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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호. 가볍게 사는 비결

홍석연(봄) 2021. 5. 25. 11:00

추주연 (단풍나무)

 

당신은 상식이 없어.”

 

남편이 한 말인데, 무슨 말 끝에 나왔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집안 살림에 관한 내용이었던 것 같다. 나도 그냥 웃으며 가볍게 대꾸하고 넘어갔다. 다음 날 엄마랑 남편이랑 이야기하는데 불쑥 엄마, 이 사람이 나보고 상식이 없다는 거야.” 하고 말할 때 알았다. 내 마음에 그 말이 남아있음을. 엄마를 집에 모셔다 드리고 이 이야기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나 : 당신이 나한테 상식이 없다고 말한 거. 나 그게 남아 있더라구. 내가 상식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어떤 거야? 혹시 내가 상식이 없어서 싫은 거야?

 

남편 : ? 그게 무슨... 당신은 가끔 정말 말도 안 되는 질문을 하더라.

 

나 : 말도 안 되는 질문이라는 거야?

 

남편 : 그럼, 말도 안 되지. 그냥 한 말이야. 당신 맘에 남으라고 한 말 아니야.

 

나 : 그래? 그럼 내가 이렇게 물어보는 거 당황스럽겠다.

 

남편 : 당황스럽지.

 

나 : 당황스럽구나... 당황스럽겠다. 나는 내가 상식이 없다는 말을 듣고 음... 무시? 무시하는 건가? 상식이 없어서 내가 싫은 건가? 그랬어.

 

남편 : 아냐 그런 거. 니가 잡다한 일에 별로 관심이 없다는 거지.

 

나 : 그래. 당신이 그렇게 말하니까 안심돼. 나두 내가 관심 없는 일은 잘 모르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이나 소중하게 생각하는 일은 더 알려고 하고 배우려고 하니까.

 

남편 : 그래, 그거지. 너는 니 일에서 진짜 열심히 하잖아. 어떻게 너보다 더 열심히 할까 싶어. 나는 도저히 그렇게 못할 거야. 니가 나보다 10배는 열심히 하잖아. 난 너 대단하다고 생각해.

 

나 : 그래? ! 당신이 이렇게 생각할 줄 몰랐는데? 기분이 좋네.

 

남편 : 그러니까 내 말 그렇게 받아들이지 마. 안 그럼 나도 너한테 말할 때 조심해야 될 것 같단 말야. 난 너랑 그러기 싫어.

 

나 : 조심스럽게 말하고 싶지 않다는 거지? 나랑 이야기할 때 편안하게 말하고 싶다는 거지?

 

남편 : 그렇지.

 

나 : 그래, 나도 자기가 그랬으면 좋겠어. 나두 그러고 싶구. 근데 마음에 걸리면 이렇게 표현하고 오해가 쌓이지 않게 하고 싶어. 예전엔 1년씩 쌓아뒀다 말했던 것 같고 점점 이렇게 말하는 시간이 짧아지는 것 같아서 난 좋아. 이번엔 하루 만에 했잖아. 이렇게 가볍게 하구 싶어. 자긴 어때?

 

남편 : 그런가? 그래, 가볍게 말하니까 낫네.

 

나 : , 그래서 할 수 있으면 듣는 순간 내가 알아차려서 말하고 싶어. 그럼 더 가벼울 것 같아.

 

남편 : 그게 좋겠다. 듣는 순간 말하면!

 

나 : 그래. 그러니까 당신은 상식이 없어도 내가 좋다는 거잖아? 그치? 확인사살이야.

 

남편 : .. . 나는 너랑 나를 분리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어. 나는 나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잖아. 너는 그냥 나야.

 

나 : . 대박. 이런 말 완전 좋아. 자기 이거 혹시 연습했어?

 

남편 : 모야~

 

너는 그냥 나야. 남편의 말에 깜짝 놀랐다. 맨 정신에 얼굴보고는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다. 내가 사랑해하면 나두가 다인데. 이제껏 들은 어떤 말보다 나를 사랑하고 아끼는 것이 느껴졌다. 내가 상식이 없어도, 내가 바빠서 밥을 못 챙겨줘도, 내가 자기 옆에 많은 시간 있어주지 못해도, 나를 사랑한다는 것이 느껴진다.

 

듣는 순간 까르르 웃으며 좋았는데, 적으면서 눈물이 찔끔.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