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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호. 엄마 살면서 후회되는 거 없어?

홍석연(봄) 2021. 5. 25. 11:08

박모정 (봄비)

 

엊그제 저녁 딸과 있었던 일이에요. 며칠이 지나도 계속 여운이 남길래 그날 일기를 공유하고 싶어 오랜만에 글을 썼어요. 모두 계신 곳에서 건강하고 편안하게 잘 지내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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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목욕을 끝낸 후 거울 앞에서 물기를 닦다 나를 부른다.

 

엄마! 이리 와 줘

 

가까이 가자 아이가 나를 보고 대뜸 이렇게 묻는다.

 

엄마, 엄마는 살면서 엄마가 했던 행동 중에 후회되는 거 없어?”

 

왜 없어? 엄청 많지. 너도 그런 게 있니?”

 

. 있어. 근데 너무 쫌 그래서 입 밖에 꺼내기 좀 그래”(망설이면서도 말하고 싶어 하는 눈치 같았다)

 

부끄럽고 민망해?”

 

...너무 잘못해서.”

 

나를 부르기 전 혼자 샤워를 하면서 딸은 자신의 과거를 뒤적여 보았나보다. 그 속에서 자신이 저지른 과오와 허물이 선명하게 떠올라 죄의식과 수치심을 느끼는 것 같았다. 무슨 일이었을까 궁금했지만 급하게 묻지는 않았다. 다만 초3 나이에 이런 질문을 할 수 있는 마음의 성숙함과 엄마를 믿어주는 마음이 고마워서 듬뿍 칭찬해 주었다.

 

엄마랑 더 얘기 하고 싶니?”

 

.”

 

엄마도 너랑 얘기하고 싶어

 

딸은 동생들과 아빠가 주변에 없는지 살피더니 내 손을 잡고 안방으로 가 침대에 앉았다.

 

젖은 머리를 내 어깨에 기대며 엄마는 뭐가 후회되는데?”라고 묻기에 나는 웃으며 내 지난 잘못과 실수, 부끄러웠던 약점들을 하나씩 꺼내어 가볍게 들려주었다. 마음에 가 닿기를 바라며, 내가 아이 나이에 겪었던 성숙하지 못했던 일들도 들려주었다. 말을 다 듣고 난 후 아이가 물었다.

 

근데 엄마는 그런 일이 있었는데 괜찮아?”

 

스스로가 싫어지지 않느냐는 말이니?”

 

 

아이는 몸을 씻으며 과거를 곱씹는 동안 스스로가 미워서 마음이 괴로웠나보다. 그 모습이 짠하면서도 대견했다.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서 괴로웠던 지난날에 대해 담백하게 얘기하고 지금은 그만큼 힘들지는 않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인정하면 나아갈 길이 보이는데 부인하면 답이 없다는 걸 요즘 깨닫고 있다고도 이야기했다.

 

아이는 용기 내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아무 이유 없이 그냥 싫어서 옆자리에 앉은 친구를 꼬집은 이야기며, 그 친구가 아끼던 스티커를 몰래 떼어 버린 일. 평소 좋아하던 남자아이에게 마음과는 반대로 행동하다 사이가 어그러져 버린 일. 전학 온 친구에게 텃세부리듯 쌀쌀맞게 대한 일이며 친구와 다툼 끝에 꺼져라고 말해 버린 적도 있음을 고해성사하듯 하나씩 털어놓았다.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좌충우돌하는 지금 현재의 모습을 서로 인정해 주었고 그러면서도 좀 더 올바른 행동을 하면서 스스로를 사랑할 기회를 늘려보자고 이야기했다.

 

어렸을 적, 초등학교 4학년인가 5학년 때 나도 누군가와 이런 이야기를 몹시 하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누구와도 나눌 수 없어서 외로웠다. 그 날 딸이 꺼내준 이야기에 답하면서 나도 큰 위안을 받았다. 내가 누군가에게 간절히 듣고 싶었던 말을 사랑하는 내 딸에게 해줄 수 있다는 사실이 나는 참 벅차고 또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