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만나는 친구들이 있다. 카페에서 세명이 바느질하며 수다를 떤다.
그 중 한 친구가 자신이 운영하는 공부방의 학부모 얘기를 꺼낸다. 무슨일을 시작해야할지 무척 방황하고 있단다. 이런저런 인생 상담을 해온단다. 그러면서 친구가 ‘그 엄마도 이혼을 했어. 우울감이 좀 있고, 불안해하고 있어’라고 말한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사단이 났다.
순간 놀라고 당황스럽다- ‘도’라고? 그럼 ‘나’를 두고 하는 말인가?
어이없고 당황스럽다.- 왜 갑자기 나를?
못마땅하다- 나와 전혀 관계없는 ‘어떤 엄마’얘기를 하면서 나를 소환하는 친구가
궁금하다-왜 나를 소환하는지, ‘그 엄마도 이혼’이라고 말하는 순간 어떤 생각이 들었었는지
서운하다-친구가 나의 이혼을 ‘아무 얘기’에나 엮어 생각하는 것 같아서
서럽다- 내 상황이 ‘아무 얘기’에나 엮여 가십거리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못마땅하다-우울하고 불안해하는 그 엄마와 내가 (이혼했다는 이유로) 비슷할거라 판단하는 친구가
못마땅하다-멍해지는 나를 버려두는 내가
못마땅하다-겨우 ‘도’ 한 글자에 걸려 꼼짝못하고 있는 내가
안타깝고 안쓰럽다-겨우 ‘도’ 한 글자에 걸려 꼼짝못하고 있는 내가
후회된다- 그 자리에서 그 말을 듣는 순간 ‘어이없다, 못마땅하다, 궁금하다’ 이런 말들을 하며 이해하고 이해받지 못한 것이
망설여진다-이 얘기를 꺼내는 것이
걱정된다-이 얘기를 꺼내 이해는 못받고 상대는 추궁받는 것으로 느끼거나, 내가 화내는 것으로 들릴까봐
며칠동안 내마음 들여다보며 정리도 하고 친구에게 어떻게 말을 꺼낼까 고민하다가 전화했다.
나:( ...중략...) 그 순간에 내가 당황되고, 놀랐고, 못마땅했다. ‘그 엄마도’라고 말할 때 어떤 생각을 했는지 궁금하다.
친구: 미안해, 미안해. 너의 입장을 생각못했네. 그 때 떠오른 건 너가 아니야. 내 주변의 다른 엄마들이야. 너의 이혼은 내가 까먹고 있었어.
나: 너무 안심되고 다행이다. 내가 이혼한 것 까먹었었고, 나를 떠올리며 ‘도’를 쓴 것 아니라고 하니 너무 안심된다. 그리고 나의 입장을 생각못한 걸 미안해 하지 않아도 돼. 너에게 사과를 받으려고 전화를 한건 아니야. 앞으로도 계속 까먹어 주면 좋겠고, 나의 입장을 고려하고 배려하려고 하지 않으면 좋겠다.
나도 나중에 그렇게 말에 걸리는 순간이 오면 그 자리에서 확인해야겠어.
친구: 이런 말 꺼내려면 용기가 많이 필요했겠다. 말해줘서 고맙다.
통화하는 중에
답답하고 애가 쓰였다-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여러차례 말해도 나의 상황을 배려하지 않고 얘기했다며 ‘미안해’를 20번쯤 말하는 친구를 보며 나를 이해하려는 마음보다 나에 대해 미안함에 마음이 가있는 것 같아서
고마웠다- 난 이해받고 싶어서 전화했다는 얘기에(여러번 같은 말 하기 했지만) 미안해하기보다 나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친구의 모습에
미안했다- 이렇게 고려해야될 옵션이 많은 채 대화를 나눠야된다고 주문하는 것 같아서...
통화를 끝내고
안심된다 – 친구가 말하는 그 순간 떠오른게 나는 아니라서
다행이다 – 친구가 나의 이혼을 잊고 있어서 (나 자신과 내 주변사람들에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모습이다)
민망하다 – 친구가 나를 불안해하고 우울감있는 사람으로 판단한다고 혼자 판단한 것이
기특하다 – 이해받고 이해하려고 노력한 내가
고맙고 든든하다 – 나의 이혼을 까먹고 자유롭게 얘기하는 친구가
신기하다 – 이해받고 이해하는 노력을 통해 뭔가 마음에 남아있는 않은 경험이
후회된다 -‘말에 걸리고 그게 쌓여 점점 멀어지는 나‘를 버려두다가 결국 단절했던 과거의내가
미안하다 – 내가 말에 걸려 멀어진 상대들에게
걱정된다 – 친구가 ’이런 작은 말에 걸려 힘들었다고 말하는 나‘와 대화하기 싫어질까봐
걱정된다 – 앞으로 친구가 얘기할 때 나를 떠올리며 고려하고 배려할까봐
티스토리에 올리려는 지금은
망설여진다, 주저된다. 궁금하다, 가볍다,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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