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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호. 개인상담으로 다가오는 아이들

홍석연(봄) 2021. 5. 12. 15:44

김승배 (달콩아빠)

 

427일 아침 조회 시간 직전. 선우가 교무실로 와서 운다.

 

선우: 짜증나요ㅜㅜ. (아침에 하는 스포츠클럽) 배드민턴 시간에 조금 늦게 와서 출석을 체크 못했어요. 맨날 일찍 오는데, 꼭 제가 늦게 오는 날만 하필 출석 체크를 하고... 그래서 속상하고 짜증나요.

 

: 속상하고 짜증나겠다. 하필!

 

선우: 엊저녁에는 작년 수학 시험 문제를 풀었는데 처음부터 하나도 풀리지 않았어요. 그래서 시험도 더 걱정되고 속상해요.

 

: 걱정되고 속상하겠다. 시험이 모레인데, 그럼 정말 막막하고 갑갑하겠다.

 

선우: 아침에 엄마한테 짜증내고 화냈어요. 그러다 늦었어요. 그런데...... 엄마한테 정말 미안해요. 반복해서 그러는 제가 싫고...

 

: 짜증나고 화났었구나. 미안하고 속상하고, 싫겠다. 선우가 그래서 늦었구나.

 

 

중간고사가 끝난 어린이날 아침. 일어나 보니 몇 명이 밤늦은 시간에 보낸 톡이 있었다. 한 명의 남학생. 말이 거의 없고 차분하고 침착한 학생으로 남녀학생들과 잘 어울리는 편이다. 반장 선거에서 한 표차로 낙선하기도 했다. 시험 끝나고 종례 시간에 있었던 일로 죄송하다는 글이었다. 톡으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종호: 저 월요일날 일찍 가서 상담 좀 해주실 수 있어요?

 

: 그래 반갑다. 물론 해주지. 월욜에 부를게.

 

종호: 아침 일찍 하면 안돼요?

 

: 아침에? 몇 시?

 

종호: 810분정도요.

 

: 오케이^^ 근데 일찍 하려는 이유는?

 

종호: 일찍 해서 빨리 감정을 누구한테 표현하고 싶어요. 요즘 너무 힘들고 우울해요.

 

: ~~ 그렇구나 불편하구나. 힘들고 우울하고!!! 도와줄테니 지금 감정만 표현해봐~~ ‘감정이 ~~하고 ~~ 해요.’ 이런식으로!!! 또는 ‘~~했고 ~~ 했어요.’ 이렇게!!!

 

종호: 엄마가 너무 저한테 야속하고 냉정한 거 같아서 너무 우울하고 슬퍼요.

 

: 저런, 우울하고 슬프겠다. 서운하고 야속하고 서러워 눈물나겠다...

 

종호: 그래서 지금 울고 있어요

 

:(엄마는 능력자로 보였다. 학부모총회에서도 그런 자부심이 느껴지는 엄마로 보였다.) 엄마같은 능력자가 널 냉정하고 차갑게 대한다면 얼마나 슬펐겠나.... 슬프고 서럽겠구나.

 

종호: 슬프고 서러워요.

 

: 슬프고 서럽지!!! (중간 생략) 엄마를 생각하면 또 어떤 기분이야?

 

종호: 무서워요.

 

: 무섭구나!!! 얼마만큼?

 

종호: 많이 무서워요.

 

: 엄마가 많이 무섭구나.... 그럼 엄마가 싫고 보기 두렵고 집에 들어가기도 싫겠다.

 

종호: 싫지 않은데 너무 저한테 첫째인데 공부도 못하고 초중때 놀기만 하고 이제 와서 공부한다고...’ 엄마가 격려해줄 거 같았는데 오히려 이제 와서 공부한다고 너무 뭐라 그러는 거 같아요.

 

: 싫진 않구나!!! 초중땐 놀았지만 이젠 맘잡고 공부하는데... 엄마가 격려하기보다는 이제 와서 공부한다고 뭐라 해서 서럽고 야속하고 슬프고 우울하다는 말이지?

 

종호:

 

: 힘빠지고 하기 싫어지겠다.

 

종호: 왜하는지 모르겠어요 보상도 없고 발전하는 거 같지도 않고...

 

: 엄마라면 힘내서 맘 새로 먹고 열공하는 날 지지하고 격려할 줄 알았는데... 맥빠지고 하기 싫고 왜 하지 싶고 혼란스럽고... 노력할 의미를 못찾겠다.

 

종호: 네 이제 와서 공부하는 저도 한심스러워요.

 

: 자신이 한심스럽고 후회도 되겠다.

 

종호: 후회돼요.

 

우리 가족 여행을 출발하느라 마무리를 못하고 끝냈다. 다른 두 명과도 톡으로 간단한 상담을 했다. 만난 지 두 달을 전후해서 학생들 한 명 한 명이 보다 개인적인 내용을 가지고 다가온다. 우선은 개인 상담으로 만나겠지만 이런 내용을 5월 중에 학급 집단 전체와 함께 나누며 공감하고 위로하고 치유하며 성장하도록 이끌고 싶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집단에는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