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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교실쌤들의 마공이야기

의식하지 않고 그냥그냥

알 수 없는 사용자 2021. 8. 30. 15:52

** 바람꽃은 담쟁이(김인수, 서울)의 새 별칭입니다. 마침 바꾸고도 싶었고, 담쟁이로는 티스토리 가입이 안되서 부랴부랴. 바꾸고 보니 새이름이 너~무 맘에 듭니다^^

저는 당장 급하게 할 일만 없다면, 퍽이나 맘편히 살고 있습니다. 바쁘게 일하는 것도 좋고 잠깐잠깐 짬이 나는 순간들은 특히 너~~~무 가볍고 행복합니다. 마리 10년째라서,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는거니까ㅋ라며 혼자 웃습니다. 그냥 무심코 해놓고 보면 아 내가 마리를 적용한 순간이었구나 라고 깨닫는 정도로,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며 사는 어느 하루를 스케치해봅니다. 

#1. '지루해요' - 허걱!!!

매일 아침 정서가 묻어있는 (재미있는)질문에 대해 돌아가면서 이야기를 나누던 1학기 때와 달리, 2학기에는 본격적으로 감정나누기만 할 생각으로 마음그릇 보고 감정을 찾아 나누기를 3일째. 남자아이들의 귀찮아요!는 듣기에 편안한데, 똑똑하고 좀 뾰족하다고 인지하고 있던 한 여학생의 '지루해요!'를 듣는 순간 민망하고 무섭고 위축되고 두렵고, 이거 하지 말아야하나?하는 회의감이 밀려들었다.

쉬는 시간에 만남일기를 쓰고 나자 마음이 편안해지고 힘이 생기는 것 같았다. 종례시간에 긴급 학급운영회의(그 여학생 포함 8명)를 소집했다. 감정나누기를 하는 취지를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자 모두들 흔쾌하게 동의해줬다. 아싸~ 문제는 해결해가면 되지. 

#2. 토론 결과에도 아이들의 마음이?

팔레스타인-이스라엘의 종교분쟁과 영토분쟁에 대해 수업(아'임 사회쌤!)하며 그 땅이 누구의 땅이라고 생각하는지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좋겠는지 모둠토론을 했다. 불쌍한 팔레스타인 땅이라고 결론이 나길 내심 바라고 있던 나는, 자꾸만 이스라엘 땅이라고 발표하는 아이들을 보며 불편해지고 뭔가 토론이 잘못된거 같고 답답했다.

세번째 반에서 문득 '상대입장'에서 이해해보고 싶었다. 이런 저런 질문을 던져본 후, 아이들은 그게 수천년 전이라 할지라도 그 땅을 '맨~~~~처음'에 소유했었다는 사실이 중요하고 그 소유권을 인정하는 것이 공정함이라고 생각한다는걸 알게 되었다. 중 1 아이들이니까... 많은 것들이 처음이고 처음의 소중함이 클 나이니까... 아이들이 새싹처럼 귀여워보이고 좀 더 풍부한 관점에서 공정함을 이해하도록 안내하면 되겠구나 싶어 시원하고 편안했다.

지식을 다루는 과정에서도 마리를 적용해본건 거의 처음이 아닐까? 스스로 신기하고 재밌었다. 

#3. 거대한 숙제도 일단 지금 이순간만.

남편이 요즘 형제간의 갈등으로 감정의 동요가 매우 크다. 마음의 여유가 되는 오늘 같은 날은 남편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힘든 마음을 살짝살짝 알아준다. 티나게 알아주면 또 성질내니까(으이구~ 참 어려운 인간) 수위를 잘 조절해본다. 담고 있는 억울함이 얼마나 큰지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인것이 좀 안스럽고 딱하기도 하다. 어쨌든 나도 힘들지 않고 남편도 조금은 위안을 얻는 선에서 대화가 끝났다. 남편과의 관계를 회복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겠지. 오늘은 이정도면 됐지 뭐. 나는 애썼고 잘했다. 거대한 숙제도 잘게 쪼개 지금 이순간 잘해보는 순간들을 쌓아가는 걸로. 앞당겨 걱정하지 않고 과거 감정을 얹어 어렵게 만들지 않는 걸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