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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교실쌤들의 마공이야기

우리 엄마는.... 겉과 속이 쎄~

김수진(열음) 2022. 6. 27. 15:16

큰 아이가 올해 대학을 입학했다.
이 아이는 자신에 대한 진로가 정말 확고(?)해서  초등학교 4학년때부터 배우가 되고 싶어했다. 

"하고 싶다는 것은 어떻게든 시키자"라는 "그래서 본인이 알아서 판단하여 정리하기를 바라는 주의"였기에 어린이 극단에 가입시켜 방학 내내  혼자서 하루 종일 극단에서 아동극을 하는 성인 배우들과 살기도 했고, 중학교 1학년때 부터는 국립극장 무대에서 자신의 이름으로 뮤지컬 공연도 함께 해내는 아이였다.

아이는 중3 여름, 예술계고등학교를 보내달라고 제안했고, 기숙사도 없고, 실기 연습으로 매일 저녁 12시 넘어 직접 왕복 2시간을 픽업해야 하는 학교로 진학했다.

고  1 내내,, 돌아오는 차안에서  생각했던 것과 학교는 정말 다르다며,, 내내 힘들다는 이야기를 픽업하며 들어야 했고,

고  2내내, 자신이 하는 뮤지컬 공연과 연극에 , 다른 구성원들이 얼마나 최선을 다하고 있지 않은지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야 했고,

고 3내내 입시를 준비하면서는 자신의 실기 연습 과정이 얼마나 고되고 힘든지, 그리고 수시 모두를 탈락하고, 수능을 보면서는 세상의 전부가 자신이 잘못되기를 바라며  공격하는 것 같다며,, 노래를 해야 하는데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며 그 화와 힘듦을 다 토해내는 그런 시절을 차 안에서 묵묵히 같이 보냈다.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다고 하고, 며칠 밤을 세며 잠이 오지 않는다고 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아이는 정시에서 자신이 가장 가고 싶었던 학교에 진학했다..
그리고 나와 남편은 아이와 정서적으로 거리두기를 정말 하고 싶어 입학과 동시에 학교 근처로 아이를 이사시켰다.

그리고 1학기가 갔다.

1학기 공연은 글로벌 워크숍으로 학과의 대표작이긴 한데,, 연출자가 4학년 학생이고, 게다가 창작극을,  외국인 학생이기 까지 해서 1학기 입학 부터 내내 3개월간 엄청 힘들게 했지만(엄청나게 힘들다고 전화해서,,새벽 2시까지 울고, 웃고, 욕하고  했다,)  마지막 합평회에서는 담당 교수로 부터 우리 이 공연을 2~3번 또 무대에 올려도 되는 상업적으로 성공할 창작극이라는 평가를 받았단다. 그렇게 힘든 공연임에도 공연장에서 본 아이는 날아다녔다. 그래서 나도 몇십시간의 전화 통화가 든든하고 안심되었다. 스스로 기특하기도 했다.

따로 떨어져 사는 아이가 집에 왔다. 아이와 일요일 저녁,, 근처 공원으로 산책을 했다.

* 딸 : 엄마,, 엄마는 내가 본 사람 중에 말이야.

* 나 : 응,, 니가 본 사람 중에 뭐~.

* 딸 :  (웃으며) 응,, 겉과 속이 모두 쎈 사람 같아.

* 나 : 어~ 뭐라고,, 흠..... 왜 그렇게 생각했는데,

* 딸 : 내가 보기에 엄마는 겉모습 범상치 않잖아. 그치.. 보통의 교사의  스타일이라고는  보기 힘들지..

* 나 : 그래서 겉이 쎄다고 하는 말인거네.. 외양이 멋지다는 말로 들려.. 그런 것 같긴하다.. 그런데 속도 쎄다는 말은 무슨 의미?

* 딸 : 응~  쎄다라는 말의 의미는 단단하다는 말이야.  내가 이번에 글로벌 워크숍을 하고, 입시를 거치면서 생각을 했는데, 엄마는 내가 어떤 말을 해도 흔들리는 것 같지 않거든,  입시 때나 지금이나 선생님이나 교수님들이 주는 피드백이 별로 안 아파... 아~ 나를 위해 해주는 말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생각이 그렇다는 것이구나. 라고 이해되더라고,

* 나 : 그럼.. 너의 말은 엄마가 너에게 해주는  피드백이 가장 든든하고 안심된다는 거야?

* 딸 : 응.. 그렇지,, 엄마는 늘 분리시켜서 이야기 해주잖아.. 근데 먼저 내 마음을 알아주고, 나서 엄마 입장에서는 이러이러해.. 그리고 엄마 입장에서의 이야기도 나라는 사람을 알아주는 말들이거든..
혹은 내가 누구편에 서서 이야기 하길 원해 라고 묻잖아. 그게 나에게는 나를 보게 만들어, 

* 나 : 어~ 그렇구나..기쁘다. 든든하고,, 아~ 나는 힘들어서,, 쫌 순한 아이들을  낳아서,, 키우고 싶었는데,, 딸~ 너가 쫌 많이 힘들게 하지않았냐,, 보람있긴 하지만  너의 섬세함과 까칠함과 완벽함과 다른 사람들과 학교에  대한 기대들로...

* 딸 : 알지..고맙지~. 그리고 학교에 대한 기대는 하지 말아야지... 내가 해 가는 거지.
  근데 엄마,, 한 번 생각해봐,, 아빠랑,, 엄마.. 둘 다 순한 사람들이라고 보기는 힘들지 않아?

* 나 : 맞네.. 그렇네... 그러고 보니 니네가  순하긴.. 좀 힘들겠다. . 그건 그렇다. 인정~

아이랑.. 친구처럼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다. 아이는 이제 자유로워 보인다.
내  품을 떠나,,, 훨훨,, 자신의  길을 가는~ 분리되어 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든든하고,  기쁘다. 설레다. 

딸..
니가 어떤 삶을 살든.. 엄마는 응원해.. 그리고 믿어진단다.

그리고 굳이 변명을 하자면 너도 알다시피 엄마가 이렇게까지(?)  쎈 사람은 아니였단다.
마음리더십 공부가 그리고 함께 공부한, 공부했던 도반들과의 관계가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