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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호. 해님과 바람

홍석연(봄) 2021. 5. 25. 11:06

홍석연 (봄)

 

운동화로 갈아 신고 나가서 축구한 아이들을 칭찬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같은 행동이라도 그 행동을 하게 된 생각과 성품은 다 다르다는 것도 알려주고 싶었다.

 

교사 : 오늘 운동장에서 축구한 친구들 일어나보세요.

 

(축구한 아이들이 웅성거리며 일어났다.)

 

교사 : (웃으며) 이 친구들이 오늘 모두 운동화를 신고 나갔더라~ 실내화를 신고 나간 친구가 한 명도 없는 거 있지.

 

축구한 학생들 : , 난 또~ 깜짝 놀랐네.

 

교사 : 잘못한 거 없는 거 같은데 혼날 것 같아 억울했어?

 

축구한 학생들 : .

 

교사 : 그리고 잘못한 일 없는 것 같은데, ~시 잘못한 게 있나 떠올려보게 되고, 긴장했어?

 

축구한 학생들 : .

 

교사 : 오늘 너희들이 왜 운동화를 신고 나갔는지 궁금해. 이야기해줄래?

 

미랑 : 저는 실내화에 흙 묻는 게 찝찝해서 운동화를 신고 갔어요.

 

교사 : 얘들아, 미랑이는 어떤 성품을 가진 것 같아?

 

학생들 : 깨끗해요. 깔끔해요. 청결?

 

교사 : 그러게. 미랑이는 깔끔하구나. ?

 

석주 : 저는 축구를 하려면 운동화를 신어야 빨리 달릴 수 있고, 잘 찰 수 있어서요.

 

교사 : 석주는 어떤 성품을 가졌을까?

 

학생들 : ...

 

교사 : 선생님이 보기엔 현명해보여. 축구에 가장 적합한 신발을 신고 나간 거잖아? ?

 

현식 : 저도 축구할 때 운동화가 편해요. 그리고 흙 묻는 것도 싫고요.

 

교사 : 현식이는 미랑이랑 석주처럼 청결하고 현명하네. ?

 

영탁 : 저는 운동장에서 실내화를 신고 해도 문제없다고 생각하는데, 교실 청소하는 친구 입장에서는 청소하려면 너무 힘들 것 같아서 운동화를 신고 갔어요.

 

교사 : (앞부분이 못마땅했는데, 뒷부분을 강조하기 위해 한 말이라 여기기로 했다.) 영탁이는 어떤 성품인 것 같아?

 

학생들 : 배려심이 있어요. 착해요.

 

교사 : 영탁이는 배려심이 있구나.

 

이와 같은 방식으로 축구한 친구들 10명 정도의 말을 들었다.

 

교사 : 같은 행동인데, 그 안에 담긴 생각과 성품은 다 다르다. 그치? 선생님은 이 친구들의 서로 다른 생각들이 모두 매우 바람직한 것 같아서 좋다.^^ (바람직한 생각을 하라고 유도한 말 같아 찝찝하지만, 나는 아이들이 바람직한 생각과 행동을 하는 게 아주 기특하고 마음에 든다.)

 

나는 학생들이 규칙을 지켰으면 좋겠다. 하지만 무조건 규칙을 지켜야한다고 강요하는 건 싫고 찝찝하다. 이번 일은 규칙을 강요하지 않고, 지키고 있는 아이들의 생각과 성품을 이해하고 인정해주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 마음이 가볍고 만족스럽다. 아이들을 움직이는 것은 바람이 아니라 해님이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