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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끼리의 만남!!

신정훈(참바람) 2022. 8. 16. 21:52

1. 상황: 올해 지역 이동을 하여 새로운 학교(초등)에 발령났다. 70여명의 학생이 있는 6학급 시골 학교. 읍내에 위치한 학교이긴 하나 전형적인 농촌 지역의 학교이고, 과반수가 넘는 학생이 다문화, 한부모 가정, 조부모 가정 등의 환경이었다. 그래서 부모님, 학부모 이런 낱말은 사용하지 않는 것을 교직원들간의 문화처럼 되어있었다(난 처음에는 헐~~ 했다. 그런데 웃기게도 학생들이 먼저 나에게 자신들의 부모얘기를 해주는 친구들이 꽤 되었다. 주로 저, 중학년~~~).  

나는 초등에서는 처음 겪는 보직을 맡게 되었다. 학교 소속이면서도 교육청 소속이기도 한 겸임발령이란 것이 났다.(이런 황당한 경우가!!!)  학교업무는 기초학력, 교육청 업무는 기초학력지원센터를 학교에 만들고, 서너군데의 학교를 순회하는 것!!  1,2학년의 학생들을 학교별로 주당 한 두시간씩 만나는데, 이 또한 내가 따로 몇몇 학생을 맡는 형태가 아니라 담임교사가 수업을 하고 나는 그 수업을 보조 혹은 담임교사가 요청하는 학생을 좀 더 가르쳐 주는 역할~~(아 내 인생에 이런일이 일어나다니라고 처음에는 여겼지만, 주당 10시간만 하면 되서 이건 꽤 괜찮았다) 

내가 속한 본교에서 2학년 10명을 화요일 1,2교시 수학시간에 들어가게 되었다. 여기에 김재훈(가명)이라는 ADHD 약을 먹고 있는 아이를 만나게 되었다. 빡빡 머리에 늘 해병대 제복 내지 다른 군복을 늘 입고 다닌다. 이 친구가 4월 어느날 급식소 앞 길에서 나를 만나서 일어난 상황이다.

학: 샘~ 탈모에요? 

나: (헐~~당황스럽고 쪽팔리고 민망하고 살짝 빡침. 동시에 왠일로 말을 다 걸지 싶은 맘이 들었다) 어 그런데 넌 그게 왜 궁금하냐?

학: 나두 탈모에요

나: 넌 탈모를 뭐라고 생각하는데?

학: 내 머리가 별로 없고 짧잖아요, 샘머리도 짧고 별로 없어어요

나: 아, 넌 머리카락이 짧아서 없어보이는걸 탈모라고 하는구나

학: 예

나: 글쿠나, 그래 나도 탈모야

학: 아하하하~~

나:(잘 되었다 싶었다. 이 기회에 얘랑 친해져야겠군 이란 맘이 생겼다. 왜냐면 수업시간에 말도 안하고, 퉁명스럽게 보였고, 별로 친해질 기회가 없어 기다리는 중이어서~~) 야, 그러면 탈모끼리 인사 하는 거나 하나 배울래?

학: 뭔데요?

나: (응답하라 1994 인지 응답하라 1988인지 확실친 않지만 반갑구만 반가워요 하며 손을 맞잡고 앉았다 일어섰다 반복하는 인사가 떠올라서) 자, 우리가 이렇게 손을 탁 맞잡고, 탈모끼리! 탈모끼리! 하며 앉았다 일어났다 하면 돼

학: (눈이 말똥말똥, 신기, 재밌어하며) 아, 해봐요

나, 학: 탈모끼리!  탈모끼리!

나: 어때? 해보니?

학: 재밌어요! 우리 만나면 계속 해요.

나: 오냐. 니가 재밌다니 나도 재밌고 좋다.

학: 한번 더하면 안되요

나: 그래  ( 한번 더 하고 헤어졌다)

그 이후 이 친구와 복도에서든, 등교길에서든, 급식소에서든 나를 보기만 하면 이 인사를 하자고 덤볐고, 학교에서 교장샘이하 전부 신기방기하게 보고, 칭찬도 했다. 재훈이가 이렇게 교사를 따르고 좋아하는걸 처음 본다며~~ 작년 1학년때 학폭 등 이름을 날렸다고 한다. 이 친구가 행동이 변화되었다고 대단하다고 하는 말을 듣고 뿌듯 흐뭇했다. 물론 수업시간에도 태도 변화가 많이 일어났고 신기하게도 이 친구와 친한 다문화 친구 준수가 있었는데 얘도 이 인사를 재밌어하며 함께 동참하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 셋은 만날때 마다 이 인사를 꼭 하게 되었다. 

배운 점: 만남이란 때론 어느 한 순간 서로 맘이 닿고 통하는 느낌이 들었을 때 짜잔하며 정서적으로 연결되어지며 친함으로 가는 문인 것 같다.  그 친구를 처음 봤을 땐 친해지려면 꽤 시간이 걸리겠군 하는 선입견을 가졌었는데, 어느 한 순간 이리 통하게 되는 것이 참 신기하고 묘하다. 그걸 잘 포착하는 내 자신도 기특하고 대견하다. 그리고 그런 맘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이 친구가 귀하고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