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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로 가꾸는 공감교실이야기

제135호. 꼬맹이들의 변화를 볼 수 있어 기쁘다.

홍석연(봄) 2021. 5. 24. 11:06

김아영 (산)

 

아침에 출근하니 반장이 조용히 와서 태우와 상진이가 싸웠다고 알려준다.

알았다 해놓고 생각하니 반장은 참 든든하고 또 안쓰럽다.

 

태우와 상진이를 불러

 

: 아침에 싸웠다며~ 지금은 어때?

 

태우, 상진: 화나요.

 

: . 그렇구나~ 얘기를 했으면 하는데 어때?

 

태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상진이는 절레절레 젓는다.

 

: 상진이는 얘기하기 싫어? 그럼 선생님이랑 각자 얘기하는 건 어때?

 

상진: (고개를 끄덕한다.)

 

: 그럼 이따 쉬는 시간에 얘기하자~

 

쉬는시간

 

: 태우야, 상진아. 누가 먼저 얘기할래?

 

태우: 저요.

 

: 상진이 괜찮겠어?

 

상진: (끄덕하고는 애들하고 논다며 정신 팔려서 갔다.)

 

: 태우야, 들려줄래?

 

태우는 우선 사실적 얘기를 한다. 갑자기 상진이가 때려서 왜 때리냐고 하니 네가 먼저 때렸다고 해서 아니라고 하는데 안통해서 자기도 때렸단다.

 

: (사실듣기를 간단하게 하고) 그 때 기분이 어땠어?

 

태우: 억울하고 짜증나고 화났어요.

 

나는 무척 놀랍고 반가웠다. 평소 갈등이 있으면 자기 잘못이 없어 보이는데도 미안하다고만 하거나 울거나 몰라요가 대부분이었다.

 

: 억울하고 짜증나고 화났구나. 우와! 태우야, 너 어쩜 그렇게 네 기분을 분명하게 얘기하노. 대단하다~

 

태우가 으쓱하는 것 같다.

 

: 말하고는 좀 어때?

 

태우: (눈물을 훔치며) 좀 나아요.

 

: 그래~. 그럼 어떻게 하고 싶어?

 

태우: 사과 받고 싶어요.

 

난 또 엄청 놀라버렸다. 맨날 갈등을 얼른 풀려고 사과하겠다던 아이다. 이제 받겠단다.

 

: 사과 받고 싶구나. 어떤 걸 사과 받고 싶어?

 

태우: 때린 거랑. 내가 안했는데 자꾸 말한 거요.

 

: 그렇구나. 또 있어?

 

태우: .. 상진이는 왜 내가 때렸다고 생각했는지들어보고 사과하고 싶어요.

 

: (완전 신통하다) 태우야. 너랑 얘기하다보니 니가 너를 정말 잘 표현하는 것 같아. 부쩍 자란 것 같은데? 방학 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태우: 많이 혼났어요.

 

: ? 혼나서 성장했다? 다른 게 있을 것 같은데~

 

.. 혹시 너 원하는 걸 하는데 내가 도울 게 있을까?

 

(기회가 닿는다면 스스로를 세우거나 바꾸려는 노력도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고 싶다 )

 

태우: .

 

: 뭘 해줄까?

 

태우: 제가 1학기 때 영훈이랑 싸웠을 때 해준 거 상진이랑도 해주세요.

 

: ? 둘이 싸웠었어? 그때 내가 뭐했는지 지금 기억이 안 나는데 내가 어떻게 했었는지 알려줄 수 있어?

 

태우: 들이 기분 말하고 이유 말하고 그랬어요.

 

: ~ 오케이 그건 해줄 수 있겠다. 그런데 상진이가 같이 얘기하고 싶어 해야 가능할 것 같애. 상진이랑도 얘기해보고 그러고 싶다고 하면 자릴 마련해 줄게. 어때?

 

태우: ~

 

다음 쉬는 시간

 

: 상진아, 얘기하자. (얘기하자고 하니 방금까지 잘 놀던 애가 그때 그 기분으로 쑤욱 들어간다. 신기하다.)

 

: 상진이는 어땠어?

 

상진: 태우가 먼저 때려놓고 안했다고 거짓말 하고... (사실설명 주욱)

 

: 그랬구나. 그때 어떤 기분 들었어?

 

상진: 짜증났어요.

 

: ~ 짜증났겠다~

 

상진: 그리고 또 내가 더 많이 맞았는데 자기가 울어요.

 

: 그걸 보고는 어땠어?

 

상진: 얄미웠어요.

 

: 얄미웠겠다~ 또 있어?

 

상진: 슬펐어요. (하며 눈물이 주루룩 떨어진다.)

 

: 슬펐구나. (토닥토닥)

 

평소 상진이는 화나고 짜증나는 쪽 감정을 주로 표현했다. 그 순간에 슬프다는 걸 자각하고 표현하는 게 무지 반가웠다. 상대를 탓하는 등의 감정만 있었는데 이제 자기를 보고도 느끼는 것 같기 때문이다.

 

좀 더 얘기한 후에

 

: 얘기 하고 지금은 어때?

 

상진: 화나요.

 

: 화나는 구나. 샘하고 얘기하는 건 어때?

 

상진: 좋아요.

 

: 그래~ (쉬는 시간이 끝나서) 또 얘기하자.

 

그 뒤 둘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들이 솔직하고 주체성이 높아지는 것 같다. 상진이는 전에 비해 회복력도 좋아졌다. 3월엔 싸우고 화내고 한 시간씩 엎드려 있었고 집에 갈 때까지 화나 있었다. 기분을 다양하게 느끼는 것이 회복 속도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화가 한 켠 있어도 다른 상황과 기분에 있을 수 있는 가능성이랄까?

 

중재 상황을 마치고 간단히 잘하네?’ 했더니 태우가 인제 익숙해졌어요 많이 해봐서.’라고 한다. 태우가 한 순간 기분을 세 개나 주르륵 말할 땐 정말 이제 됐다!!’ 싶었다. 방학 때 개별과제를 줬었는데 그게 효과가 있었을까? 태우의 과제는 하루 기분 세 개를 찾아 이유와 함께 일기로 쓰는 거였다. 이런 게 습관이 되는 걸까? 거의 매일 꾸준히 숙제를 해왔던데. 아이가 고맙다. 상진이는 과제를 6개만 해 왔는데 그것도 기대 이상이었다. 하나하나 정성스레 하고 싶을 때 한 것 같았다.

 

기분을 알고 말하는 태우와 특정 상황에서 느끼는 기분이 하나 더 생긴 상진이.

 

그리고 그걸 볼 수 있는 내 눈이 있어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