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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로 가꾸는 공감교실이야기

제5호. 관계의 패턴

홍석연(봄) 2021. 5. 11. 14:42

김승배(달콩아빠)

 

주말에 와이프와 뒷산에 올랐다. 간만에 초4 아들도 함께 가는 산행. 갑자기 어머니 칠순 잔치 이야기가 시작되더니 와이프가 문제점을 지적하기 시작한다. ‘칠순잔치를 왜 시동생인 막내 삼촌이 주도하냐?’, ‘삼촌 칠순 때 우리가 해야 하는 거 아니냐?’ 등등... 한참동안 와이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불편하기도 했지만 그 말이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니고, 며느리의 입장에서 시댁을 바라보는 시선이 이해되는 면이 있기에 잘 듣고 받아 주었다. 충분히 이야기 하고 나면 나나 어머니의 입장을 이해하는 태도를 항상 보여주었기에 기다리기도 했다. 아니나 다를까 20여분 말하면서 나의 설명을 듣고는 스스로 어머니 쪽의 입장을 이해하는 말로 마무리를 지었다. 그리고는...

 

와이프: 오늘은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받아주는 것 같아 좋다. 근데 섭섭하거나 서운하지 않아?

 

아들: (가만히 옆에서 걷고 있더니 불쑥) 당연히 불편하겠지!

 

: (완전 반갑고 기뻐서 다가가 볼 뽀뽀를 하며) ! 시원하다. 고마워. 말해줘서. 00이가 든든하다ㅎㅎㅎ. 어쩜 이렇게 섬세할 수 있을까?

 

와이프:ㅎㅎ 신통하네. 불편했던 거야? 근데 왜 말 안했어?

 

: 섭섭한 마음은 거의 없었고. 그리 생각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에. 약간 불편하긴 했어. 어쨌든 가족 일에 좋지 않게 말하니까. 굳이 말하지 않아도 자기가 다 말해 편안해지면 알아줄 거라는 믿음도 있었던 거 같다.

 

와이프: 불편했었구나.

 

: 자기가 알아주고 00이가 말해주니까 정말 시원하고 좋네.

 

어찌 보면 짧은 대화였는데, 나에겐 가족이 등산 가면서 이런 기분도 느낄 수 있구나 하는 행복한 순간이었다. 내 패턴! 크지 않고 약하게 느끼는 감정은 관계를 생각해서 혼자 털고 편해졌다고 여긴다. 하지만 오늘 아들을 통해 이해받은 느낌, 와이프가 다시 알아주었을 때의 느낌은 너무나 달랐다. 매우 시원하고 반갑고 기뻤고 아들과 와이프가 더 따뜻하고 살갑게 느껴졌다. 동시에 그 때의 긍정적인 감정을 아들과 와이프에게 입으로 전했을 때 함께 걸어가는 우리 사이에 따뜻한 기운이 흐르는 것 같았고, 발걸음이 가볍고 신이 났다. ! 이런 거구나.

 

며칠 후 와이프와 위 대화에 대한 후일담을 나누면서 알게 되었다. 이게 가족! 특히 와이프와의 관계에서 반복하는 내 패턴이라는 걸 깨달았다. 와이프가 감정적으로 격해질 때 난 감정 표현이나 내 생각 전달을 극도로 자제한다. 접는다. 표현하거나 전달하면 와이프가 크게 위축되거나 반대로 화를 내는 경험을 많이 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나를 보는 와이프는 더 힘들어 하며 물어보고 눈치를 본다. 그런 와이프를 보며 나는 더 자제하거나 접는다... 이 패턴을 깨고 내가 선택하는 새로운 패턴을 즐기는 기쁨을 맛보고 싶다.

 

후기: 이 글을 본 와이프가 그럼 그동안 많이 참았겠다...’ 하는데 울컥 눈물이 흐른다ㅠㅜㅜ. 정말 많이 참았나보다...