 건 다른 친구들과 선생님을 위해서 고운 말을 사용했으면 좋겠다는 말이지?

 

지윤 : .

 

치우 : 저는 카톡방에서 누군가가 욕을 쓴 걸 보고 정말 놀랐고, 어이없기도 했습니다. 왜냐하면 갑자기 이유도 없이 욕을 한 것 같기 때문입니다. 내가 정말 바라는 것은 고운말, 바른말을 쓰는 것입니다. 그리고 서로 카톡방에서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서는 단체 채팅방을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교사 : 치우는 놀라고 어이없었구나. 갑자기 이유도 없이 욕을 했다고 생각했나봐.

 

치우 : .

 

교사 : 그랬다면 정말 어이없었겠다. 치우는 친구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단체 채팅방을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치우 : .

 

준수 : 저는 채팅방에서 욕을 한 것을 보고 궁금하였습니다. 왜냐하면 갑자기 욕을 했기 때문입니다. 내가 정말 바라는 것은 욕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 나는 채팅방을 만들지 않게 하고 싶습니다.

 

교사 : 준수는 궁금했구나.

 

준수 : .

 

교사 : 준수는 합리적인 친구인가보다. 선생님이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그 친구가 왜 욕을 했는지 궁금하다고 표현했고, 잘못했다고 말하기 전에 그 친구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지 먼저 알아보고 싶어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야. 맞아?

 

준수 : .

 

교사 : , 진짜 합리적이다.

 

유리 : 저는 채팅방에서 욕하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욕을 하면 기분이 나빠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정말 바라는 것은 욕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 저는 욕을 하지 말라고 하고 싶습니다.

 

교사 : 유리는 놀랐구나. 유리는 그 친구에게 욕을 하지 말라고 알려주고 싶구나.

 

유리 : .

 

절반 정도가 단톡방 이야기를 하는 걸 보고, 조금은 안심도 됐다. 전체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교사 : 우리 반 친구들은 어제 단톡방에 대해 기억에 많이 남았나 봐요. 싫었던 친구도 있고, 욕을 한 친구가 혼날까봐 걱정되기도 하고, 욕을 먹은 친구는 상처받았을까봐 걱정되기도 하고, 왜 욕을 했는지 궁금하기도 했나 봐요. 그 친구가 누군지 궁금한 친구도 있고요. 그 친구가 누군지 지금 말해주려고 해요.그 친구는 태하예요.

 

아이들이 조용히 듣는다.

 

교사 : 태하가 한 친구를 초대했는데 그 친구가 나갔대요. 태하가 다시 초대했는데 또 나가는 걸 보고 ', 이 친구가 싫어하는구나' 싶어서 안하려고 했는데, 다른 친구들이 태하에게 뭐라고 하는 것을 보고 화가 났었대요. 태하가 그만 하려고 했던 걸 친구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대요.

 

학생들 : .

 

교사 : .. 이해해주는거구나. 멋진데~ 그리고 태하가 사과하고 싶다는데, 그 친구가 누군지 모른대요. 나갔는데 또 초대받은 친구?

 

윤진 : 저 같아요.

 

교사 : 태하~

 

태하 : (윤진이에게 다가가서) 미안해.

 

학생들 : 그런데 욕을 한 건 잘못한 거 아닌가?

 

교사 : 아무리 화가 나도 욕을 한 건 잘못했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학생들 : 당연하죠.

 

교사 : 분명해 보인다. 태하, 그거에 대해서도 사과할 마음이 있어?

 

태하 : . (전체에게) 미안해.

 

교사 : 앞으로 단톡방을 어떻게 했으면 좋겠나요?

 

혜지 : 전 이미 시끄러워서 나왔어요.

 

학생들 : 저도요, 저도요.

 

교사 : 앞으로 어떻게 하고 싶나요?

 

수찬 : 학급 밴드도 있고, 중요한 일은 학급 밴드에서 이야기하면 좋겠고, 톡방에서 이야기하려면 개인톡방을 만들어서 얘기 하고 싶은 친구들끼리만 했으면 좋겠어요.

 

학생들 : (동의 표시를 한다.)

 

교사 : 그러면 단톡방은 없애자는 말이죠? 어떻게 없애나요? 만든 사람이?

 

학생들 : 각자 나오면 돼요.

 

교사 : 그렇게 하고 싶나요?

 

학생들 : .

 

교사 : 선생님은 아침에 태하에 대해 나쁘게 생각할까봐 걱정했는데, 자기 생각을 확실히 표현하고, 친구를 이해해주고, 잘못된 것에 대해선 확실히 사과 받는 모습을 보고 여러분들이 멋져보였어요. 이야기 나누느라 수고했어요~

 

태하는 그 날 청소도 열심히 하고, 자세는 더 바르게 하며 더 잘 지내려고 노력하는 것 같았다. 표정은 아주 편안하고 밝아보였다. 아침자습시간부터 1교시 내내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 잘한 것 같다. 모두의 감정과 생각을 존중해주는 그런 반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 후 단톡방 이야기는 들려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