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선(바람)
잊고 있었는데 마공 릴레이 차례라고 문자가 왔다.
에어컨 없는 생활을 한답시고 선풍기로 견뎠더니, 며칠 더위에 져서 인간 구실을 못하고 있었던 지라 비몽사몽 며칠을 보내다보니 오늘이 마감이다....
이런 내 자신이 답답하고 한심하고, 글을 쓰려니 막막하고 걱정된다.
게시판에서 다들 비슷한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글을 읽고 나니 한편으론 다행스럽고, 안심된다. 하지만 실천 사례를 접하고 나서는 엄살 부리신 것 같아서 배신감 들고, 한편으론 꾸준하게 실천하는 것을 이길 수는 없다는 생각에 다들 존경스럽고, 대단하신 것 같고, 나한테는 아쉽고 자괴감이 든다.
평소에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상대의 입장을 잘 이해하는 편이라는 이야기를 듣는 편이지만, 막상 나는 잘 들어주고 싶으나 잘 안되는 것을 느껴서 답답할 때가 있었던 것 같다. 좀 더 잘 들어주고 싶은 생각이 컸던 것 같고,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었던 것 같다.
다양한 일들을 겪으면서, 꼭 내 말만 옳지 않다는 생각, 서로 간 입장 차가 존재하기에 서로 다른 의견은 어쩔 수 없다는 생각....등으로 웬만하면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혹은 서로가 다른 의견으로 다툼이 있고 난 뒤에도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나를 본다. 말도 안되지만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고 욕구 때문인 것 같다.
학교에서는 주로 관리자들과 의견이 다를 때가 종종 생기는데, 이야기를 치열하게 하더라도 내 생각을 이야기하고 토론은 하되, 그들의 입장에서는 나와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토론 후 결과가 내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안 나온다고 해도 그들에게 원망이나 미움이 남지는 않는 편이다. 토론 결과 원하는 것을 이루어내기도 하지만, 토론의 목적이 나의 의견만을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것보다 독단적인 결정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 다른 의견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조직을 위한 최선의 방법을 고민해 보자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때론 우리가 말한 의견이 100% 관철되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에게 그것은 실패라고 받아들여지고, 지나치게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을 때, 내가 '착한 아이 컴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지 돌아보게 되고, 너무 모든 사람들의 좋은 면만을 보려고 노력하는 건가? 또는 너무 사람이 분명하지 못한 것인가? 라는 생각에 내게는 자책감과 무력감이 들고, 상대에게는 화가 나고 원망스러운 마음이 든다.
답답한 일이 생기면 늘 찾아와서 푸념을 하고 문제가 생기면 해결해주기를 바라지만, 본인은 결코 나서지 않고 뒤에서 불평만 하는 사람들에겐 때론 실망스럽고, 야속한 마음이 생기고, 나름대로 노력해서 얻은 결과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할 때는 나의 노력을 알아봐주지 않는 것 같아서 섭섭하고 속상하고 화가 나고 불편했다.
나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한 말이 상대에게는 영향을 주는 경험을 몇 번하고 나서는 불편한 감정을 일으키는 말을 하느니 오해를 받더라도 침묵하기를 선택한 것 같다. 그래서 불편한 감정이 생길 때 그것을 표현하기 보다는 갈등 상황이 생기는 것이 싫어서 입을 다무는 쪽을 선택하는 나를 보면서 실수하고 싶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싫은 소리도 하고 싶지도, 듣고 싶지도 않은 나를 발견한다.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공감 교실을 통해 이러한 상황에서 일어나는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내가 상대와의 대화에서 선택하고 있는 감정 습관에 대해 돌아보고 그것을 선택한 나를 살펴보고 싶다. 좀 더 편안하게 내 감정을 이야기하고 상대의 마음도 잘 알아주고 싶다.
매 순간 대화를 하면서 내가 느끼는 감정이 뭔지, 그리고 상대가 느끼는 감정이 뭔지 들여다보려고 표현하려 노력하나 여전히 버퍼링 상태를 느끼고 있다. 감정을 표현하기보다 생각을 너무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잘 하고 싶은 내가 보인다. 그러다보니 그 순간의 감정이 그냥 스쳐 지나가 버리고 만다. 뒤늦게 그 감정을 가지고 이야기하기에는 생뚱맞은 것 같아서 결국 다시 입을 다문다.
그만 생각하는 내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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