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진 (열음)
수련회를 시작하며 카톡방을 열었다. 기술가정쌤에게 가볍게 제안해서 쌤이 방을 만들었고, 수련회 마치면 닫을 거라고 알렸다. 3일 동안 우리가 하는 다양한 활동들, 아이들이 하는 활동 등을 카톡방에서 나누었다. 아이들의 활동 중 좋은 것이 보이면 찍고, 나누고, 칭찬하고, 에고그램과 자기 인정 활동, 그리고 칭찬 릴레이를 통해 1학년 담임 구성원인 우리가 더 든든해지고 단단해졌다. 1학년부장으로서의 올해 가진 내 걱정도 이해받고, 내 미안함도 이해받으니 안심되고 안심된다.
수련회 셋째 날 오전, 강당에서의 아이들 컵 쌓기 운동회를 보고, 과학쌤이 제안한다. 앞 반 4개반과 뒷 반 4개반 담임들의 번외 경기를 하잔다. 기꺼이 그러자고 했다.
경기가 시작되었는데, 뒷 반 첫주자인 과학쌤이 일부러 늦게 달려준다.
마지막 주자인 뒷 반 음악쌤인 남자쌤도 주변 쌤들이 출발 못 시키게 지연시켜서 앞 반이 이기게 해주었다. 아이들이 흥미진진하게 경기를 보았는데, 앞 반에 속해 있는 50대 쌤을 배려한 것으로 보였다. 과학쌤이 일부러 사진 찍으면서 시간을 벌어주신 것을 알기에 나가면서 '짱'이라고 손가락을 들어 보였더니 엄청 좋아하신다.
수련원측에서 퇴소식 소감을 해달라고 한다. 학년부장이니 해야 한다기에, 제안한 수련원측 쌤께 1학년 담임쌤 전체가 할 것이라고 말씀드렸다. 당황스러워 하시기에 그 마음도 알아드렸다. 1학년 담임쌤들에게 강당으로 이동하며 우리가 1분씩 이야기 할 거라고 전했다. 가볍게 제안했는데, 가볍게 받아준다. 서로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있다고 보인다. 참 가볍다.
도덕쌤이 "자기가 하지 그래.“ 라고 하기에. 씽긋 웃으며 "쌤도 해주세요." 했다.
강당의 단상으로 담임들이 올라가는데, 순간 ‘힘든 일을 시켰다.’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우리 모두가 단상에 올라 말할 기회가 많아지면 좋을 것이라는, 그리고 아이들도 그것을 더 좋아할 것 같다는 내 자신감이 생기자 편안해진다.
그러면서 내가 입소식 때 아이들에게 전한 말이 떠오른다.
나 ; 애들아? 오면서 피곤하지는 않았니?
아이들 : 피곤했어요. 배고파요.
나 : 그래 피곤하기도 하고 배고프기도 하지. 그러면서 긴장도 되고, 기대도 될 것 같아. 쌤도 그렇고, 여기 뒤에 앉아 계신 담임쌤들도 그렇단다. 그러면서 쌤은 너희가 3일 동안 많이 배우고, 많이 느끼고, 많이 사랑하기를 바라. 이 공간에 있는 오늘의 너희들을 많이 사랑하기를 바라고, 수련 교육을 이렇게 모두가 안전하게 시작하게 된 것을 축하해.
이제는 퇴소식 소감이다. 수련원측 쌤도 당황하셨는지 (한 번도 이렇게 제안한 학교는 없고, 게다가 멘트는 미리 다 작성되어 있는데, 우리는 멘트에 해당되지 않는 조건으로 한다고 하니 나라도 그럴만 하다.)
사회자 : 다음은 1학년 부장님을 비롯한 담임쌤들의 퇴소식에 대한 말씀이 있으시겠습니다.
나 : (사회자를 바라보며) 당황스러우셨죠? 낯설기도 하구요.
사회자 : (주저하고 놀라다가) 네
나 : 저희도 당황스러워요.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시도라서요. 그런데도 이렇게 잘 소개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1학년 전체를 바라보며) 1반을 비롯한 1학년 전체 정말 많이 고맙고, 든든하고 멋졌어요. 여러분 짱이예요.
2반쌤이 나와서 말씀하신다.
2반쌤 : 여러분~ 정말 잘했어요. 모두다 정말 잘해서 도덕 시간에 칭찬 도장 모두 3개씩 줄 거예요.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도덕쌤이 아이들과 만나고 칭찬하는 방식을 우리에게 보여주신다. 나는 안심되고 안심된다. )
3반쌤 : 3반과 **중학교 1학년 전체 학생들, 3일 동안 정말 잘했어요. 축하해요.
4반쌤 : 3일 동안 애썼고, 고마워요. 이 기운으로 학교 가서도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5반쌤 : 많이많이 잘했어요. 칭찬하고 칭찬해요.
6반쌤 : 자~ 수련회가 좋았다 생각하면, 쌤이 소리 질러 하면 '함성소리'가 강당을 뚫을 정도로 내어봅니다. 알겠죠? (아이들이 함성을 지른다.)
7반쌤 : 사랑합니다. 고마워요.
8반쌤 : 정말 멋있었어요. 짱이예요.
한 분 한 분이 말 할 때마다 아이들의 마음이 움직이는 것이 보인다.
가볍게 제안한 나는 기특하고, 그리고 해준 쌤들은 고맙고, 잘 들어준 아이들은 더 든든하다.
마치고 나오면서 도덕쌤에게는 우리도 칭찬 도장을 달라고 했더니 그러마 하신다. 6반 기술가정쌤에게는 어디서 그런 카리스마와 탁월한 아이디어가 나오냐고, 멋지다 해주었더니 신나한다.
아~ 이제 마쳤다. 한 명의 아이도 다치지 않고, 큰 일 없이 수련교육을 행복하게 마치게 되어서, 그리고 아이들이 서로와 더 친해져서, 우리 쌤들이 아이들을 더 잘 이해하게 되어서, 그리고 우리가 더 끈끈해져서 참 좋다.
내가 참 기특하다. 함께 수련회에 참여 해주신 50대 후반의 부담임 체육쌤의 말씀
"수진쌤은 참 복 많은 사람이야~
큰 사고 없이 이렇게 편안하고 행복하게 수련회를 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어."
쌤의 본심, ‘나는 이렇게 편안하고 안전하게 수련회에 와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잘 챙겨주고 분명하게 해주어서 고마워요.’ 나는 이리 들린다.
그래 나는 복 많은 사람이다.
복을 짓는 기회가 많은 사람이다.
백퍼 인정! 그리고 걸림이 살짝 있지만 이번엔 수용한다.
동학년 과학쌤은 수련회를 마치며 아이들과 우리가 찍힌 사진들로 직접 동영상도 만들어 쌤들의 카톡방에 올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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