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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호. 원래 그런 아이들이란 없다

홍석연(봄) 2021. 5. 25. 10:58

김미영 (우리)

 

5월에 학부모 공개수업을 하며 가장 크게 와 닿은 게 아이들 발표 목소리가 작다는 거다. 우리 반 아이들의 성향이라고 인식해서일까? 평소에는 이 정도 발표하는 게 어디냐며 목소리 크기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공개수업을 해보니 몇몇 아이들의 목소리는 참 민망할 정도였다. 뒤에 서 계신 학부모들은 거의 들리지 않을 거라 예상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세분의 학부모님이 자신의 아이가 자신감을 키웠으면 한다는 피드백을 해주셨다.

 

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듣기라고 늘 강조하는데 아이들은 제대로 들리지 않아서 못 듣고,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부모 공개 수업 다음 날>

 

나 : 얘들아, 어제 수업하고 부모님들께 칭찬 많이 받았어?

 

아이들 : , 아니오.

 

다양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교사인 나에 대한 칭찬도 있지만 부정적 피드백을 받은 아이들도 몇 명 된다.

다양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교사인 나에 대한 칭찬도 있지만 부정적 피드백을 받은 아이들도 몇 명 된다.

 

-엄마가 목소리 잘 안 들렸다고 했어요.

-발표 안했다고 야단맞았어요. 등등

 

나 : 에고 속상했겠다. 선생님은 너희들이 역할극할 때 끝까지 열심히 하는 거 보고 참 기특하고 좋았단다. 그런데 딱 한 가지 아쉬운 게 하나 있었어. 아까 채연이 부모님이 얘기한 건데....

 

아이들 : (눈 반짝)

 

나 : 선생님 생각에도 부모님이 뒤에서 듣기에는 목소리가 너무 작게 들렸거든. 그래서 좀 답답하더라. 걱정도 되고.

 

아이들 : (여기저기서) , 맞아요. 저도 잘 못 들었어요.

 

나 : 너희들도 그랬구나. 그런데 어제는 다시 말해달라고 얘기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

 

아이들 : .

 

나 : 친구들 생각해서 다시 해달라고 부탁도 못하고 잘 들으려고 애썼겠다. 너희들이 친구 배려하는 마음이 크니까 그런 거잖아. 그런데 궁금한 건 너희들은 우리 반 친구들이 큰 목소리로 발표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니? () 그런 생각이 드는 사람 손들어 볼래?

 

아이들 : (모두 손을 든다. )

 

나 : 다들 필요성은 느끼나보다. 선생님이 시키니까 큰 목소리로 발표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발표하기 쉽지 않을 것 같아서 이야기 나눠보고 싶어. 너희들은 왜 큰 목소리로 발표해야 한다고 생각해?

 

지민 : 작게 하면 잘 안들려서 듣기 힘들어요.

 

나 : 지민이는 친구들 생각을 잘 듣고 싶구나. 왜 잘 들어야 할까?

 

정 :수 친구들의 생각을 잘 알 수 있고 저한테 도움이 돼요.

 

나 : 그래. 그래서 큰 목소리로 발표하는 게 중요하지. 또 큰 소리로 발표해야 하는 이유가 뭘까?

 

아이들 몇 명이 비슷한 얘기를 한다.

 

나 : 선생님은 목소리를 크게 하는 게 상대방에 대한 배려하고 생각해. 상대가 좀 더 잘 들을 수 있도록 하려면 목소리를 크게 해야겠지? 너희들 생각은 어때?

 

아이들 : (진지해 진다.)

 

나 : 너희들도 듣는 사람을 배려하는 건 동의하지? () 그럼 큰 목소리로 발표해야 한다고 생각은 하는데 잘 안 되나봐. 어떻게 하면 큰 소리로 발표할 수 있을까?

 

영호 : 아이들이 자신감이 없어서 그래요. 자신감을 키워야 해요.

 

나 : 음 그렇지. ?

 

민수 : 큰 목소리로 못하면 용기를 줘요. ‘힘내, 괜찮아.’ 이렇게요.

 

나 : 그래, 그런 말 하면 도움이 되겠다.

 

지영 : 아이들에게 목소리 좀 크게 해 줄래?” 이렇게 부탁해요.

 

나 : 그래,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방법인데 매번 그렇게 부탁하면 번거롭잖아. 좋은 방법이 없을까?

 

아이들 : (멀뚱멀뚱)

 

나 : 선생님이 갑자기 생각났는데 아이들이 발표할 때 손가락으로 표시해 주는 건 어때? 친구들이 발표할 때 손가락을 올리는 거야. 한 단계만 올릴 목소리면 손가락 1, 2단계는 올려야 하면 2,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거의 안 들리면 손가락을 다 펴는 걸로. 친구들이 알려주는 거지. 어때?

 

아이들 좋아요.

 

나 : 그래 한 번 해보자. 지금부터 시작~

 

손가락 올리기가 시작되었다. 친구들이 발표하고 있을 때 목소리가 작으면 너도 나도 손을 들다가 목소리가 커지면 손을 내린다. 내가 매번 목소리 좀 크게 해 줄래? 라고 이야기해도 안 되더니 아이들이 손가락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2주가 지난 지금은 아이들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커졌다. 발표하는 아이들도 듣는 사람을 자연스럽게 쳐다보게 된다. 목소리가 개미처럼 작아서 겨우겨우 발표하는 아이들한테는 잠시 멈추게 하고 아이들 반응을 확인하게 한다. 목소리 작은 아이는 민망해하면서도 웃으면서 다시 말한다. 재미있기도 한가보다.

 

내가 방식을 제안한 건 조금 아쉽지만 아이들이 친구들의 영향을 받아 변화하는 건 반갑다. 아직 한 명이 여전히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지만 이번 일을 통해 원래 그런 아이들이란 없다.’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스스로 필요성을 느끼고 적절한 방식만 있으면 아이들은 성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