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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호. 원망, 내가 이해받고 싶은 순간의 다른 이름

홍석연(봄) 2021. 5. 24. 14:03

김후남 (나무)

 

샘플 포토북을 보니 여행갈 때마다 하나씩 포토북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냅사진 보정본으로 받은 것이 40개인데 그걸 굳이 다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남편도 몇개는 줄이자고 했다.

 

문제는 내가 선택하는 것을 엄청 스트레스 받는 스타일이었던 것이다일단 사진 고르면서 힘들었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포토북 어플 같은 것을 깔고, 사진을 순서를 정하고 글을 넣고, 배경 지정하고 글씨 폰트 크기와 색깔, 글자체까지 고민해야 했다.

 

힘든게 자각이 되면서 "이걸 내가 왜 하고 있지? 왜 남편은 안하지?"라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사주가 맞는 건가?" 라는 생각까지 가면서 남편을 원망까지 하고 있었다. 짜증이 나고 힘들었다.

 

남편은 그냥 낱개 사진으로 인화하자라고 제안하였고, 나는 이걸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고, 답답하고 결혼한것도 싫어졌다.

 

열받아서 옷을 갈아입고 남편에게 바람 쐬고 오겠다고 하니 같이 가자고 한다.  

 

고맙고 따뜻하다. 더불어 남편의 불안도 느껴진다.

 

남편이 말 걸어도 꽁해서 안하고 있다가 내가 뭘 느끼고 생각한 것인지 보이니 부끄럽고 멍청하게 생각되고, 낯뜨겁고, 미안하다.

 

: 자기는 사진 인화할 마음이 없었던 거지?

 

남편 : 사진으로 인화까지 하려고 찍었던 거잖아~

 

: , 그렇지. 그럼 포토북까지는 생각을 안했던거지?

 

남편 :

 

: 나는 포토북을 보는 순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어. 근데 막상 만들다 보니까 힘이 드는거야.

 

(예전에는 필카로 찍을 때는 그냥 찍어서 인화하는데 디카로 찍으니 여러장을 찍고 고르는데 힘들다는 이야기와 우리가 오늘 고른것과 내일 고른 것은 다를 것이라는 이야기 등을 한다. 김형규의 말에 끄덕여지고 든든함이 느껴진다.)

 

: 내 패턴이 보여졌어. 부끄러워.

 

남편 : (끄덕)

 

: 내가 선택하는 것을 힘들어하고, 힘들 때 자기가 해줬으면 좋겠고, 사주가 맞는 건가라는 생각도 들고, 짜증나고 원망까지 들었어...

 

남편 : 나는 단순히 삐진거라고 생각했는데... (원망까지 하다니) 자기의 감정이 섬세하구나. 거기까지 갈 줄은...

 

: 힘들지... 원망까지 가니까 부끄럽고 미안해.

 

남편 : (원망에 놀라며) ... 자기가 글자 폰트 결정하면서부터 에너지가 확 다운되는 것 같았어.

 

: 응 맞아. 그때부터 힘들고 지치더라. 근데 원망까지 갔다는 내 얘기를 듣고는 어때?

 

남편 : 걱정돼.

 

: 걱정되는구나. 두렵고...

 

남편 : ..

 

: 무섭고 걱정될거 같아. (엄마의 아빠에 대한 패턴도 이야기한다)

 

남편 : (더 걱정되는 표정)

 

: 자기는 걱정되나봐? 나한테 원망받을 거 같아?

 

남편 : , 자기가 엄마를 닮은 거 같아..

 

: 그래 그럴 수 있겠네... 근데 그 상태에 빠져있으면 힘들텐데 내 상태를 자각하고 그런 것을 보고 있으니까 괜찮겠지...

 

남편 : (걱정, 불안)

 

: 지금은 얘기나누고 어때? 나에 대해서?

 

남편 : 사진 고르는 것을 안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 ㅋㅋ 그런 생각이 들어? 나는 자기한테 부끄럽고, 미안해. 그리고 자기가 하는 말들이 안심되고 든든해.

 

남편 : 안 믿겨져. (남편은 내가 긍정적인 멘트를 남발한다고 느낀다.)

 

: 으이그, 그러니까 자기가 필카 얘기할때랑 내일 20개 고를 때 얘기할 때 그렇게 느꼈어. 든든하고 안정감이 든단다. 깊이 있는 사람이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

 

남편 : ^^

 

: 근데 자기도 어제 맘 상한거 있지 않았어?

 

남편 : 아닌데...

 

: 그런 것 같던데... 얘기해봐...

 

남편 : 혹시 찔리는 거 있어?

 

: 에이... 얘기해서 풀어...

 

남편 : (얘기하지 않는다.)

 

: 부모님 집들이 마치고 소회가 어떠시오?

 

등등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눠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