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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교실쌤들의 마공이야기

마공사랑방 후기

알 수 없는 사용자 2022. 4. 10. 00:51

☆ 마공사랑방 후기☆

-괜찮은 줄 알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았어.

괜찮다고 생각했다. 나보다 더 힘든 사람도 있는데 뭘. 주변에서는 아이가 잘 자라고 있고 육아시간까지 쓸 수 있는 직장이니 얼마나 감사하냐고 했다. 복직을 하니 내가 나로서 느껴지고 몸은 힘들어도 아이들이랑 함께하는 시간이 꽤 즐거웠다. 그래서 괜찮은 줄 알았다.

나라는 존재로서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당연히 참아야 한다 생각했고 누구나 다 그러고 산다길래 나도 그래야 한다고 여겼다. 그래야 엄마라고 생각했다. 남편의 기대에도 부응하고 싶었다. 내 직업이 교사이기에 아기도 잘 키울거라는 주변의 시선에도 부합하고 싶었다. 휴직 전 만났던 학부모들이 나의 복직을 반겼고 기다렸다는 말들에는 살짝 부담이 되었지만 그래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잘하고 싶었다.

3월 새학기부터 지금껏 아이는 강하게 등원을 거부한다. 새벽 6시 반부터 일어나 울었고 하원할 때도 늘 울면서 나를 맞이했다. 잠꼬대도 “엄마 어린이집 안갈래.”라고 했다. 전전긍긍했지만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었다. 남편에게 힘듦을 호소하면 그렇다고 뭘 어쩔 수 있겠냐였다.(그 와중 남편은 코로나에 걸려 혼자 안방에 일주일간 격리를 했다. 솔직히 너무너무 부러웠다.) 우리 아이는 선천성 심장병으로 수술을 한지라 정기검진을 꾸준히 받아야 한다. 3월도 예외는 아니었기에 이틀 연가를 내고 서울에 다녀왔고 그로 인해 두려워하고 불안해 하는 아이 마음을 채워주느라 주말엔 늘 함께할 수밖에 없었다.
학부모 상담 기간이었지만 아이 하원을 맞추려면 육아시간을 쓸 수 밖에 없었고 그러다보니 퇴근 후에도 집에 상담자료를 싸 들고와 아이에게 영상을 보여주며 나는 학부모 상담을 했다.
만남 일기를 쓸 때도 느꼈지만 이렇게 또 쓰고 보니 나 진짜 힘들었구나 싶다.

이것만 버티면 이것만 지나면 괜찮아질거야. 스스로 다독였다. 그러던 와중 학폭이 발생했고 학부모의 막말과 무리한 요구가 지난 주부터 시작됐다. 그 와중 내가 놓친 부분이 있다는 것에 자책한 나머지 속절없이 맞춰줬다.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너무 괴롭고 무력하고 막막해서 만남일기도 열심히 썼다. 사실 일이 터지자 마자 선녀언니에게 전화를 해서 학폭의 진행과정과 학부모의 상태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사실에만 초점을 맞춰서 말이다. 언니는 나를 살펴주려고 몇 번이나 물었는데 언니가 내민 손길을 선뜻 잡지도 못했다. 고마움과 더불어 미안함도 컸다. 그래도 그 날 언니의 조언 덕분에 마음 한 켠 안심이 되었다. 돌이켜보니 ‘나’에게 초점을 맞춰서 이야기했더라면 언니가 얼마나 잘 들어주고 나는 더 가벼워졌을지 아쉽고 아쉽다.

오늘 마공 사랑방에서 내가 위기의 순간에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는 편안님 말씀을 들으니 정신이 차려졌다. 이러다 내가 푹 꺾여버리면 아기는? 나를 세우는게 먼저였구나 알아차려졌다. 돌이켜보니 내 마음은 끊임없이 괜찮지 않다고 말했다. 그런데 내가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나를 계속 채찍질하기도 했다. 내가 너무 안쓰러웠다. 그러면서 알아차려진 것은 시원하고 지금 이 순간 무엇을 가장 우선에 두어야 할지 명확해져서 안심됐다.

나는 내 안에 있는 것들을 표현하고 나누며 시원해지는 사람이다. 그리고 거기에서 힘이 생긴다. (교공실에서의 함마비와 별님과 함께했던 만남일기에서의 소통이 그간 응급조치와 같은 숨구멍이 되었었구나 알아차려진다.) 그런데 해야 할 것들에 밀려 내 마음과 상태를 누군가와 직접적으로 나누는 일을 뒤로 미루다보니 스러져가고 있었다. 게다가 내가 시간이 없다보니 누군가와 나눌 수 있다는 생각 조차도 못했다. 그런데 오늘 편안님께서 알려주신 방법이 유레카였다.

내가 먼저 도움을 요청한다는 마음만 먹으면 손 내밀어주실 분들이 계시다는 걸 알게 되니 든든하고 위로가 되었다. 오늘 사랑방에서 내 사례를 들으시며 함께 위로해 주시고 아파해 주시고 눈물 흘려 주시고 마지막엔 함께 기뻐해주시던.. 심지어는 오늘 처음 본 내게 그 어떤 조건 없이도 줌 너머 느껴지던 그 눈빛들이 나를 살리고 있음을 너무나 생생하게 느꼈기 때문이다. 지금은 나랑 아이를 떼놓고 볼 수가 없다는 편안님 말씀과 더불어 아이와 함께해도 된다고 손을 흔들어주시고 미소를 보내주시던 얼굴들이 하나하나 떠오르니 눈물이 나며 먹먹해진다. 막다른 벽에 갇혀있다가 내 앞에 새로운 길이 펼쳐진 기분이다. 사실 여전히 죄송한 마음과 폐를 끼친다는 생각에서 자유롭지는 않지만 이 분들을 믿고 굳게 조금씩 시도해 보고 싶다는 용기가 생긴다. 여기서 더 나아가 혹시라도 내가 아이과 함께해서 집중이 되지 않으시거나 불편하시다면 표현하시겠지 뭐. 그럼 나는 그 때 상황에 따라 맞춰가면 되지! 이런 배짱도 스물 올라온다. 내가 세워져야 아이 역시 그럴 수 있기에. 그리고 나와 같거나 비슷한 상황에 있는 누군가도 이렇게 함께해서 다 살려지기를 바라본다.
또 한가지 후련한 사실은 더는 남편에게 구걸하듯이 말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편안님이 예전에 코칭하실 때 사람 봐가며 해야한다고 하셨던 말씀도 떠올랐다. 주지도 않는 사람에게 맨날 매달려서 괴로워 한 내 자신이 자각된다. 어우. 이걸 다 쓰니 묵은 때를 벗긴 것 같다. 명쾌하고 시원하고 꽤 오랜만에 머릿 속이 맑아진다.

-이미 나로서 충분해.

스스로 완벽하다고 여기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반드시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그걸 해내지 못하면 교사로서 나의 전문성, 나아가 존재감이 없어진다고 여겼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복직을 한 현실에서 자유롭던 그 시절 내가 설정해놓은 기준을 맞추려니 정말 다리가 찢어질 듯 했다.
마리를 공부하며 가장 경이로웠던 것은 아이들과 학부모가 내게 하나 하나의 소중한 존재로 여겨진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다보니 그들이 느끼는 감정과 생각과 본심들이 궁금해지고 알고 싶어지고 나도 나를 표현해 내고 그러면서 서로가 연결되며 만나지는 그 순간들이 그야말로 황홀하고 행복했다. 마음이 따뜻했고 힘이 생겼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내가 꽤 맘에 들었다. 그런데 이는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꽤 많은 에너지와 절대적 시간과 관심이 필요한 일이었다. 더불어 나 스스로도 나를 계속 돌보며 비워내고 채워가기를 꾸준히 해야했다.
하지만 지금은 현실적으로 부족한 시간과 내 체력, 스스로를 돌볼 시간이 없는 상태가 지속되자 조바심도 나고 예전이라면 그러지 않았을 내 자신에게 실망스럽고 그러면서도 어쩔 수 없는 현실에 무력감이 들고 조금만 도와주지 하는 마음에 당장 내 옆에 있는 남편이 원망스럽고 혐오스럽기까지 했다.
그런데 오늘 사랑방에서의 시간을 통해 나도 이제는 좀 내려놓아야 할 것 같다는 자각이 들었다. 너무나 맘에 드는 나의 모습을 내려놓자니 좀 막막하기도 하다. 그러면서 언젠가 감수성 훈련에서 편안님이 하셨던 말씀이 떠오른다. 내려 놓는다는 것은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고. 예전의 나와 비교하며 힘들어하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 내가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애쓰지 않고 해내고 싶다. 그래야 내가 더 오래 지치지 않고 사랑하는 이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순간이나 어떤 상황이든 나는 이미 나로서 충분하다. 그리고 이런 시간들이 분명 나를 더 깊이 있게 성장시킬 것이란 믿음이 생긴다.

여기까지 글을 쓰니 내가 너무 기특하다. 고군분투했던 내 모습이 스쳐지나가며 애썼어. 잘했어. 충분해. 수고 많았어. 너라는 존재 그 자체로서 행복하기를 바라. 편안하기를 바라.

아주아주 오랜만에 오늘 밤엔 내가 꽤 맘에 든다.

오늘 사랑방에서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귀한 시간과 마음을 내어주신 덕분에 제가 저를 찾게 되었어요. 답도 없고 큰 문제로 여겨졌던 학부모님과의 일도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생각해 볼 여유가 생겼습니다. 아이의 보챔 또한 너 역시 성장하는 과정이구나 여겨지니 힘들지만 괴롭지는 않네요.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