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공감교실

따뜻한 협력, 성장의 다살림 공동체

교실 속 관계가 자라는 연수, 배움회원 모집 자세히보기

공감교실쌤들의 마공이야기

학부모님들이 바라는 학교의 모습, 공감교실

추주연(단풍나무) 2021. 9. 4. 21:30

내가 근무하는 연수원 산하에 곧 학부모 성장지원센터가 들어선다.

교육의 주체인 학부모의 성장을 돕고 학교 자치를 활성화한다는 목표로 세워지는 센터다.

며칠 전 학부모 성장지원센터 준비 겸 학부모 포럼을 준비한다며 담당자가 나에게 강의를 요청해왔다.

강연과 발제를 시작하기 전, 사전 워크숍을 진행해달라는 것이다.

담당자는 내가 공감교실 공부와 모임을 해오는 모습을 오랫동안 지켜봐왔다.

각 지역 학부모회 대표 10명과 40분의 시간. 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까 싶지만 간절한 눈빛의 청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목표는 모인 학부모 회장님들이 좀더 친밀해기, 학부모 자치 활성화를 위해 무엇을 해보고 싶은지 찾고 공유하기.

 

1. 친해지기 위해 준비한 질문 4

1) 오늘 나의 마음지수(1~10)

2)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물건

3) 내가 가장 듣고 싶은 말

4) 오늘 이곳에 온 이유

 

1. 학부모 자치 활성화를 위해 준비한 활동

1) 내가 바라는 충북미래교육(아이들의 학교) 모습과 가장 닮은 사진 1장 고르기

2) 고른 사진의 모습을 만들어 가기 위해 학부모 자치를 통해 해보고 싶은 것

 

점심식사를 하고 셋팅해둔 강의실에 둘러앉은 학부모 대표님들이 활동지를 보고 기겁을 한다.

 

학부모01: , 이거 쓰고 막 발표하고 그러는 거에요? 너무 싫다.

: 아이고, 질색이시죠? 부담되시나봐요?

학부모01: 맞아요. 너무 부담돼요.

: 그죠? 저두 부담돼요. 1번 마음지수 확 깎였겠네.

학부모02: 이렇게 쓰라고 하면 뭐라고 써야 맞는 건지 모르겠더라구요.

: 질문에 맞게, 잘 써야겠다 싶으신거죠? 맞고 틀리고가 없는 질문인데도 우리가 오랫동안 정답이 있는 질문에 익숙해진 것 같아요. 우리 교육에서 같이 고민해 볼 문제죠.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모인 거 아니겠어요?

학부모02: 그러네요.

 

실랑이 끝에 활동이 시작되었다. 그냥 좀 앉아 쉬다 포럼 시작하자던 분들이 진지하게 활동지를 작성한다.

내가 먼저 시작하고 한 분씩 작성한 내용을 발표(?) 했다.

06회장님의 발표가 시작되었다.

학부모06: 내가 듣고 싶은 말은... ....

울컥 감정이 올라온 모양이다.

학부모06: 어우 내가 왜이러지? 요즘 계속 좀 힘들어서요.

: 많이 힘들고 지치셨나봐요.

학부모02: 06회장님 요즘 많이 힘들었어요.

학부모06: , 그래서 지금 잘하고 있어. 충분해. 이런 말 너무 듣고 싶고 나한테 해주고 싶어요.

학부모02: 진짜 잘하고 있지. 06회장님이니까 그렇게 잘 버티고 있는 거지. 애들 다 챙기고. 그래서 많이 좋아졌잖아요.

학부모06: 이런 말 하게 될 줄 몰랐어요. 02회장님이 잘하고 있다고 말씀해 주시니까 너무 위로가 돼요.

 

다른 회장님들이 너도 나도 위로와 격려의 말을 건넨다.

 

: 힘든 상황에서도 아이들을 위해 중심 잡고 애 많이 쓰셨어요. 그런 상황에서도 주변분들 따뜻하게 챙기고, 또 지금은 스스로도 다독거리는 모습 보기 좋고 안심돼요. 그냥도 잘하고 있다는 말 들으실테지만, 06회장님이 스스로에게 해주는 말이 가장 멋져요. 잘하고 있어. 지금 충분해~

그리고 너나없이 알아주고 힘주는 우리 회장님들 넘 멋지십니다. 이러니까 힘들어도 우리 06회장님이 이 자리에 빠지지 않고 오시는 거 아니겠어요? 특히 02회장님 득달같이 달려와 06회장님 마음을 품어주시더라구요.

 

학부모06: 맞아요. 다른 것 보다 여기 오면 너무 좋은 분들한테 배우는 게 많아요.

학부모02: 저도 그래요. 여기 회장님들이 너무 좋아서 안 올 수가 없어. 그리고 이런 시간을 마련해줘서 진짜 너무 고마워요. 이렇게 좋은 시간일 줄 몰랐어요.

 

그리고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힘이 되는지 그동안 봐온 모습들을 들려주고 듣는 시간이 이어졌다.

우리가 바라는 학교의 모습을 사진으로 찾고 해보고 싶은 것을 적고 나누는 시간은 짧은 시간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이구동성 학교가 이렇게 함께 마음을 주고받는 따뜻한 공감과 연대의 공동체이길 바란다는 내용들을 말씀하신다.

40분을 훌쩍 넘겨 담당자가 발을 동동 굴렀지만 마음을 나눈 학부모님들은 활짝 웃으며 쉬는 시간도 없이 포럼을 시작했다.

 

===================

오랜만에 사례를 썼다. 학교 현장을 떠난 지 벌써 5년차다. 이제 내가 사례를 쓸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단비님의 문자를 받고 마음이 움직였다.

예전엔 내가 그 역할을 할 때가 있었다. 한 사람 한 사람 사례를 올리는 날짜에 맞춰서 문자를 예약하곤 했다.

그 때의 마음을 떠올려 본다.

소소한 삶의 경험을 나누도록 문자를 챙겨주고, 그보다 더 많은 일들을 기꺼이 해주는 분들이 고맙고 든든하다.

또하나, 티스토리가 영 어색하고 불편하던 내가 첫 사례를 올린 것이 기특하고 뿌듯하다.

 

'공감교실쌤들의 마공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음을 들어요~  (4) 2021.09.08
어색하기도 하지만 반가워요  (2) 2021.09.07
의식하지 않고 그냥그냥  (6) 2021.08.30
실수를 웃어넘기기  (3) 2021.08.26
바람의 마공이야기  (1) 2021.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