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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교실쌤들의 마공이야기

실수를 웃어넘기기

서옥주(진심) 2021. 8. 26. 11:51

웃을 일이 별로 없다고 느끼던 어느날, 나는 새로운 결심을 했다.
작은 실수를 하게 되면 웃자.
얼마나 많은 날들동안 무언가 실수를 하고, "내가 왜 그랬지?" 하며 리플레이를 계속하면서 나를 자주 비난하곤 했었을까? 그런 자신에게서 벗어나고 싶었나보다. 남들은 별로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일도, 나 혼자 괴로워하며 지내던 날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럼에도 크고 작은 실수를 우리는 얼마나 많이 하는가.. 그런데 그 생각을 하자마자 연수하던 중, 다른 분의 바지에 텀블러 속에 들어있던 물을 쏟게 되는 일이 있었다. 얼마나 미안하던지.. 그 분은 계속 괜찮다고 했지만, 한동안 마음이 쓰였다. 고의로 하는 실수가 어디 있겠냐마는, 여튼 실수를 해서 피해를 끼쳤다면 사과를 하거나 수습을 하고서도 자신을 계속 괴롭히는 건 자기를 사랑하는 태도는 아닌 것같았다.
"아! 그 때, 그 말 한 마디만 덧붙이지 않았어도...", "아들한테, '공부 열심히 해'라고 하기보다, '많이 힘들지?' 라고 할껄..." 등등 후회의 생각은 끝이 없다.
그럴 때, 나를 판단의 늪에서 구해주는 글귀가 있다. 에픽테투스의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 자체가 아니라 그 일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다' 와 바이런 케이티의 '그 생각이 없다면 당신은 누구일까요? (What would you be without the thought?)' 이다. 10년도 더 전에 우연히 도서관에서 빌렸던 '네가지 질문'이란 책을 읽고 머리에 쨍하는 불이 켜지는 느낌을 받았고, 힘들다고 여겼던 내 삶을 변화시키고자 많은 곳을 헤매며 무던히도 애써왔다. 그럼에도 어떤 날은 그 생각의 구름이 쉽게 걷혀지지 않을 때가 있다. 아마 그래서 내가 이 자기사랑 교사 공감교실에서 계속 사람들을 만나고, 자기표현, 수용, 긍정을 하며 나를 위한 좋은 선택을 하는 것이리라.
며칠전, 촉진자 총회 때 조금 늦을 것같아 단톡방에 '몇 분 늦습니다', 란 글을 올렸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화요일 특강 톡방에 올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려고 누웠다가 알게되었나, 여하튼 누워서 혼자 막 웃었다. 누가 보면 미쳤다고 할 수도 있었을 것같다. 예전의 나같으면 아마도, " 이 멍청이 같으니라구, 바보같이 그런 실수를 하다니.." 하며 나자신을 꾸짖고 비난을 한동안 했었을텐데, 이젠 그렇지 않다. 나자신에게 너그러워지다보니 남들에게도 너그러워졌다. 욕을 일상생활처럼 하는 학교 아이들에게 "아이고, 말을 참 이쁘게 하는구나!"라고 거꾸로 말하며 다가갈 수 있게 되었고, 기분좋은 음악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박자를 맞추게 되었다. 얼마전 여름방학 연수에서 춤 잘추시는 선생님을 따라 몸치인 내가 함께 춤을 추었다. 마음이 얼마나 가벼워졌다는 증거인가? 또 어쩌면 나이가 들어가는 이점인지도 모르겠다. 아직도 남들의 판단과 평가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렇게 나는 간다.
'자기사랑' 말은 쉬운데, 정말 어렵게 느껴졌던 날들이 지나갔다. 요즘은 우리가족 단톡방에 매일 잘한 일, 감사한 일 등을 올리려고 한다. 물론 매일은 못하고 있지만.. :) 그래도 가능한 한 매일, 있는 그대로 나를 받아들이고 사랑한다는 말을 스스로에게 해주고, 마음그릇에 동그라미 친 감정을 보며 "~~했구나.." 하며 깊이 수용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