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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호. 내 생각을 넘어 상대와 만나는 순간!

홍석연(봄) 2021. 5. 24. 13:47

성영미 (우주)



마음노트를 활용한 국어수업을 마치고 소감나누기를 하였다..



창이: 내 마음을 이해받으니까 가벼워지고 다른 사람 마음을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아요. 그러니까 관계가 더 좋아지는 것 같아요.


: 너무 소감이 멋진 거 아니야? 너무 완벽해서 의심스럽다. 다른 사람이 들으면 짰다고 할 거 같아.(반가우면서 내가 듣기 좋은 말을 하려고 애쓸까 염려가 되었다)



창이: ? 진짜인데요. 진짜 그렇잖아요.


: 그렇지... 우린 아는데. 그래 하긴 진짜 그렇지. 혹시 너 소감, 샘이 공감수업 사례를 발표(장애학생 인권보호 도대회에서 발표를 한다)하는데 니 얘기 써도 돼?


창이: 좋아요.


(마음노트를 꺼내서 생각을 적고 감정에 동그라미 하고 있다. 시원하다. 고맙다. 재미있다...등등에 동그라미 하다가 다정하다라는 단어 보며 주저하는 것 같다가 동그라미를 치며 혼잣말을 한다.)


창이: 그렇지 이것도(다정하다) 그렇다고 할 수 있지.


: (주저하는 모습이라고 생각을 하면서 내가 다정하지 않았다고 생각되는 여러 장면이 떠올랐다. 위축되고 부끄럽고 미안하기도 하고 시원하기도 하고 놀랍고 서운하기도 했다. 미안하고 많이 부끄러웠다.)



복잡한 마음이라 여유가 없었고 종이 쳤다. 고맙다고 말한 후 창이를 보내고 급식실에 갔다. 계속 마음이 불편하고 마음이 일렁거렸다..



내가 여유가 없을 때를 이해받고 싶기도 하지만 내가 여유있을 때 잘했던 것은 인정받고 싶기도 했다. 내가 다정하고 친절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을 창이가 정확히 알고 있는 것 같아서 너무 찔렸다.



창이에게 이런 내 마음을 이해받을 수 있을까? 이런 서운하고 미안하고 또 위축되는 마음도 나눌 수 있는 건가. 여러 생각들을 하며 밥을 먹는둥 마는둥하고 나오는 길에 창이를 만났다. 에라 모르겠다. 말하고 보자.


: 창이야. 아까 니가 감정단어 표시할 때 다정하다는 단어를 보면서 머뭇거린다고 생각이 되었어. 그러니까 내가 미안하더라..


창이: ? 왜요?


: 내가 너한테 친절하거나 다정하지 않았던 장면들이 생각났어. 그래서 니가 다정하지 않는 나에게 아쉬워한다고 생각이 들었어.


창이: 그렇게 생각하지 마세요.



: (웃으며) 창이야 뭐라고 말해야지 샘이 마음이 가벼워질 수 있다고 했지?


창이: 아 맞다. 샘이 미안하셨군요.


: . 맞아. 너무 미안하더라.

 

창이: 미안하셨나봐요.


: . 내가 여유가 있고 그럴 때는 또 친절하게 할 때도 많잖아. 그래서 여유 없고 힘들 때 좀 쉬고 싶었던 마음도 이해받고 싶어.


창이: 그럼요. 많이 들어주셨죠. 이해하고 있어요.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것도 중요한 거니까요.

: 표현하니까 좋다. 마음이 더 가벼워진다.


창이: 저는요. 샘이 출장을 많이 가시고 애기 낳으러 가셨을 때 샘 자리에 안계신걸 보고 허전했어요. 그래서 다정하다를 보고 좀 고민했어요.

: (놀랍고 시원하고 고맙고 뭉클했다) 진짜? 창이야. 그런 생각을 했으면 허전했겠구나. 샘이 자리에 있는 게, 언제든지 말을 하든 안하든 자리에 있는 게 너한테는 큰 의미였겠다.(엄마가 안계서 더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를 듣고는 놀랍고 많이 고마워.


창이: (웃는다) 자리에 계시면 뭔가 더 안심이 돼요.


: 그래. 안심되고 의지가 되었을 것 같아. 니가 그렇게 여기고 있었다니 샘은 기쁘고 미안하기도 해. 다음에 출장을 가야 될 때는 너한테 꼭 말하고 갈께.


창이: 그럼 뭔가 더 좋을 것 같아요.

: 샘이 사실... 이런 얘기를 할까 말까 망설였는데 하고 나니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창이 마음을 더 알게 되니까 진짜 좋다.


창이: 저도 좋아요. 뭔가 더 친해진 것 같고요..

: 창이가 정말 많이 컸다. 든든해. 멋진 3학년이다.


창이: 제가 좀 멋지죠.(웃음)

: 그래 최고야.

...

보름 정도 지났는데...
이 대화가.
이 마음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고맙고 놀랍고 시원하고 가볍고 안심이 되었다..

내 생각을 넘어
있는 그대로의 상대를 만나는 순간.
자유롭고 가벼워진다..
이 순간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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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에게 물어본다는 것.

나의 인식을 넘어 지금 여기에서 상대를 만난 다는 것은 나의 습관적인 불안과 위축에서 벗어나고자 시도한 것이다.

특히 학생에게 내 마음을 이해받는 시도를 한다는 것은 동등한 관계로서 이해받고 이해할 수 있는 존재로 있는 그대로 살고 싶은 마음에서 시도한 것이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그렇게 살아갈 수 있다면 교사로서. 나로서 정말 행복할 것 같기 때문이다.

내 마음을 표현하는 순간 허전하고 위축되었던 내 안의 감정들에서 창이에 대한 든든하고 고마운 마음으로 나에서 우리가 되는 것 같았다.


그 순간에 느꼈던 놀라움과 따뜻함에 두고 두고 실실 웃음이 났다. 아이들과 만나고 생활하는 학교라는 공간이 참 따뜻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