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공감교실

따뜻한 협력, 성장의 다살림 공동체

교실 속 관계가 자라는 연수, 배움회원 모집 자세히보기

마리로 가꾸는 공감교실이야기

제134호. 쭈쭈바는 무슨 맛을 사올까?^^

홍석연(봄) 2021. 5. 24. 11:00

오지현 (천문시계)

 

모처럼 남편이 칼퇴를 한단다회사에서 엘리베이터를 탈 때 부터 집에 올 때 까지 서로 메세지를 주고 받으며 저녁은 뭘 먹고 그 후에 무엇을 할 지 소소하게 정하면서 설레고 좋았다.

 

남편은 그간 미뤘던 이발을 하러 가고 그동안 나는 강아지와 산책한 후 같이 집에 돌아와 불고기를 해 먹으며 축구를 보기로 했다산책을 하다가 남편이 배고프다고 한 말이 생각나 먼저 집에 와서 불고기 준비를 하려는 순간 메세지가 왔다.

 

"찡찡이 부장님이 처장님이랑 족발 먹는다고 얼른 오래. ㅠㅠ"

 

. 8시가 다되어가는 시각에 퇴근한 부하직원을 불러내다니.

남편한테 전화를 걸었는데 연결이 되지 않는다.

 

생각이 뭉게뭉게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남편은 가고 싶은걸까? 가야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가고 싶은 것 같지는 않은데...

가야한다 생각하니 메세지를 보냈겠지? 그래. 밥 해 먹고 치우는 것이 조금은 귀찮았는데 어쩌면 잘됐다. 인터넷 쇼핑도 좀 하고 싶었는데 잘됐지 뭐. 그리고 이왕 가야한다면 편한 마음으로 보내주고 싶은데...

그런데! 혹시 이게 습관이 되어서 나를 쉽게 보고 내가 뭐든 받아주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자꾸 이런 상황이 반복 되면 어쩌지? 순순히 보내주고 싶지 않다.

이러다가 나중에 아기가 생겨도 그러면 어쩌지?...‘

 

!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어두운 기운이 나를 잠식한다!

얼른 알아차리고 감정부터 찾았다.

 

나는 서운하고 황당하고 아쉽다. 그리고 불안하다.

속상하고 남편은 안타깝다. 거절을 못하는 본인 속도 속이 아니겠지.

 

내가 원하는 것은

남편이 이왕 갈 거 내 눈치 보지 않고 맘 편히 가면서도 내 서운함과 속상함은 충분히 알아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 반복될까봐 염려가 많이 되서 안심하고도 싶다.

 

남편이 미용실에서 돌아왔다.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나는 남편의 말을 중단 시켰다.

 

"여보야. 나는 자기가 지금 상황을 설명해도 이해가 되지 않아.

그리고 이해하고 싶은 마음도 나지 않고.

그러니까 지금 서운하고 속상한 내 마음을 알아주면 좋겠어.

내가 궁금한 거는 나중에 마음이 조금 괜찮아지면 물어볼게."

 

남편은 내 말을 듣더니

나를 안아주며 '많이 서운하지?'라고 하며

토닥토닥 해준다. 머리는 내 마음에 드는 지 애교를 부리며 묻는다.

 

나는 내 감정을 조금 더 이야기 하고 그러면서도

가야 마음이 편할 것 같다는 남편 마음도 알아주었다.

(그 순간 내가 기특했다.)

 

그리고 남편에게 물었다.

 

"자기도 나랑 같이 저녁 먹고 싶고, 영어 공부도 하고 축구도 보고 그러고 싶은 거지? 거기 가고 싶은 마음이 큰 거 아니지?"

 

남편은 당연하다고 했다. (남편은 평소에도 찡찡이 부장님을 좋아하지 않는다.)

 

묻고 확인하니 조금은 더 마음이 편해졌다.

 

신발을 신는 남편에게 말했다.

 

"오는 길에 나를 위해 쭈쭈바 하나 사다줘,"

 

(나는 남편이 퇴근 길에 소소한 먹을 거리를 사오는 게 너무 좋다.)

 

남편은 기꺼이 그러겠다며 가까이에 있는 족발집이니 오는 길에 전화하겠다고 한다.

 

이따 남편에게 전화가 오면 마중 나가야지.

쭈쭈바를 하나 먹으며 잔잔히 남은 서운함마저 날려버려야지.

 

작지만 큰 오늘의 경험을 돌아보니 어떤 상황에서라도 기꺼이 남편을 믿고 지지하고 싶은 내 본심대로 행동한 것 같아

스스로 뿌듯하다.

 

아아. 바람이 시원하고 지금은 마음이 가볍구나.

쭈쭈바는 무슨 맛을 사올까? 기대도 되고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