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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교실쌤들의 마공이야기

나는 왜 아이들과 마음 나누기를 하는가?

오지현(천문시계) 2022. 6. 23. 11:38

우리 반은 매 주 목요일 1교시 마음 나누기를 한다. (도덕, 창체, 국어 단원을 재구성하여 시간을 확보하였다.)
2016년 9월 마리를 처음 접하고 나서 부터 (당시 나는 인성연구실천발표대회를 준비 중이었다.) 이거다! 싶은 마음에 배우자 마자 뭣도 모르고 아이들이랑 마음나누기를 시작했다.
그 때는 아이들이 스스로의 감정을 잘 자각하고 그래서 스스로와의 만남을 잘 일구고 나아가 친구들과도 정서적으로 연결되는 반을 만들기 위하는 마음이 컸다. (물론 지금도 이 마음은 변함이 없다.) 그런데 오늘 플래카드 개시 기념으로 아이들과 개방-수용-피드백으로 연결되는 함마비(께하는 우기)를 하는데, 그냥 내가 너무 좋은거다.

어제 5교시 마지막 시간에 몸 컨디션도 안 좋고 날씨도 별로인데다 방학이 가까워오니 버거움과 힘듦이 쌓였다가 어제 꽤 심각하게 아이들에게 내 맘을 이야기했다.
"선생님이 한 쪽 귀가 잘 안들려서 오늘 배려 해 달라고 부탁도 했는데... 너희들이 하는 것을 보니 종이 쳐도 수업 준비를 하는 아이들이 별로 없고, 맨날 너희들 하교하면 혼자서 청소하는 것도 너무 버겁고.. 내가 5학년 2반 청소부는 아니지 않니? 인제 12살인데 수업 시작할 때 앉으라고 말하는 것이 지치고 아쉬워. 나는 너희들 아프면 걱정되서 더 챙겨주려고 하는데... 인간적으로 너무 서운하다. 선생님 말 듣고 어때?"
(이 말을 남편에게 했는데 자기 팀 상사랑 하는 말 패턴이 똑같다며 완전 소름 돋는다고 했다. 평소에도 난 그 상사분 맘이 잘 이해가 되더라니 ㅋㅋㅋㅋㅋ)
"(침묵)...."
애들 이야기 더 듣고 싶지도 않고 들을 여력도 없어서 그냥 청소나 하고 집에 가자고 했다. 내 말을 듣고 아이들은 진짜 청소를 열심히 해서 어제는 교실이 반짝 반짝 빛이 났는데 마음 한 켠은 찜찜했다.

오늘 함마비 시간 나도 모둠 하나에 들어가 내 상태를 개방했다.
나 : "나는 찜찜해."
아이들 : "찜찜하시군요. 왜 찜찜하세요?"
나 : "어제 너희들에게 이야기하고 마음이 불편했어. 내 마음은 개방해서 시원했는데 내 말 듣고 너희는 어떤지 몰라서"
아이들 : "그렇다면 정말 찜찜하셨겠어요." " 지금 기분은 어떠세요?"
나 : "말하고 나니 후련하고 편안해."
아이1 : "후련하고 편안하시다니 기뻐요. 저는 어제 선생님이 걱정되고 미안했어요."
아이2 : "저도 그 말 듣고 행복해요."
아이3 : "선생님 말씀을 들으니 안심돼요."
나 : "고마워 얘들아. 행복해."
(더 궁금하고 묻고 싶었는데 외부강사 수업이 바로 있어 아쉬웠다.)
이 말을 듣고 내 눈에 하트가 뿅뿅생긴 것은 당연하다. 귀 한 쪽은 막혔는데 마음이 열리니 아이들이 보인다. 어제보다 더 잘 들린다.

새삼 오늘 돌이켜 보니 우리 반에서 마음 나누기 제일 좋아하는 사람은 나다. 예전에는 아이들은 내가 챙겨야 되고 가르쳐 줘야 되고 무조건 감싸고 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나는 그걸 해내고 있으니 좋은 교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마음 나누기를 하며 아이들에게 참 많은 것을 받고 있고 아이들 또한 나를 품어 주고 있으며 나 또한 이 아이들에게 기대고 의지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존재로 만나고 있음이 느껴지니 참 든든하다. 그리고 요새는 육아를 하며 내 몸과 마음이 지치니 교실 안에서 존재로 만나는 그 경험이 더욱 크고 감사하게 느껴진다. 고맙다. 얘들아.
참! 오늘 아이들에게 수용만 했을 때랑 피드백까지 했을 때랑 차이가 있느냐고 물었는데 이런 대답이 나왔다.
"수용만 할 때 보다 피드백을 하니 친구 말을 더 집중해서 듣게 돼요."
"마지막에 한 번 더 물어봐주니 감정이 더 후련하고 시원해져요."
"피드백을 들으니 친구가 내 말을 더 잘 들어준다고 느껴져요."
"지금 기분을 물어봐주니까 기분 나빴던 것들이 더 잘 정리되는 느낌이었어요."
아이들의 말이 놀랍고 놀라웠다. 사랑스럽고 또 사랑스럽다.
지금 기분은 ? 뿌듯하고 홀가분하고 힘이 난다.

🤗플래카드 부착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