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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호. 수업에서 만난 CP 아이 (1탄)

홍석연(봄) 2021. 5. 14. 14:10

신지원 (온돌)

무능감이 내가 요즘 느끼는 주 감정이다. 그러다보니 부정적인 피드백에 턱턱 걸려 넘어지는데, 주로 수업에서 만나는 CP나 FC 아이들의 말에 잘 걸린다. 그중 며칠 전 CP아이의 피드백에 크게 걸려 넘어졌다.

보건수업 2차시로 건강과 ‘너 만나기’ 수업을 진행하고 활동지를 걷었다. 자기칭찬, 입으로 듣기, 친구 성품 찾기의 흐름으로 이루어지는 활동중심의 수업이었고, 활동지 끝에 보건수업 일기를 적는 칸이 있는데 연우가 이렇게 적었다.

중2에 맞춤적이지 못 한 것 같다. 초등학생 때나 했을 것 같다. + 귀찮다. (자리 옮기기, 글씨쓰기)

평가, 판단 받는 듯해서 불쾌하고 기분이 나빴다. 내보이기 좀 부끄럽지만 ‘학생이 감히 내 수업을 평가해?’ 뭐 이런 생각도 올라왔다. (교원평가도 하는 이 시대에...) 이 학생은 ‘자기 말에 상대가 어떤 영향을 받는지 모르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표현법에 문제가 있어 보여 고쳐줘야겠다는 생각도 올라왔다. (고상하게 말하자면... ‘리더십을 발휘 해야겠다’라고. 허허허)

사실 좀 더 들여다보면 좌절스럽고 속상한 거다. 내가 수업을 잘 못한 것 같아 자괴감이 들고, 그것도 이미 센터원들에게 효과가 인증되었다고 여겨지는 활동들이 말이다. 무능감이 크게 올라왔다.

연우랑 이야기 해보려다가, 내 무능감을 학생에게 풀려는 시도로 여겨져 잠시 멈추고 마음관리를 했다. 게다가 성격특성이 CP인데 지적(指摘)으로 만날 ‘간땡이 부은’ 생각을 하다니!

마음관리를 하면서, 여러 본심들 중 그 아이를 수용하고 싶은 마음 한 자락을 봤다. 그리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도 보았다.

마침 보건실에 방문한 연우와 짧은 대화를 나누며

'그래. 너는 활동이 귀찮고 유치했구나. 내용을 중시하는 너라면 체험 중심의 선생님 수업이 그렇게 느껴질 수 있겠다.' 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도 눈치가 보였고, 신경이 쓰였다.

결국 오늘 두 번째로 걸려 넘어졌다.

*나: (연우네 모둠 활동을 확인하고 있다.) 활동 다 마쳤니?

*모둠원들: 네. (나누어 준 마인드업 카드를 가지고 장난을 친다.)

*나: 이거 비싼 거야. 소중히 대해줘~

*연우와 선재: 이런 게 뭐 2만원이나 해? 샘 뭘 이런 걸 2만원이나 주고 사셨어요. 돈 아깝게.

*나: 헉. 선생님한테 이건 소중한 거야. 너희는 하면서 뻘줌하고 어색하고 유치할 수 있겠다.

그래도 이렇게 나누면서 ‘아, 나는 이런 부분이 익숙하지 않구나.’ 느끼는 것도 체험이라고 생각해.

(스티커를 나누어주며) 그러면 이제 두 번째 활동하고 스티커로 투표하자.

*연우: (웃으며 스티커를 휙 던진다.) 이건 또 뭐하라는 거야?

*나:(헉. 하며 멈칫. 화가 난다. 내 마음이 절로 내팽겨쳐진 듯하다. 정색한다.) 연우야. 샘 상처받았어.

*연우: (순간 멈칫. 표정이 굳는다.) 귀찮아요. 선생님도 제가 쓴 거 보셔서 아시잖아요.

*나; 연우는 귀찮고 유치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런데 선생님은 네 말에 영향을 받는다고. 상처가 돼.

*연우: (표정이 굳는다.)

나는 더 이상 이야기를 나누는 게 도움될 것 같지 않아 활동을 독려하고 다른 모둠으로 향했다. 수업이 끝나고 친구들과 우루루 나가는 연우를 복도에서 붙잡았다.

*나: 연우야 선생님이랑 얘기 좀 할까?

*연우: 싫은데요. 이야기 할 거 없는데요.(계속 걸어 나간다.)

*나: 너는 이야기할 게 없구나. 그런데 샘은 너랑 이야기 하고 싶거든.

*연우: 안 해도 되는데요. 지금 밥 먹으러 갈 건데요.

*나: 밥 먹으러 가야하는구나. 그럼 다른 시간에 보는 게 편하겠니? 아님 지금 잠깐 이야기 하는 게 편하겠니?

*연우: 안 해도 되는데요. (붙잡고 있는데도 계속 걸어나간다.)

*나: 잠깐. 잠깐.(손목을 붙잡고 세웠다.) 얘들아. 너희 먼저 갈래? (잠시 기다린다.)

선생님은 지금 아니어도 너랑 한 번이라도 이야기를 하고 싶어. 우리가 만날 약속만 잡으면 가도 돼.

*연우: 하. 그럼 방과후에 갈게요.

*나: 그래? 방과후에 올꺼니? 샘도 좋아. 약속 꼭 지켜야한다?

*연우: 네.

방과후를 기다리며 마음관리를 했다. 화도 나고 불쾌하고 괘씸하고 속상하고 어처구니가 없고 짜증나고 답답했다. 그 아이는 짜증도 나고 빈정도 상하고 냉랭하고 불쾌하고 귀찮고 싫기도 할 것 같았다. 내 맘, 내 본심, 그 아이의 마음, 칭찬할 만한 행동, 내가 대화의 목표로 삼는 것이 무엇인가? 등을 업무 중간에 틈틈히 찾아보며 방과후를 기다렸다.(2탄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