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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호. 2학년 때 00이랑 같은 반 안될 수 있어요?

홍석연(봄) 2021. 5. 12. 12:00

추주연 (단풍나무)


혜지와 수경이가 찾아왔다. 상담을 하고 싶단다. 내가 병원 예약을 해둔 상태라 종례 후 30분 정도 괜찮겠냐고 하자 좋다고 한다.

혜지 : 선생님, 제가요. 지금 반에서 사이가 안좋은 애들이 있는데요. 2학년 때 같은 반 안되는 게 가능할까요?

나 : 아~ 저런. 같은 반 안되고 싶을 정도면 많이 불편하겠다. 힘들고 속상했겠어. 오죽하면 선생님한테 와서 같은 반 안되고 싶다는 말을 하겠어?

혜지 : 네. 원래는 친했는데... 선영이요. 근데 선영이가 저를 좀 오해를 해서 페북에 저격글 올리고 걔랑 친한 애들 전부 말해서 지금은 애들이 저랑 말도 잘 안해요.

나 : 오해로 페북에 글도 올리고 다른 애들한테 말해서 다른 애들도 영향 받은 것 같다는 거지? 너 많이 속상하겠다. 근데 수경이는? 수경이도 그런 거야?

수경 : 아, 저도 예전에 다 같이 친할 때부터 왠지 선영이가 저는 좀 안좋아 하는 것 같고, 다른 애들도 그렇구요. 선영이가 저한테만 뭐라 하고 놀리고 그래서 기분이 좀 그랬거든요. 말은 못하고 속으로만 생각하다가 혜지랑 얘기하면서 저랑 생각이 똑같아서 같이 왔어요.

나 : 그러니까 애들이 너만 별로 안좋아하는 것 같았고 혜지랑 얘기하다 보니 생각이나 기분이 비슷했다는 거지? 그래서 같은 반 안되고 싶다는 말을 같이 하러 온 거야?

수경 : 네, 저도 걔네들이랑 같은 반 안됐으면 좋겠어요.

나 : 그래, 혜지랑 수경이는 아이들이랑 두루 친하고 주변에 친구들이 많은데 많이 불편하고 속도 상하고 그랬겠어.

혜지 : 네. 그래서 엄마랑 언니한테 말하고 선배한테도 말하고... 그리고 수경이랑도 이 얘기를 계속 하게 됐어요. 근데, 언니가 선영이한테 얘기해 준다고 통화했는데 언니도 막 화가 나서 더 안좋게 끝났어요.

나 : 이런 상황에서 혜지는 선영이하고 잘 풀어보려고 엄마랑 언니랑 선배한테 도움도 청하고 그랬구나. 또 수경이하고 이야기하면서 위로가 되고 의지가 됐겠다. 가만히 있지 않고 시도하고 노력하는 모습이 기특하네. 근데 언니가 도우려고 통화했는데 더 안좋게 끝났으니 답답하고 더 막막해졌겠어.

혜지 : 네. 그래서 일단 2학년 때 같은 반이 안되면 좀 떨어져 있게 될 것 같아서요. 어떻게 안될까요?

나 : 좀 떨어져 있으면 좋겠다는 거구나. 나한테 왔을 때는 마음이 절실했겠다. 기대도 있었겠고.

혜지 : 네, 그렇죠. (살짝 웃는다.)

나 : 그래, 아까보다 표정이 좀 가벼워 보이네. 그런데 선생님은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너는 선영이 하고 어떤 상태이고 싶은 거야? 두 사람이 어떤 모습이면 좋겠어? 니가 바라는 상태가 있어?

혜지 : 글쎄요. 생각 안해봤는데... 음. 그냥 인사 정도 하고 페북에 저격글 안올리면 좋겠어요.

나 : 인사는 하고 페북에 저격글 안올리면 좋겠다는 거지? 예전처럼 친하게 지내고 싶진 않은 거야?

혜지 : 선영이랑 여러 번 이런 일이 반복되서 친하게 지내는 건 제가 힘들 것 같아요. 근데 페북에 글 올리고 서로 말도 안하는 건 더 힘들어요. 다른 애들도 다 저를 그렇게 보는 것 같구요.

나 : 친하게 함께 다니지는 않아도 불편하지 않게 지내고 싶다는 말로 들리네. 다른 친구들에게 니 이야기를 안좋게 안하고 말야.

혜지 : 네. 맞아요. 근데 사실 제가 잘못하긴 했어요. 선영이 남친이랑 저랑 편안한 사이라서 같이 통화하고 그랬는데 선영이는 오해한 것 같아요. 언니가 그러는데 그럴 때 여자 입장에서는 되게 열 받고 그렇대요. 듣고 나니까 그건 제가 좀 잘못한 것 같아요.

나 : 넌 그런 의도는 아니었지만 선영이가 오해하고 화낼 만 하다는 거야?

혜지 : 네. 그래서 그건 미안해요.

나 : 그렇구나. 선영이에게 미안하구나. 그런 마음을 선영이에게 전했어?

혜지 : 아니요. 지금 서로 말도 안하니까.

나 : 그래. 답답하겠다. 미안한 마음 전하지도 못하고 니가 그런 의도가 없었다는 것도 말 못하고.

혜지 : 네. 그래서 오해 풀고 서로 인사하는 사이가 되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같은 반 아니어서 좀 떨어져 있어야 될 것 같아요.

나 : 그래, 니가 원하는 모습이 있고 그걸 이루기 위해서 이렇게 선생님 찾아온 건 참 반갑다. 그래서 선생님도 돕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 그런데, 어쩌지? 반을 배정하는 건 일정한 기준에 의해서 하는 거라 선생님이 너의 상황을 딱 반영할 수 있다고 답해주진 못할 것 같아. 듣고 실망스럽진 않아?

혜지 : 아~ 네. 조금이요. 기대를 했거든요.

나 : 그래, 아쉽고 실망스럽겠다. 선생님한테 서운하진 않구?

혜지 : 아니요. 그건 아니에요.

나 : 그래, 너도 절실한 맘에 왔을 텐데 선생님 입장도 이해해 주는구나. 그런데 선생님은 혜지 이야기 들으면서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는데 들을 수 있겠어?

혜지 : 네.

나 : 선영이랑 같은 반 안되면 니가 바라는 사이가 될 수 있을까? 같은 반 아니어도 저격글 올리고 말도 안하고 그럼 불편하지 않겠어?

혜지 : 그렇긴 하죠.

나 : 그치? 저격글이야 반이 아니라 학교가 달라도 올릴 수 있는 거잖아. 니가 정말 원하는 걸 이루는 방법을 선생님이 알려주면 한번 해볼래?

혜지 : 뭔데요?

나 : 아까 니가 선영이한테 미안한 마음이 있다고 했잖아. 그 마음을 전하는 거야. 어때?

혜지 :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저랑 말도 안하려고 하는데.

나 : 좀 막막한가 보다. 말꺼내기 어렵고. 그럼 수경이한테 한번 해봐. 수경이가 도와줄 수 있겠어?

수경이가 웃자 혜지가 수경이를 보면서 시도한다.

혜지 : 어~ 미안해. 선영아. 니가 화났을 것 같아. 미안해.

나 : 수경이는 어때? 솔직하게 말해주면 혜지가 도움이 될 것 같아.

수경 : 말하는데 진짜 미안해하는 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마음이 풀렸어요.

혜지 : 그래?

나 : 혜지, 안심되겠다. 그럼 이제 선영이 마음이 풀렸잖아. 이 때 니 마음을 전하는 거지. 너는 어떤지 한번 해봐.

혜지 : 어~ 근데 그건 좀 오해가 있는 것 같아. 나는 니 남친이랑 그냥 편해서 통화한 거거든. 그래도 니 입장에서는 화가 날 것 같아. 미안해. 이제 오해 풀면 좋겠어.

나 : 그리고 니가 바라는 거 있잖아.

혜지 : 오해가 풀렸다면 페북에 나에 대한 저격글은 안올리면 좋겠어.

나 : 수경이는 듣고 어때?

수경 : 괜찮은 거 같아요. 미안하다고 하니까.

나 : 혜지는 말하고 어때?

혜지 : 헤~ 해볼만 할 것 같아요.

나 : 그래? 아까 막막해 하더니 수경이한테 연습하니까 자신감이 좀 생긴 것 같네. 수경이한테 어때?

혜지 : 고마워요.

수경이가 웃는다.

나 : 그래, 두 사람 보기 좋다. 서로 마음 알아주고 돕고. 혜지도 자기 문제를 해결하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하니까 선생님이 안심이 된다. 수경이는 든든하구.

기억해 두고 싶은 것들.

1. 아이들에게 병원에 가야하는 나의 상황을 알리고 시간을 제한하였다. 내 상태를 이해받고 상담을 시작하여 마음의 여유가 있었다.

2. 반배정에 대한 아이의 요청을 들어주지 못한다고 말하는 것이 좀 미안했다. 아이들이 반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여겨질까 걱정이 되었다. 미안하고 걱정되는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도 있었겠구나.

3. 마음을 전해보라는 제안에 혜지가 막막해하자 순간 내가 풀어주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부담스러웠다. 문제를 내가 해결해 주어야 한다는 부담으로 가져가지 않고, 해볼 마음을 낼 수 있도록 감정을 비워주는 것이 중요하구나 한번더 알아차려진다.

4. 마지막에 혜지와 수경이가 서로에 대한 마음, 나에 대한 마음을 확인할 기회가 없었던 것이 아쉽다. 시간 상 마음이 조급해졌다. 45분 정도 걸렸는데 상담 시간을 더 줄일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