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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교실쌤들의 마공이야기

내가 편안하고 가족이 행복하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마음 풍경 2022. 3. 9. 18:21

나는 다자녀 엄마이다. 그래서 행복도 몇 배, 슬픔도 몇 배이다.
작년 한 해 공감교실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며 공감하고 수용하는 법을 배우면서 조금씩 아이들에게 다가가기 시작한 것 같다.

큰 아이는 대학졸업후 다년간 여러 공기업 인턴을 전전하면서 취업을 준비하였으나 번번히 고배를 마셨다. 아이는 괜찮다며 씩씩하게 행동했지만 얼굴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웃음이 줄어들고 눈이 슬퍼보였다. 자신같은 인재를 못 알아보는 공사가 큰 손실이라며 애써 자기정당화를 통해 좌절을 극복하고자, 또 엄마를 안심시키고자 하는 모습에 가슴이 아프고 고맙기도 했다. 큰 아이는 어렸을때부터 성격좋고 공부와 운동도 잘하고 아주 예쁘기까지 하여 아이로 인해 나의 대인관계가 형성될 정도로 나에겐 큰 자랑이었다. 그런 아이가 자신보다 먼저 공기업에 취업한 동생에게 축하한다며 전하는 말이, 엄마한테 효도해줘서 고맙다는 말이었다. 맏이로서 가족들에게 미안함과 큰 부담감을 가진 것처럼 보였다. 나는 아이를 볼 때마다 격려보다는 불안을 더 많이 표현했다. 아이를 보면서 10년 전 악몽이 떠오른 것 같았다. 남편은 나에게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삶을 주었지만 말한마디 없이 갑자기 잘나가던 사업을 접으면서 은둔의 삶을 살기 시작하였고 나에게 커다란 실망과 좌절, 절망을 가져다주었다. 아마 남편이 나에게 어느 날 던져주었던 시련의 아픔이 큰 아이에게 역전이된 것으로 보인다. 큰 아이는 직장을 다녀와서 밤늦게까지 독서실을 다니면서까지 정말 열심히 취업 준비를 하였다. 불의의 사건과 더불어 치러낸 시험에서 아이는 자신을 안아달라며 속상한 마음을 토로하고 엉엉 울었다. 자신은 뭔가 안되는 사람 같다는 말에 너무 안타깝고 걱정되었고 마음이 아팠다. 왜 안되지, 운이 없나, 뭐가 문제지...... 그래 기도하자. 성모님께 매달려보자. 엄마로서 내가 해 줄 건 기도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유아세례를 받은 천주교 신자로 아주 오랜 시간동안 냉담을 하여 성당에 가는 것이 너무 불편하였지만, 기도를 하는 방법은 그 길 밖에 없다고 생각되었다. 아이를 위해 매일 출퇴근길 하루 두 번씩 성모상 앞에서 기도하였다. 거센 비가 오거나, 주말이면 집에서 뒹굴고 싶었지만 나는 오기로 성모님에게 우리 아이가 원하는 곳에 취업하는 은총을 달라며 아무도 없는 성당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 기도하였다. 그러길 몇 달 하면서 이건 아이를 위한 기도가 아니라 나를 위한 기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희생적인 엄마 코스프레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면적으로 이기적이고 신앙심도 없으면서 겉으로 하느님 앞에 진실하니 복 받을거야 라며 신앙행위를 하는 내가 너무 위선적고 부끄럽고 비합리적으로 느껴졌다. 나의 본심이 뭘까 고민하면서 알게 된 나의 가장 큰 마음은 아이가 거듭된 좌절에 부정적 자아개념을 가지고 우울해질까봐 무서웠던 것이었다. 과거 몇 년간 내가 그런 고통스런 삶에서 허우적되며 우울로 힘들었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아이도 그렇게 될까봐 두렵고 걱정됐던 것이다.

본심을 깨닫고 난 후 성모님 앞에서 아이가 실패하고 좌절감에 빠지더라도 너무 오랜 시간 힘들어하지 말고 서서히 회복하면서 마음 편하게 살 수 있게끔 도와달라고 기도하였다. 이렇게 기도하니 내 몸과 마음이 평온하고 가벼워졌다. 기도 후 아이를 만나면 자주 기분을 물어봐주고 괜찮니, 네 뒤에 엄마가 있어, 너가 원하는 삶을 살아, 마음 편해졌으면 좋겠다는 말을 자주 하였다. 아이는 엄마가 마음을 내려놓고 편안해지면서 자기도 여유가 생기고 편해졌다고 한다. 그런 일상이 반복되면서 아이는 작년 겨울 무렵 몇 군데 대기업에 동시에 합격하였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선택하여 지금 고맙게도 잘 다니고 있다.

공감교실과 만남일기를 통해 배우고 느낀 것은 이렇다. 내가 편안하고 가족이 행복하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렇다. 나의 마음을 비우고 본심을 아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