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영 (우리)
연지: 선생님! 명진이가 저한테 글씨 이상하게 쓴다고 했어요.
나: 속상했겠다. 이상하게 쓴다고 하는 게 어떻게 들렸어?
연지: 놀리는 것 같았어요.
나: 놀리는 거 같았구나. 연지는 어떻게 하면 좋겠어?
연지: 명진이가 “미안해~” 했으면 좋겠어요.
나: 그래? 그럼 선생님이 명진이 부를 테니까 네가 한 번 말해봐. 명진아~
명진: 왜요?
나: 연지가 할 말 있대. 연지야 말해봐.
연지: 명진아, 네가 아까 글씨 이상하다고 해서 속상했어.
명진: 나 안그랬는데. (명진이는 늘 ‘안 그랬는데~’로 시작한다.) 글자가 틀려서 그렇게 말한 거예요.
나: 글자가 틀려서 이상하다고 했단 말이지?
명진: 네.
나: 그럼 연지가 글자 틀린 거 보고 연지가 어떻게 하길 바랬어? 혹시 놀리고 싶었어?
명진: 아니오. 글자가 틀렸으니까 똑바로 쓰라고 알려준 거예요.
나: 그렇구나. 명진이는 글자 틀린 걸 가르쳐 주고 싶었구나. 연지는 듣고 어때?
연지: 마음이 좀 괜찮아 졌어요.
나: 명진이가 바라는 게 뭔지 아니까 괜찮아지지? (네.) 명진아, 선생님은 명진이한테 조금 아쉬운 게 있어. 명진이가 연지 글씨를 보고 글자를 고치라고 하고 싶었는데 이상하다고 하니까 연지는 명진이 마음을 알 수 없을 것 같아. 선생님은 연지에게 네 마음을 잘 알 수 있도록 말했으면 좋겠어. 금방 말한 것처럼 ‘이상해’ 가 아니라 네가 진짜 바라는 대로 ‘여기 틀렸으니까 고쳤으면 좋겠어.’ 라고 말이야. 다음부터는 그렇게 말할 수 있겠어?
명진:(웃으며) 네.
나: 연지는 명진이한테 그런 말 들으면 어떨 것 같아?
연지: 좋을 것 같아요.
나: 연지는 명진이한테 듣고 싶은 말 있어?
연지: 네. “미안해.” 했으면 좋겠어요.
나: 명진아, 할 수 있겠어?
명진: 네, 연지야, 아까 내가 글씨 이상하다고 해서 속상했겠다. 미안해.
연지: 괜찮아.
나: 명진이 마음은 어때?
명진: 괜찮아요.
나: 우와 둘 다 멋져. 명진이가 사과도 잘하고 선생님이 말하는 것도 잘 받아줘서 고마워. 연지도 명진이한테 잘 표현하고 사과 잘 받아주니 참 멋지다.
명진이는 친구를 놀리는 듯한 말을 많이 쓰는데 명진이 본심과 다른 말이 많이 나온 다는 걸 알아서 반갑다. 명진이가 바라는 게 무엇이었는 확인만 해도 연지 마음이 조금이라도 풀리는 걸 보고 신기했다.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말로 인한 갈등상황일 때에는 말했을 때의 본심을 먼저 물어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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