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5호. 불편한 감정을 나누며 깊어지는 관계
김승배 (달콩아빠)
남녀학생 사이의 벽이 없어졌다. 말을 주고받는 모습과 표정들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별다른 학급활동을 한 게 없다. 대부분의 교과 수업이 활동 수업이라 그 과정에서 남녀 간에도 자연스럽게 친밀하고 편안해진 것으로 보인다. 급식실에서 음악선생님을 만났다.
음악샘: ☆반 너무 너무 이뻐요.
나: 무슨 일 있었어요?
음악샘: 시간이 남아서 노래를 불렀는데, 노래를 엄청 못 부르는데도 다 같이 박수치면서 함께 부르고!!! 이런 애들 처음이에요.
나: 처음이라구요?
음악샘: 이 학교 3년 만에 이런 애들 처음 봐요. 너무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종례시간에 음악샘의 칭찬을 전하니 아이들이 박수를 친다.
체육시간에 축구를 했나보다. 남학생들이 어이없어 한다. 축구는 버려야 한다고. 다들 개발이어서 너무나 재미있었지만 체육대회는 포기해야겠다고. 여학생들이 여기저기서 어떻게 축구를 포기하냐고, 그러면 안 된다고 말린다. 학부모 총회가 있어 야자가 없었던 어제 금요일. 반장 중심으로 단합대회를 자기들끼리 했다.
목요일 우리 반 수업. 공감에 대한 체험적 이해 시간을 가졌다. 우선 불편한 감정을 표현하며 나누어 편해지는 시간을 가지려고 했다. 두 겹 원을 만들었다. 지금-기분을 짧게 말하도록 했다. 전날 노란 머리를 옅은 초록으로 염색한 66.
66: 염색이 잘 안 나와서 슬퍼요.
나: 응?
66: 애들이 와사비 같대요.
나: 같이 도와주까?
전체: 슬프겠다.
66: 네, 정말 슬퍼요.
전체: 정말 슬프겠다.
66: 네.
나: 66이를 위로해 줄 사람?
(여기저기서 말을 한다. 지금 머리 멋져! 잘 나왔어! 재밌어! 와사비 아냐!)
나: 어떤 말이 잘 들려?
66: 지금 머리 멋져요.
나: 33이에게 하고 싶은 말은?
66: 고마워
나: 지금 기분은?
66: 그래도 슬퍼요.
몇 명의 감정이 리얼해 이런 식으로 진행했다.
모든 학생들이 한 마디씩 한 다음 ‘나를 생각하면 어떤 기분이 드는가?’를 체크해서 발표하게 했다. 여학생들의 순서로 넘어가면서 자신의 못난 모습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계속해서 나왔다. 안타까웠다.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도록 이끌었다. 남학생들 일부는 키득키득 대고 여학생 대다수는 서로 속상해하고 안타까워하며 자신을 돌아보며 공감된다는 반응을 주고받았다. 학급에서 인기 많고 매력적이고 리더십 있고 똑똑한 한 여학생.
11: 나는 내가 불안해요. 왜냐하면 요즘의 내가 위태롭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나: 위태롭다고? 어떤 생각에?
11: (말을 멈추고 머뭇거린다. 눈을 떨군다. 망설이는 눈치다.)
나: 말하지 않아도 괜찮아.
11: (눈물이 흐른다.) 뭔가 위태위태해요. 또 예전처럼 그렇게 될까봐.
갑작스런 눈물에 모두 당황해한다. 일부 키득대던 학생들도 진지해졌다. 가까운 친구들은 이유를 아는 눈치다. 여학생들은 ‘울지마.’하고 위로한다. 휴지를 가져오고.
나: 울어도 된다.
11: 혼자서 울고 싶어요. 나가서 울고 와도 돼요?
나: 신경 쓰이나 보구나? 그래.
(뒷문으로 나가자마자 크게 울었다.)
울 때 어떻게 대처하면 되는가에 대해 잠시 안내한 다음 계속 진행했다.
22: 나는 내가 막막해요. 이런 실력으로 어떻게 대학을 갈지... (운다. 마음이 아팠다. 대다수 고1 학생들의 공통적인 마음이다.)
여기저기서 안아주고 위로를 한다.
11이가 다시 들어왔다.
나: 지금 기분은?
11: 멍해요.
나: 아무런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괜찮아.
11: (중학교 때 병원 치료를 받았고, 너무 힘들었고, 또 그럴까봐 두렵고 불안하다고 설명했다. 들으면서 내 눈에도 여학생들의 눈에도 눈물이 고였다. 남학생들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나: 친구들에게 듣고 싶은 말 있으면 말해볼래?
11: 힘들었겠다고...
전체: 힘들었겠다. 정말 힘들었겠다.
나: 11이가 정말 힘들었겠다. 그런 시간을 보내고 여기 있는 11이는 어떤 사람 같아.
44: 쎈 사람
나: 그렇지... 그렇게 힘든데도 이겨냈으니 얼마나 강하냐? 함께 박수쳐줄까?
점심시간 종이 울렸지만 더 진행했다. 더 많은 일들이 있었다. 끝난 후 여학생들은 11와 22를 뒤에서 안아주고 머리를 만져주고 볼을 만져주었다. 늦은 점심을 혼자 먹으면서 가슴이 먹먹하고 한편 고마웠다. 학급의 일체감과 결속력이 더 강해지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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