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훈 (참바람)
2교시 마치고 쉬는 시간(20분)에 과학실로 수업준비 가는 길. 5학년 시형이와 계단에서 마주쳤다. 평소 안경을 끼고 다니는데 끼지 않고 뭔가 시무룩한 표정이다.
나: 시형아, 오늘 안경 안썼네?
시형: 민준이가 가져가서 안줘요.
나: 아, 그랬나? 그래서 시형이가 기분이 안좋아 보였구나.
시형: (바로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면서) 예, 안좋아요.
나: 잠깐 과학실 가서 얘기할까?
시형: 예.
과학실로 가서 의자에 앉아 마주보면서
나: 민준이가 네 안경을 가져갔다구?
시형: 예, 가져가서 돌라했는데도 안줘요.
나: 에고 그랬나. 속상하고 화나겠다야.
시형: 예, 화나고 속상해요.
나: 근데 민준이는 왜 네 안경 가져가서 안줬지?
시형: 레슬링 기술 받아주면 준다했는데, 안했거든요.
나: 받아주는게 뭐지?
시형: 머리를 땅에 대는 거요.
나: 아, 그래서 너는 그렇게 하기 싫어서 안했고, 안했더니 민준이가 안경을 안줘서 넌 속상하고 화가 난거네?
시형: 예, 맞아요.
이 때, 상민이와 재성이가 과학실 문을 열고 들어온다.
나: 어, 시형이 찾으러 온거가?
상민, 재성: 예, 5분이 지나도 안와서 찾으러 왔어요.
나: 오호, 그랬나? (얘들 마음이 어떤지 시형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의도에서) 근데 너네 둘이 시형이를 왜 찾으러 다녔니?
상민: 시형이가 혼자서 외로울까봐요.
나: 아, 외롭게 있을까봐.. 시형이 걱정되었나 보네.
재성: 예, 걱정도 되고, 데려가려고요.
나: 이야, 상민이랑 재성이는 시형이 좋아하고, 많이 친한가 보네.
상민, 재성: 예, 1학년 때부터 우리는 친구잖아요.
나: 그래, 시형아 좋은 친구 둬서 좋겠다. 둘이 얘기 들으니깐 어떻노?
시형: (표정이 밝아지면서) 좋아요.
나: 그래, 상민이 재성이한테 기분은 어떠노?
시형: 고마워요.
나: 그래, 샘한테는?
시형: 감사해요.
나: 그래, 나두 시형이가 기특하다. 근데 종도 쳐서 교실 가야 할 것 같은데, 민준이랑은 잘 해결할 수 있겠나?
시형: 예,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상민, 재성: 같이 가서 얘기 하면 될 거예요.
나: 멋지구나. 그래, 어여들 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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