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공감교실

따뜻한 협력, 성장의 다살림 공동체

교실 속 관계가 자라는 연수, 배움회원 모집 자세히보기

공감교실쌤들의 마공이야기

갈등 중재자

김영숙(들꽃) 2021. 9. 24. 00:01

얼마 전 남편과 심하게 다툰 후 한동안 입을 꾹 다문 채 지냈다. 남편이 내게 쏟아낸 말이 너무 서운하고, 이해받지 못하는 상황이 억울하기도 했지만, 너무 많은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와서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그 상황에서 어떤 말을 해도 수용받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색하고 불편한 이틀 간의 시간이 흐른 뒤, 나는 남편 앞에 감정그릇을 내밀었다. 얼마 전에 있었던 그 일을 떠올릴 때 느껴지는 감정을 모두 찾아서 표시해 보라고 한 후 나도 내 감정을 자각해서 동그라미를 쳤다. 전에 큰아이와 갈등이 있었을 때 해본 적이 있어서 그런지 남편은 자신이 느꼈던 감정을 잘 체크해 나갔다.

남편의 감정그릇 종이를 보니 꽤 많은 감정단어들에 표시가 되어 있었다. 남편에게 한 개씩 찾은 감정을 말하라고 하고 수용해 주면서 이유를 열심히 들으려고 노력했다. 감정 하나하나마다에 담긴 사연과 이유를 들으며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것들을 새롭게 알게 되었고, 그만큼 남편이 이해됐다.

다음은 내 차례. 내가 했던 방식 그대로 무조건적으로 수용해 줄 것을 남편에게 요청했다. 중간중간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덧붙이기도 했지만, 남편도 내 감정을 수용하고 나를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내가 느꼈던 감정과 그 이유를 세세하게 찾아내고 표현했을 때 남편이 수용을 해주니 마음이 한결 가볍고 시원해졌다.

감정그릇을 활용해서 켜켜이 쌓여있던 감정을 비우고 나니 남편의 입장이나 상황이 더 이해가 되면서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또 남편이 나를 이해하고 수용해 주는 모습이 든든했다. 평소 학교에서는 꽤 많이 활용하고 있지만, 가족들에게는 잘 쓰지 못하는 게 항상 아쉬웠다. 이번에 '함마비'로 남편과의 갈등을 풀고 보니 앞으로도 문제상황이 생길 때마다 종종 써봐야겠다는 마음이 생긴다. 남편과의 갈등을 시원하게 풀어준 갈등 중재자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글을 마친다.




'공감교실쌤들의 마공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직은 더디다  (0) 2021.09.28
공감교실을 만들어가고 싶다.  (0) 2021.09.26
나에게 쓰는 편지  (2) 2021.09.13
마음을 들어요~  (4) 2021.09.08
어색하기도 하지만 반가워요  (2) 2021.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