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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호. 공감교실의 작은 기적

홍석연(봄) 2021. 5. 12. 15:47

김승배 (달콩아빠)

 

지난 화요일 음악시간 직후.

 

한 반의 덩치 좋은 남학생(복학생)이 여학생 부반장의 멱살을 잡고 욕설과 함께 주먹질을 하려 했다. 음악수업 끝종이 울리자 부반장이 음악선생님께 인사를 시켰는데 복학생 남학생이 하지 않아 다시 인사를 시키고 난 후 복도에서 서로 날선 말이 오가면서 일어난 사건이었다. 급우들과 음악선생님이 달려와 말려 그 정도로 끝났지만 여학생은 큰 충격을 받고 울면서 이 사건을 학폭으로 다룰 것과 학급교체를 담임교사에게 요구했다. 복학생은 복학생대로 억울하다며 그 여학생이 먼저 자기를 무시하였고, 이전에 여러 차례 sns에서 자신을 비속어로 멸시했다고 주장했다. 1시간 이상 두 학생이 극도로 흥분한 상태에서 번갈아 담임교사에게 울고 항의하며 대립하는 바람에 교무실 선생님들도 지켜보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고 한다.

 

생활지도부장과 담임교사가 내게 도움을 요청했다. 상의 끝에 그 반의 공감교실 활동을 통해서 문제 해결을 시도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다음날 6교시로 계획을 잡았다. 그 전에 두 학생과 내가 일대일 상담을 하기로 했다. 다음날 3교시에 여학생 민지와 일대일 상담을 했다. 그러나 복학생 지한이는 평소처럼 5교시에 오는 바람에 상담 기회를 놓쳤다. 이 일로 퇴학당할 거란 생각에 후회가 되고 화가 나서 벽을 주먹으로 쳐 뼈가 부러져 늦었단다. 지한이는 생활지도부장과 한 시간 동안 따로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고, 6교시에 그 반으로 갔다. 체육시간으로만 알고 있던 학생들에게 상황과 목표를 설명하고 도움을 부탁했다. 책상을 뒤로 밀고 의자만으로 두 겹 원을 만들어 모였다. 감정단어장을 나눠주고 지금-여기의 기분을 돌아가며 말하게 하면서 추임새 연습을 했다. 처음 만나는 학생들이지만 잘 따라 주었다.

 

추임새 활동이 끝날 때쯤 담임교사와 음악선생님, 생활지도부장이 들어왔다. 지한이는 혼자 마음을 다잡은 다음에 조금 후에 따로 들어왔다. 민지와 지한이에게 지금-기분을 말하도록 요청하고 전체 학생들이 추임새를 하도록 했다. 그러자 지한이가 불편해 했다. 이어 다른 학생들에게 이 상황에 대한 마음을 표현하도록 요청하는 도중에 지한이가 이게 뭐하는 거냐?’나가도 되냐?’고 일어나 물었다. 나가도 된다고 하자 곧바로 박차고 나갔다. 난감하고 당황스러운 상황이었지만 계속 마음을 표현하는 활동을 이어 나갔다. 담임교사는 크게 울면서 안타깝고 걱정되는 마음을 표현했다. 여학생 몇 명도 울먹이며 여러 감정을 표현했다. 학생들은 대체로 우리 반이 정말 좋은 분위기였는데 이런 상황이 일어나 너무 안타깝고 걱정된다. 빨리 원래의 관계를 회복하길 원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지한이가 다시 들어왔다.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있음을 물어 말로 확인한 후 박수로 환영했다. 계속해서 감정표현을 이어나갔다. 도중에 지한이는 민지에게 사과를 시도했다. 내가 도와주었다. 민지의 감정을 공감해주는 말을 내가 하면 그대로 따라하도록 했다. 이어 편해졌다는 민지의 반응을 듣고 서로 감정을 더 주고받게 했다. 지한이는 감정 표현에 매우 서툴렀지만 한 두 마디는 찾아 표현했다. 둘이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마음을 나누게 한 다음 모든 학생들에게 지금-기분을 말하도록 했다. 대부분 안심되고, 다행스럽고, 감동적이고, 자랑스럽다는 반응이었다. 함께 한 교사의 말을 듣고 전체에게 감사를 표시한 후 활동을 마쳤다.

 

쉬는 시간에 두 학생의 지금-기분을 확인했다. 둘 다 매우 편안해진 상태였다. 지한이는 이어진 7교시 수업에 참석했다. 다음날 담임교사는 두 명을 불러 대화했는데 민지가 미처 하지 못한 사과를 지한이에게 했고, 지한이는 사과를 흔쾌히 받아들이면서 평소처럼 바로 농담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학폭으로 가서 퇴학당할 뻔한 사건이 집단 내에서 감정을 주고받으면서 깔끔하게 해결되었다.

 

지켜보던 반 학생들은 갈등을 해결하도록 이끌어주는 학교와 교사의 모습에 신뢰감이 더 커졌다. 지한이는 관계 문제를 폭력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세계를 경험했다. 교사들은 공감교실의 현실적 힘을 생생하게 지켜보며 그 필요성을 절감한 계기가 되었다. 나는 담임학급이 아닌 낯선 학급의 갈등을 공감교실 활동으로 해결하는 새로운 경험을 했다. 특히, 매우 심각한 상태의 학생들이 관련된 학폭 사안을 해결했다는 점에서 매우 뿌듯하다. 도움을 요청하고 머리를 맞대며 의견을 모아 함께 해결을 시도한 동료 교사들이 자랑스럽다. 교사들 간의 협력적인 분위기, 교사들의 평소 공감적인 태도, 그 반 학급 학생들의 좋은 관계 등과 함께 마음리더십을 기반으로 한 공감교실이 있어 가능한 작은 기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