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2021년 6월 6일 현충일, 오전 8시 30분.. 장소는 교무실
글을 쓰며 단비 유현숙님과 가을하늘 한창호님도 쓰셔서, 나의 글이 3번째가 되면 안심될 것 같다.
그러면서 생각해보니, 독립된 주체인 두 사람이 알아서 하고 싶은 일을 통제할 수 있나 하는 생각까지 하니 스스로 아쉽고 답답하다.
나는 가볍고 산뜻하면서도, 그러면서도 감동적이고, 나를 드러낼 수 있으나, 너무 많이 드러나지는 않고,,, 그런 글을 쓰고 싶으니, 답답하고, 아쉬운거다. 글에서 인정받고 싶은거구나. 스스로가 안쓰럽다. 그리고 이런 나를 알아차림은 반갑다.
나는 올해 23년째의 교직 생활중 가장 바쁘게 살고 있다. 그러고 보니, 나를 아는 모든 사람이 인정하듯 매년 뭐 일할 것 없나 이러며 바쁘게 살았고, 지금은 그 익숙해진 피부같은 바쁨에 개설학교의 교무부장이라는 자리로 인한 버거움과 낯섬, 부담감까지 가지고 있어 나는 오늘도 학교에 나와서 글을 쓰고 있는거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교무부장 하는 것이 재밌고, 학교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주 많다. 그것도 개설학교에서 내가 교사로 살면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제안하고, 교직원 회의도 민주적으로 할 수 있고, 머리 속에만 있던 것들을 실현하고 구체화 시킬 수 있어서 참 좋다. 그런데 너무 좋아하는 것이 보이면 혹 못마땅해 하는 사람들이 있을까봐 조금 참고 있는거다. 마스크 속의 나의 입은 계속 웃고 있다.
이틀전, 교장선생님이 긴급하게 불러서 가보니 교감 선생님이 휴직을 하신단다. 서류는 교육청에 2주 전에 제출하였고, 교장선생님이 결재를 하지 않았는데, 목요일 아침 부장회의를 마치고는 교감선생님이 학교에서 마음이 떠났구나 싶어, 결정을 하셔야 겠다며, 교감 선생님이 휴직하고, 새로운 교감선생님이 발령 받게 되면 그때까지, 그리고 새로운 교감 선생님이 적응할때까지 교무부장이 많이 힘들텐데, 본인의 휴직 여부를 했냐고 물어보셨다.
그래서 나는 "말씀하지 않았다. 이유는 여러가지 일 것 같고, 조심스럽고, 미안하고, 그래서 일 것 같지만, 제가 알고 교장 선생님이 보신대로 늘 학교 생활에서 힘들고 어려운 것은 피해가고 싶은 분이셔서, 이번에는 너무 힘들고 어려워서 피해가는 것으로 보인다. 저는 그렇게 알고, 고사와 규정 관련 업무 등 잘 진행하며 처리하겠다. 9월에 있을 개교식 준비도 진행하겠다. 교감 선생님이 말씀하기전까지는 저는 모르는 것으로 하겠다."는 말을 하고 나왔다.
올해의 김수진은 작년 12월 부터 1년 365일 계속 학교에 나와야 하나 보다..
진짜 이러다.. 학교 교장실에 초대 교장선생님 사진 옆에 내 사진도 같이 걸리는 거 아닌가.. 지금부터는 일하며 외모도 관리를 시작해야 겠다. ^^
지금 나는 후련하고, 기쁘고, 웃프다. 이 글 마치고, 교무실에서 규정집 만드는 일 시작할 수 있어 그 또한 기대된다.
쓰면서 보니.. 흠.. 개설학교 교무부장, 좋은 점이 많다.
2월에는 학교의 전체 교사를 대상으로 마음리더십 강의를 했고, 5월에는 학생회 학생들을 대상으로 마음리더십 강의를 했고, 7월 고사기간에는 오후에 학부모를 대상으로 강의를 할 예정이다. 다음주에는 2학년 학년부장이 교원학습공동체 활동으로 2학년 전체 담임과 마음리더십을 공부하고 싶다고 해서, 그것도 함께 할 예정이다.
이것은 교무부장이여서 제안할 수 있었던 거고, 그리고 강사비도 받지 않으니 예산 없는 개설학교에서 모두의 고마움을 표현받으며 할 수 있는거다.
몇년 전 김창오 선생님과 뒷풀이 자리에서 나눈 이야기가 있다. 선생님은 기억도 못하실 지 모르지만,
"나는 너가 학교를 바꾸어 가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라는 그 말이 내 교사로서의 삶의 좌우명이 되었다. 나의 학교에서의 모든 제안의 좌표가 된다.
그래서 나는 지금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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