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공감교실

따뜻한 협력, 성장의 다살림 공동체

교실 속 관계가 자라는 연수, 배움회원 모집 자세히보기

공감교실쌤들의 마공이야기

공감의 끈이 내 손에 있구나

곽성호(자유) 2022. 3. 20. 11:01

딸아이가 체대입시 수시반을 신청하겠다고 한다.

이 녀석으로 말할 것 같으면 고등학교 1학년 때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고 하여 그래도 지금껏 생각해 오던 '아나운서'를 진로희망으로 생기부를 작성하게 했는데, 2학년이 되고 1학기가 끝날 때 쯤에는 춤추는 게 너무 행복하다며 여기 저기 알아보고는 현대무용으로 대학에 가겠다는 게 아닌가. (알아보니 돈도 엄청 많이 드는 길이었다.) 그래서 학원을 보냈는데 한 달도 다니지 않고 부상을 입더니 다시 체육교사가 되겠다고 진로를 바꾸었다.

그리고는 실기 준비를 해야한다고 체대입시 학원을 보내달라고 했다. 성적이 나쁜 편이 아니었기에 내신 관리가 중요하니 일단 2학년을 마칠 때까지는 학원은 미루자고 설득하여 기말고사까지 보게했더니 시험이 끝나고 바로 학원에 가고 싶다고 고집을 부렸다. 정말 고집이 센 아이다. 다시 아내와 내가 다년간의 고3 담임 경력을 내세우며 지금은 공부를 할 때이니 수능 최저도 맞추고 정시도 준비하기 위해서 공부 하기를 권했고 잠시 알아 듣는 듯 했으나 그래도 학원을 다니고 싶다고 해서 예비반에 등록했다.(고등학교 2학년은 예비반이고 3학년에 진급하면 본 반이 되는데 학원비가 예비반이 조금 싸다.) 일주일에 3일을 학원에서 실기 준비를 하는 것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니 보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3월이 끝나기도 전에(사전에 이야기가 된 것은 3학년 1학기에는 공부를 위주로 하고 실기는 틈틈이 준비하는 것이었다.) 수시반에 등록하겠다는 것이 아닌가. 수시반은 매일 학원에 가고 연습 시간도 더 늘어난다. 체력적으로 많이 힘이 들고 공부할 시간도 없을 뿐더러 공부를 하려고 해도 체력적으로 지쳐서 힘들다는 것이 나와 아내의 생각이었다. 아이와 이야기를 시작할 때 먼저 실망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알아 듣게 얘기를 했는데도 공부를 하기 싫은 걸까? 뭐가 그렇게 불안한 걸까? 이야기를 하다보니 나는 점점 목소리가 커지고 지금은 공부를 할 때이지 실기에 집중할 때가 아니라는 것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려고 노력하는 '선생님'만 있고 딸의 이야기를 듣고 그 마음을 이해하려는 '아빠'는 없었다. 결국 아이는 눈물을 터트리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렇게 대화는 끝났다.

하지만 다행히 나는 요즘 '자기사랑법' 연수를 계속 하고 있었다. 그래서 내 마음을 먼저 살폈다. 나는 지금 어떤 기분인지. 아쉽고, 속상하고, 미안하고, 안타깝고, 걱정되고, 고맙고 등등의 기분들을 찾고 알아주고 수용하면서 나는 왜 내 딸을 믿고 지지하지 못하나 하는 반성과 후회를 하게 되었다. 아버지로서, 부모로서 고민을 많이 하고 내린 결정에

'네가 얼마나 고민을 많이 하고 내린 결정이겠니. 아빠는 네 결정을 존중하고 솔이를 믿어. 열심히 한 번 해 보렴. 그렇지만 체력적으로 너무 힘이 들고 공부에 지장이 생기면 네가 내린 결정이니까 하고 아빠 눈치를 보지 말고 이야기 해 줘야 너에게 도움이 되는 그 다음 방법을 찾을 수 있어. 그렇게 할 수 있지?'

이렇게 얘기를 했더라면 어땠을까? 부모라면 이렇게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반성을 했다.

그래서 다음날 우연한 기회에 아이와 마주 앉았다. 먼저 딸아이 기분을 물었다. 어제 이야기할 때 기분과 감정도 물었다. 속상하고 억울한 마음을 이야기 했다. 역시 부모님이 아니라 선생님과 이야기 하는 것 같았다는 이야기도 했다. 그래서 아빠가 미안했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내 마음이 한결 후련해졌다. (아 앞에서 비용 이야기를 안했는데 수시반에 들어가면 학원비가 대략 2배 더 든다.) 뭐 돈은 더 벌 수는 없지만 소비를 좀 줄이면 되니까. 아이의 마음이 이해가 되고 어떻게 하면 내 마음이 편한지를 알게 되었다. 내 마음과 아이의 마음.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것이 1번이다. 네 마음은 그랬구나, 내 마음은 이래.

마음과 마음으로 대화한다면 생각(과 판단과 충고와 비난)으로 대화하는 것보다 훨씬 솔직하고 따뜻한 관계가 만들어진다.

"네 마음은 어떠니?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