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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호. 기분듣기로 갈등중재

홍석연(봄) 2021. 5. 12. 15:35

정유진 (낄낄)

 

현빈 엄마에게 저녁에 카톡이 왔다.

 

현빈맘 : 선생님 김현빈 엄마입니다. 늦은 시간 죄송해요. 내일 말씀 드리려니 안될 것 같고 오전에 문자 드리려니 이른 시간에 보낼 내용이 아닌지라 실례지만 보냅니다. 남자애들 대부분이 집에 와서 얘기를 주저리주저리 하진 않지요. 현빈이도 그런 편입니다. 오늘 잠자리에서 얘기가 나왔는데 민석이라는 친구가 바보야하며 뺨을 때렸다고 합니다. 한 번이 아니고 여러 번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하네요.

 

: 헉 많이 놀라고 속상하셨겠어요. 일단 내일 학교에서 알아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바로 알려주셔서 감사하고 죄송합니다.

 

현빈맘 : 현빈이 말로는 최근엔 그 친구와 어울리지 않아서 그런 일이 없었다고 합니다. 앞으로도 없으면 너무 좋겠는데요, 주의가 필요한 친구가 아닌가 생각 들어요. 답변 감사합니다.

 

: 네 그게 사실이라면 아이들 모두를 위해서 말하고 넘어가야죠. 이야기 해보고 다시 연락드릴게요.

 

현빈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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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에 현빈, 민석을 불렀다.

 

: 선생님이 불러서 놀랐겠다. 물어볼 게 있어서 불렀어. 현빈이 말에 따르면 민석이가 현빈이 뺨을 때리면서 바보야라고 한 적이 있다고 하는데 민석이는 기억이 나?

 

민석 : 아니요.

 

: 민석이는 기억이 안 나는구나. 현빈아, 언제 있었던 일이지?

 

현빈 : 3월에요. 3월 며칠에요.

 

: 잘은 모르겠지만 3월에 있었던 일이구나. 한 달쯤 지났네?

 

현빈 : .

 

: 현빈, 자세히 말해줄 수 있어? 니가 그냥 뺨을 때리면서라고 말하면 어른들은 엄청 심각하게 상상하거든. 뺨을 때렸어도 세게인지, 톡 건드렸는지, 가만 있었는데 그랬는지, 놀다가 그랬는지. 자세히 말해줄 수 있어?

 

현빈 : . 그게요. 놀이를 하고 있었는데요. 제가 규칙을 잘 모르니까 민석이가 뺨을 때리면서 바보야 라고 했어요.

 

: (그 장면이 생각났다!!) 그랬구나. 현빈이는 처음하는 놀이라서 규칙을 모를 수도 있는데 모른다고 뺨을 때리고 바보야라고 까지 해서 기분이 많이 상했겠다.

 

현빈 : . 뺨은 뭐 그랬는데 바보야라고 해서...

 

: 뺨보다도 바보야라고 해서 마음이 많이 상했구나. 게다가 엄마나 선생님한테 말하면 너무 걱정하실까봐 말도 못하고 혼자 끙끙했구나. 그런데 마음은 상해서 민석이와 친하게 놀기는 힘들고 그랬구나. 니가 많이 힘들었겠다.

 

현빈 : (눈물이 쪼금씩 나오면서) . 엄마한테 말하니까 그런 아이랑은 놀지 말라고 했어요.

 

: 그랬구나. 그런데 어른들은 뺨을 때렸다고 하면 놀라시거든. 어느 정도였는지 선생님 손에 해볼 수 있어? (내가 손을 내밀자 현빈이는 살짝 탁 하고 친다.) 이 정도였어? () 그럼 세게 때린 게 아니라 건드린 정도네?() 그랬구나. 아픈 게 아니라 기분이 나빴구나. ()

 

: 민석이는 현빈이 이야기 들으니까 어때? (민석이도 어느새 울고 있다.)

 

민석 : (당황한 듯 가만 있는다.)

 

: 민석이가 많이 놀랐겠다. 당황스럽고. 선생님이 불렀을 때부터 무슨일인가 놀라고 지금은 겁도 나고 그렇겠어.

 

민석 : (끄덕끄덕)

 

: 민석아, 선생님이 너를 혼내려고 부른 게 아니라 물어보려고 부른 거야. 그리고 처음에 이 이야기 들었을 때 민석이가 그럴 리가 없는데 하고 민석이를 믿는 마음이었어. 그래서 자세히 물어보고 풀고 싶어서. (표정이 조금 풀린다.) 이 상황이 생각이 나?

 

민석 : (끄덕끄덕)

 

: 민석이는 듣고 어때? (묵묵부답) 좀 억울하고 속상한거야? (끄덕끄덕) 어떤 부분이 제일 속상했어?

 

민석 : (가만히 있는다.)

 

: 뺨을 때렸다고 표현한 게 억울하고 속상했던 거야?

 

민석 : .

 

: 너는 때린 게 아니고 그냥 장난으로 한 건데 때렸다고 하고. 너는 기분 나쁠 줄 몰랐고 친하다는 표현이었는데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들어서 억울하고 속상하고 놀라고 겁도 났겠다.

 

민석 : . (눈물이 주르륵)

 

: 그래 그랬구나. 민석이는 속상했구나. 그래 그랬겠다. 그런데 민석아, 민석이는 속상하고, 현빈이한테는 마음이 어때?

 

민석 : (울먹울먹) 미안해요.

 

: 니가 일부러 그런 건 아니고 몰랐지만 현빈이가 기분이 나빴다고 하니까 미안했구나. 억울하고 속상한 부분이 있는데도 그렇게 생각했다니 민석이 마음이 참 깊고 착하구나.

 

민석 : .

 

: 그럼 직접 한 번 해볼까?

 

민석 : 미안해.

 

현빈 : 괜찮아. (눈물 주르륵)

 

: 현빈이는 왜 눈물이 났어?

 

현빈 : 민석이가 슬플 것 같아서요.

 

: 민석이 슬플 것 같아서 눈물이 났구나.

 

현빈 : . 억울하고 속상할 것 같아요.

 

: 그래. 민석이 마음도 잘 알아주고 친구 생각하는 마음이 참 멋지다. 민석이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볼래?

 

현빈 : 나는 이제 괜찮아. 너도 슬퍼하지 마.

 

민석 :

 

: 그래. 민석이도 오늘 중요한 거 알았구나. 너는 친하다는 표현이지만 그 행동이 친구를 기분 나쁘게 할 수 있다는 거 알았잖아. 몰랐으면 또 다른 친구한테도 할 수도 있었고, 현빈이랑 다시 친해지기도 힘들었을 텐데 알아서 얼마나 다행이야.

 

민석 : .

 

: 현빈이 앞으로는 바로 이야기해주면 친구도 덜 놀라고 선생님도 바로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래줄 수 있어?

 

현빈 : 민석이를 나쁜 아이라고 생각할까봐 말을 못 했어요.

 

: 선생님이나 엄마가 민석이를 나쁜 아이라고 생각할까봐 말을 못했구나. () 친구 생각하는 마음이 참 멋지다. 선생님이 앞으로 그런 일이 있어도 그런 생각부터 하지 않고 오늘처럼 이야기 들어볼 때니까 말해줄 수 있어?

 

현빈 : .

 

: 너희들 지금 기분은 어때?

 

현빈 : 좋아요.

 

민석 : 괜찮아졌어요.

 

: 그래 그럼 눈물 닦고 같이 화장실 다녀오세요.

 

(둘이 화장실에 갔다.)

 

민석이가 겁이 났구나에서 눈물이 주르륵 나오는 걸 보고 마음이 아팠다. 내 나름대로는 최대한 다정하게 말하고 있는 거였는데도 민석이 입장에서는 정말 겁이 나는 순간이었겠구나.’ 싶고, 내가 화를 낼 때 아이들은 너무너무 겁이 나겠구나 싶어서 마음이 아팠다.

 

최대한 그대로 쓰려고 쉬는 시간이 되자마자 마구마구 썼다. 지금 내 기분은 조금 마음이 먹먹하고, 어제보다는 가볍고 후련하기도 하다. 기특하고 든든하고, 안심되고 편안해진다. 지금 보니 민석이랑 현빈이가 다시 놀기 시작하고, 민석이가 현빈이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모습을 보고 든든하고 고맙고 기특하고 더 편안해진다. 걱정이 남아있었구나.

 

마음리더십에서는 기분 들어주기를 주로 썼다. 막상 글을 쓰고 보니까 그 행동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누지 않았다. 그래도 민석이가 이미 알고 있을 것 같고, 둘이 화해를 했으니 더 나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하게 내 기분이 지금 잘 느껴지지 않는다. 아이들이 있는 쉬는 시간이라 마음이 조급해서 그런가. 조금 지친 상태라서 그런가.

 

밥 먹고 현빈이 어머니께 전화를 드려서 상황을 설명 드렸더니 다행이라고 하셨다. 얼른 알려주셔서 이야기 나눌 수 있었다고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통화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