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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호. 통합학급 이야기 (1탄)

홍석연(봄) 2021. 5. 14. 13:55

성영미 (우주)

 

4월부터 수업 시작할 때 마음공책을 활용한 감정나누기를 하고 있다.

 

진행순서는...

 

1. 지금 가장 생각나는 사실을 적고, 그 사실을 떠올릴 때 생기는 감정에 동그라미를 한다.

2. 서로 사실을 읽고 감정을 이야기 한다. 이해되면 넘어가고 궁금하면 그 감정에 따른 생각을 묻고 답한다.

3. 말하고 난 후 지금 나에 대해, 친구에 대해 감정을 표현한다.

 

이제 마음공책을 활용한 마음나누기가 아이들에게 좀 익숙해 진 것 같고 감정을 체크하는 것도 자연스러워졌다. 그러나 감정의 개수가 늘어나거나 감정 자각의 폭이 넓어진 것 같진 않다. 익숙하게 느끼는 감정들을 주로 표시하고 감정의 갯수도 2~5개 체크한다.

 

어제는 모처럼, 변화된 지점이 보여서 반가웠다.

 

창이와 준이는 중학교 2학년, 둘 다 ADHD 진단을 받은 학생들이다. 둘은 대화할 때 주로 다른 친구나 선생님에 대한 자극적인 이야기들, 별 관계 없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문득 떠오르는 생뚱맞은 이야기를 나눈다. 대부분 부정적인 인식이 많다. 듣고 있으면 좀 피로감이 느껴지고 답답해 질 때가 많다.

 

수업시간에 서로 마음공책으로 마음나누기를 하면서 이제는 굳이 진행순서를 말하지 않아도 생각과 감정을 적고 나누기를 할 수 있지만, 중간에 개입하지 않으면 서로의 감정에 대해 묻거나 상대의 감정에 영향을 받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준이가 사실과 감정을 말 했을 때 듣고 있던 창이가 '너 괴롭다고 했는데, 괴로운 건 왜 그런 거야?'라고 질문을 했다. 처음이라는 생각이 들어 반갑고 놀랍고 기뻤다. 이 때다 싶어 준이에게 '창이가 니가 괴롭다고 하니까 왜 그런지 궁금한 것 같아'라고 말했더니 준이 ', . 아기와 잘 못놀아 줄까봐 괴로웠어.'라고 창이를 보면서 말을 한다. 둘이 눈을 마주치고 말하는 것도 신기하지만 그 순간은 둘은 독백이 아닌 대화를 하는 것 같았다.

 

: 준이야, 창이가 너의 감정에 대해서 물어 주니까 기분이 어때?

 

준이: 관심 받는 것 같고, 기분이 좋아져요.

 

: 관심 받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구나, 이 말을 듣고 창이는 어때?

 

창이: 기분이 좋고 뿌듯해요.

 

: 기분이 좋고 뿌듯하구나. 샘도 참 흐믓하고 반가워. 창이의 질문에 샘은 놀랍고 무척 기뻐. 준이는 창이가 기분이 왜 그런지 물어주니까 반가웠을 것 같아. 준이는 창이에 대해서는 어때?

 

준이: 물어주니까 고맙죠.

 

: 물어 보는 게 관심 받는 것 같았나보다. 그래서 고마운 거야?

 

준이: .

 

: 창이는 듣고 어때?

 

창이: 저도 좋아요.

 

: 준이가 고맙다고 말한 걸 듣고 기분이 좋은 거구나?

 

창이: .

 

: 창이하고 준이가 같은 학년인데 자주 다투는 모습이나, 서로 동문서답하는 모습을 많이 봤었는데 이렇게 서로의 마음에 대해 나누는 모습을 보니까 샘이 넘 기쁘다. 흐뭇해.

 

둘 다 멋쩍은 듯 웃는다. 귀엽다. 알아들었을까? 의심스럽기도 하지만, 창이는 무척 뿌듯해 하고 눈이 반짝거린다. 서로의 감정에 대해 나눈다는 것, 지적한계를 넘어서, ADHD를 넘어서...

 

우리도 나의 감정에, 너의 감정에 조금씩 다가가고 있는 것 같다.이제 한 걸음 겨우 나간 것 같지만 그래도 참 좋다. 가슴이 벅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